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동갑내기 시민들 "80세…끔찍한 나이긴 하지"

80대 유권자들, 바이든 '고령' 우려
다만 "공직 수행은 할 수 있다" 답변
"나이 들어도 여전히 건강할 수 있어"

재선 도전 의지를 피력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만 80세다. 두 번째 임기가 끝나면 86세 생일을 맞게 된다. 일부 미국 유권자들은 그의 나이를 우려 요소로 꼽으며 건강·체력·인지 능력 등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과 '동갑'인 80세 유권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의 요지는 '80세에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나'는 것이었다. 응답자들은 80세가 '고령'이라는 데에는 수긍하면서도, 공직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WSJ는 1942년 11월 20일에 태어난 미국 노인 12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정확히 동일한 날에 태어난 이들이다.

인터뷰에 응한 유권자들은 자신과 바이든의 나이가 '고령'이라는 데에는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노인도 대통령과 같은 공직에 적합한 직무 능력을 갖췄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스콘신주에 거주하는 여성 루이스 스모친스키는 WSJ에 "내 친구 중 많은 수가 이미 죽거나 치매에 걸렸다"라며 "80세라는 나이는 확실히 끔찍해 보이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스모친스키 자신도 2년 전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80세는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나이"라고 말하면서도 "기술 발전 덕분에 나이 든 미국인들도 여전히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지금의 80세는 과거의 60세와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80세 유권자 얼 에반스는 "우리 모두 (80대에 이르면서) 전성기는 지났다. 그건 확실하다"라면서도 "여전히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내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의 산불 피해 지역을 방문해 축복을 기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도 언젠가는 80살이 될 텐데, 늙었다는 이유로 백악관에 가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에반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점차 악화하는 듯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에반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선) 비슷한 하락세가 보이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문제는 미국 유권자 전반에서도 우려 요소로 손꼽힌다. WSJ가 지난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3%는 "재선에 출마하기에 너무 늙었다"라고 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민주당원 중 3분의 2도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우려한다"라고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