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맞아 ‘교육자유특구’ 올해 4~5곳 선정…인재유출 막는다

최민지 2023. 9. 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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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서울에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교육자유특구’를 시범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의 교육 기반을 강화해야 지방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교육에 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는 취지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14일 부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지방 공교육 혁신과 지방대학 육성으로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유특구’를 올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방의 출산율이 수도권보다 높지만 수도권 중심의 보육, 교육 여건으로 지방의 인구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폐교된 학교 193곳 중 171곳(89%)은 비수도권이었다.


지역 명문고 설립 쉬워질듯…서열화 우려도


교육자유특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교육청, 대학이 함께 지역 교육에 투자해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구로 지정되면 유아 단계에서는 지자체 돌봄 기능을 강화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초·중·고교에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준다. 대학은 지역 고교와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역인재 장학금과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해 지역 우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4~5개 지자체를 특구로 선정하고 내년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자체장과 교육감이 공동으로 신청해야 한다. 구체적인 선정 방식은 이달 중에 시안을 발표하고 11월 말에 확정한다.

특구로 지정되면 각종 규제에 대한 특례를 적용받는다. 특례 내용은 중앙정부에서 정해서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원하는 것을 상향식으로 제안한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던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월 10일 오후 세종시 KT&G 세종타워에이 빌딩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식에서 의견을 듣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특구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특목고나 자사고 등 '지역 명문고' 설립이 쉬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자유특구 설립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3월 발의된 법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교육자유특구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역에 우수한 학교가 생기면 정주 여건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학교 서열화 우려도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자유특구 정책에 대해 “무분별한 특구 남발로 이어져 학교 서열화 및 지나친 입시경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천홍 교육부 교육자치협력안전국장은 “자사고·특목고 신설 가능성을 열어놓더라도 지역마다 다른 현상이 전개될 것으로 본다”며 “각 지역에서 최적의 조합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구를 통해서 공교육 내실화의 선도 모델을 만들면 다른 지역에서도 그 모델을 따라 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대 경쟁력 강화, 지자체가 나선다


김현서 디자이너
지방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의 역할은 강화된다. 정부는 지방대를 졸업한 인재가 지역에 취업해 머무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지자체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위원회는 “지방대 출신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이 지속되며 인력난이 일어나고 이것이 지역 혁신역량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지방대 정책의 핵심으로 꼽는다. 라이즈를 통해 교육부가 갖고 있던 지역 대학 관리·감독 권한과 약 2조원의 예산 집행 권한이 2025년 지자체로 넘어온다. 또 지자체와 연계한 대학을 지원해주는 글로컬대학 사업은 30개 지방대를 뽑아 5년간 3조원을 집중 지원한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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