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은 두 불량국가에 잇단 경고…제재 vs 버티기 체력전 돌입
국제사회의 안보 질서를 흔드는 두 불량국가의 정상이 벼랑 끝에서 손을 맞잡으며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대통령실은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통해 북·러 정상회담 이후의 동향 분석과 대응 시나리오 마련에 나섰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북·러 군사 협력을 “중대한 우려”로 규정하고 “북·러가 무기 거래를 추진하기로 결정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 모두로부터 좋지 않은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방러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조춘룡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등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해외여행이 금지된 인사가 김정은 수행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유엔 회원국은 제재에 따라 여행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인물의 입국을 허용해선 안 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인사의 해외여행은 제재위원회의 면제가 없는 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비토권'에 개점휴업 안보리
문제는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정찰위성·핵무력잠수함 등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프로세스를 지원하기 위한 첨단 기술을 실제 북한에 이전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국제 평화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를 단죄하는 핵심 기구인 유엔 안보리는 정상적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비토(veto·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추가 대북제재 결의 등 안보리 차원의 구속력 있는 조치는 도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중·러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지난해부터 줄곧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를 막아서며 북한과의 연대를 과시했다. 다만 당시 중·러가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를 옹호하는 공범이었다면, 김정은 방러를 계기로 논의가 가속화할 핵무기 기술 이전의 경우 러시아가 주범에 해당한다. 결의를 준수하려면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제재하는 모순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정부는 미·일은 물론 유럽연합(EU) 등과 연합하는 추가 대북 독자제재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북·러의 문제 행위에 경각심을 갖고 있는 자유주의 진영 여러 국가들이 각기 독자 제재를 취하는 방식으로 연합, 안보리 차원의 독자 제재와 유사한 효과를 발휘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의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도 제재)도 유효한 카드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미국의 독자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2차 제재를 통해 중첩적으로 범법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EDSCG서 북·러 향한 경고메시지 발신
한·미는 일단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차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북·러 밀착에 대한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발신할 예정이다. 또 핵 기술 이전 등 극단적 상황까지 염두에 둔 대비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방러와 북·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안을 중심으로 제재 위반 사안들을 추려낸 이후,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들이 이어지는지에 따라 제재의 범위와 강도가 정해질 것”이라며 “다만 북·러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결과는 ‘약속’일 뿐 아직 실제로 이행되지 않은 상태라 당장에 추가적인 강제 조치에 나서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재 vs 버티기' 체력전 돌입하나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과 푸틴은 이번 만남을 통해 북·러 간에 앞으로 지속가능한 형태로 모든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드러낸 만큼 핵 기술 이전 등의 극단적 거래까지도 상정한 최대 수준의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며 “현 정부의 기조인 ‘힘에 의한 평화’에 무게를 실으면서 자체적인 북핵 대응 전력을 증강해야 하고, 북·러 간 거래 동향에 따라 특단의 조치도 한·미 간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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