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정상회담 외교 시즌2 개막, '지식외교'도 주목해야"
왜 지금, 왜 러시아일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번 방러를 두고 나오는 핵심 질문의 시작 지점들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던 13일 오후, 서울에서 한국과 미국ㆍ캐나다 등 북한 관련 전문가들이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머리를 맞대고 답을 구했다. “이번 방러는 김정은 위원장 특유의 ‘정상회담 외교의 시즌 2’의 개막을 의미한다”(스콧 스나이더 미 미국외교협회 한ㆍ미정책국장), “(외교 전면이 아닌 측면에서 이뤄지는) 트랙2 외교, 특히 북한의 관심이 큰 ‘지식 외교’에 더욱 주목할 시점”(박경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등의 전망이 나왔다.
이날 간담회는 박경애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가 좌장을,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ㆍ미정책국장과 함께 김병연 서울대 미래전략원 원장,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백학순 김대중 학술원장 등이 참석해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진행됐다. 박 교수와 스나이더 국장이 기획한 신간 『북한 외교정책: 적대적 세계 속 김정은 정권』의 출판 기념회 및 한ㆍ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의 뜻을 겸해 열렸다. 초청된 패널리스트들 모두가 기고한 이 저서는 팬데믹 이전까지의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시즌 1을 분석하고, 팬데믹 이후 시즌 2를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형식을 취했다. 아래는 간담회 및 박 교수, 스나이더 국장을 따로 접촉해 들은 분석 내용을 정리한 일문일답 요지.
Q : 왜 중국 아닌 러시아를 택했을까.
A : 스나이더 국장=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의 북ㆍ미 정상회담의 쓴 추억을 안고 있다. 그 나름으론 정상회담 외교(summitry)라는 것을 활용해 경제제재의 파고를 넘어보고자 했지만, 하노이 결렬은 그를 (신이 아닌) 실패를 하는 인간으로 만들었다(humanized). 미국에도 교훈을 줬는데, 정상이 직접 나서는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도 일이 해결되는 것은 어렵다는 점과, 북한은 비핵화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에게 팬데믹은 어찌보면 외부와의 철저한 단절을 통해 내부 결속을 공고히할 기회였을 터다. 이제 팬데믹의 막바지에서 새로운 정상회담 외교 시즌2를 이번 방러로 김정은 위원장은 개막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ㆍ중 경쟁 구도가 첨예화하는 시점이므로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와 정상회담 외교를 집중할 것이고, 이를 통해 미국에게 더 주목받고 싶어할 것이다.”
Q : 정상회담 외에 북한이 추구할 수 있는 외교정책은.
A : 박경애 교수=‘지식 외교(knowledge diplomacy)’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당시 초기부터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강조했다. 사실, 지식과 교육이라는 것은 기본적 인권이라는 점에 있어서도 지식 외교는 중요하다. 실제로 팬데믹 직전까지 유의미한 성과도 내왔는데, UBC의 지식교류협력프로그램(KPP, Knowledge Partnership Program)이 대표적이다. 2010년 구상을 시작해서 2011년부터 매년, 김일성대와 김책공대 등 북한 유수의 6개 대학교의 총장부터 교수까지 다양한 엘리트층을 UBC로 초청해온 프로그램이다. 해외 인사들을 평양부터 나진ㆍ선봉 등 북한으로 초청해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KPP에 대한 북한 측의 관심은 뜨거웠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부터, ‘원산ㆍ갈마 (관광)지구 개발에 실질적 도움을 받았다’는 반응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팬데믹으로 맥이 잠시 끊기긴 했지만 이런 방식의 트랙2 지식외교가 앞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Q : 지식 외교 부활의 맥락에서 오는 시그널이 혹시 어떤 방식으로라도 있나.
A : 박경애 교수=팬데믹의 진정 국면에서 이제 다양한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정도로만 답하겠다.
Q :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는.
A : 스나이더 국장=“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2012년 그는 젊고 경험도 일천한 신인 정치인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에서 그 이상으로 집권을 안정적으로 해온 이는 없지 않은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최고 지도자 연차가 많다. 그러나, 김정은의 아킬레스 건은 역시, 경제다. 지금의 북한은 김정은 집권 직후 북한보다 (군사적으론) 강해지긴 했을지 몰라도 부유하지는 못하다. 여전히 고립주의를 고집하는 북한이 제재를 피해 살 길은 러시아와 중국뿐인 셈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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