‘성큼’ 다가온 부산엑스포 결승선…아프리카 표심잡기 ‘총력’
한·아프리카재단, 비즈니스 서밋 개최…2030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
기후변화‧탄소중립 정신 반영한 친환경 엑스포 정신 강조
부산엑스포 유치 가능성 ‘청신호’
2030 부산세계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럽과 함께 가장 강력한 ‘표밭’으로 꼽히는 아프리카 국가를 향한 정부의 엑스포 외교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14일 한국을 방문한 아프리카 주요국 재무장관들에게 역대 최대 규모 지원을 약속하면서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부산 기장군 아난티힐튼 호텔에서 개최된 ‘제7차 한국·아프리카 경제협력 장관회의(KOAFEC)’에서 아킨우미 아데시나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총재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2030부산엑스포 개최는 개발도상국과 우리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번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국제적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산엑스포는 아프리카 각국과 대한민국이 함께 번영하고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자세한 대화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부산 엑스포 개최에 대해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공감을 표시해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추 부총리와 아데시나 AfDB 총재는 △한국 정부가 8조 원 상당의 ‘금융 패키지’ 지원 △에너지 개발과 농업 등 주요 분야에서 양 측이 교류·협력을 강화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 적극 전수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 경제 개발 과정에서 습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아프리카 각 국가와 공유하고, 민관 역량 강화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2025년까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수출금융, AfDB 신탁기금,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등을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60억 달러(약 7조 8700억 원) 상당의 금융 패키지를 아프리카에 지원한다. 수출 금융 43억 달러, EDCF 15억 달러, AfDB 신탁기금 2400만 달러, KSP 170만 달러 등이다.
아데시나 AfDB 총재는 “짧은 기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은 아프리카의 모범 사례”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양측이 신뢰를 쌓고 파트너십을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한·아프리카 재단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외교부와 공동으로 파리 페닌슐라 호텔에서 ‘아프리카-한국 비즈니스 서밋’도 개최했다. 내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전략과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아프리카 회원국들의 엑스포 지지를 얻기 위한 자리다.
특히 이날 서밋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파리에 상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활동 중인 장성민 대통령실 특사(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도 참석했다. 장 특사는 지난해부터 엑스포 해외 유치 콘퍼런스 일정을 강행군으로 소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120여개국가의 지도자들을 만나며 지지 확보에 힘써왔다.
이달 초부터는 파리TF를 가동해 현지에서 총괄 지휘하며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마지막 전략 수립에 집중해왔다. BIE 회원국 파리 주재 대사들에게 투표권이 있는 만큼, 집중적으로 접촉해 마지막 엑스포 지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표심이 유동적인 국가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전략을 제시해 유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장 특사는 만찬사에서 “아프리카는 세계 최대의 성장 허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라며 “AfCFTA를 비롯한 지역 통합 노력과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의 완공은 이런 모멘텀을 더 강화해 마침내 아프리카의 경이로운 잠재력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도 영상 축하 메시지에서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장 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며 “아프리카가 없으면 녹색 혁명에 동력을 공급하거나 기후 위기와 당대의 큰 도전을 해결할 수 없다”며 엑스포 지지 호소에 힘을 실었다.
2030년 엑스포 개최지는 올해 11월28일 파리에 있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회원국들이 비밀 투표로 결정한다. 특정 국가가 1차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1·2위가 다시 경쟁하는 결선투표제 방식이다.아프리카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반드시 ‘표심’을 잡아야 하는 주요 전략지다. 세계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에 참여할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가운데 유럽과 함께 가장 많은 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BIE 회원국은 최근 가입한 북마케도니아와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포함해 총 181개국이며 이 중 아프리카 국가는 49개국에 달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심을 잡지 않고서는 유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아프리카를 향한 한국의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한국의 밤’ 행사, 한국 정부의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등을 계기로 아프리카와 한국의 경제협력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아프리카 대륙 54개국 정상 중 상당수와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도 주목된다. 한국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한·아프리카 포럼'을 발족해 아프리카연합(AU)과 공동으로 약 3~5년을 주기로 포럼을 개최해왔다. 하지만 54개국 정상을 초대해 개최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지금껏 소외됐던 외교 지평을 아프리카까지 확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후위기 극복’을 2030부산엑스포의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올해 처음으로 열린 아프리카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한 장성민 특사는 “2030 부산엑스포는 노 싱글 유즈 플라스틱(no single-use plastic), 세계박람회 역사상 첫 제로 프라스틱 엑스포 개최국이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탄소중립(NET-ZERO)정신을 반영한 진정한 친환경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장 특사는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들을 2030부산엑스포 개최에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냐의 유력 언론은 장 특사의 약속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관심을 표명했다.
한국이 제시한 기후위기 극복 의제는 부산엑스포 유치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대책의 중요한 가치를 2030부산엑스포에 반영하겠다는 선언이 55개 아프리카연합 회원국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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