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 시신”…리비아 사망자 2만명 이를수도

장은현 2023. 9. 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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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북부 해안도시 데르나를 초토화한 대홍수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리비아 당국은 가장 큰 피해를 본 데르나시에서만 최대 2만여명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압둘메남 알 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13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데르나에서만 사망자가 1만8000명~2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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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북부 해안도시 데르나의 건물들이 태풍 '다니엘'로 인해 발생한 홍수에 떠내려 가고 있다. 지난 11일 데르나를 덮친 홍수로 현재까지 8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소 1만명이 실종됐다. AF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북부 해안도시 데르나를 초토화한 대홍수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리비아 당국은 가장 큰 피해를 본 데르나시에서만 최대 2만여명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가 12만명인 이 도시 거주자 6명 중 1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압둘메남 알 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13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데르나에서만 사망자가 1만8000명~2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 내무부가 집계한 공식 사망자 수는 8000여명이며 1만여명이 실종된 상태다.

리비아 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리비아국민군(LNA)의 민간항공부 장관인 히켐 아부치키와트는 “바다, 계곡, 건물 아래 등 사방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다”며 “도시의 25%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한 시민이 13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 리비아 데르나에서 홍수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구조인력이 부족해 시신 수습이 지연되면서 감염병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이티 시장은 “시신 수습에 특화된 팀이 필요하다”며 “잔해속과 물속에 시신이 너무 많아 도시에 전염병이 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리비아 당국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시신 수백구를 한 무덤에 집단으로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각국의 구조대도 리비아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이집트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카타르 등이 구호품과 구조대를 보냈다. 튀르키예는 두 개의 병원을 짓기 위한 장비와 의료진 148명을 보냈고 영국은 최대 100만 파운드(약 16억5650만원)의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수색과 구조작업은 여전히 더딘 상태다. 데르나에 도달한 구조인력은 극히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10년 넘게 대립해온 리비아 내 두 정부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영국대표부의 타우히드 파샤 대표는 BBC에 “양측 정부가 모두 국제원조를 요청했으며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폭풍과 홍수로 파손된 자동차와 잔해들이 13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 리비아 데르나의 한 거리에 방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추가 피해 위험도 보고됐다. 데르나 서쪽에 위치한 해안마을 토크라에서는 또 다른 댐의 붕괴 위험이 있어 주민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국제구조위원회 리비아 책임자인 엘리 아부아운은 “여러 국가에서 지원물품 등을 보내고 있지만 생존자를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닫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망자 중에는 인근 아프리카국 출신의 난민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리비아 일간 리비아옵서버는 “데르나에서 이집트인 14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데르나시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인접해 있어 유럽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려는 수많은 난민이 몰리는 중심지다.

군인들이 13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의 마르카 군 공항에서 홍수 피해를 본 리비아에 보낼 지원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중해에서 발원한 태풍 ‘다니엘’은 지난주 그리스를 강타한 뒤 지난 11일 리비아 동부 해안가에 상륙해 데르나 인근 댐 두 곳을 파괴했다.

52세 운전사 우사마 알 후사디는 재난 발생 이후 현재까지 아내와 다섯 자녀를 찾고 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아이들을 찾기 위해 발로 뛰며 모든 병원과 학교를 찾아다녔지만 운이 없었다”며 “폭풍이 몰아치던 날 밤 일을 하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가 꺼져 있었다”고 말했다. 41세 엔지니어 모하메드 모센 부즈밀라는 “아내와 함께 살아남았지만 동생을 잃었다”며 “동생과 동생의 남편, 조카의 시신을 발견해 묻어줬다”고 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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