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때리는 與 "좌편향 연예계 문제"…김웅 "선 넘은 공격"
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씨 발언에 대한 정치권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난달 24일 김씨가 인스타그램에 ‘RIP’(Rest in peace) 지구(地球)‘라고 적힌 사진과 함께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고 쓴 게 발단이었다.
초기 “김씨가 괴담을 퍼뜨린다”(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외곽에서만 나오던 비판은 지난 12일 여당인 국민의힘이 가세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김기현 대표는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했고, 이튿날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고,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책임은 안 져야 되느냐”고 말했다.
결국 김씨 소속사는 13일 입장문을 내어 “김씨는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을 표한 것이었다. 결코 정치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14일 “실패한 선동이어서 빨리 위축된 것”이라며 “만약 선동이 먹혔다면 더 세게 또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까지 합세해 연예인 공격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도부 관계자는 “좌편향된 예술계를 방치하면서 보수 진영만 악마화된지 오래됐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진보 좌파가 온갖 패악질을 부리는데 보수 인사는 선비처럼 헛기침이나 하고 있었다”(장예찬)는 것이다.
애초 '개념 연예인'이란 표현 자체가 2008년 이명박 정부 광우병 사태 때 처음 등장했다. 전국적 광우병 시위로 정부에 대한 민심이 악화하자, 연예인들이 경쟁적으로 정부 비판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개념 연예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해 5월 1일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는 김규리씨의 발언도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나왔다.
특히 ‘MB 비판=개념 있는 소신 발언’이란 인식이 유행처럼 번졌고 이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맞물려 김제동씨 등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런 인식은 더 강화됐다.
박근혜 정부로 교체된 뒤에도 연예인의 정부 비판은 소신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조국 사태나 젠더 이슈, 부동산 폭등에 쓴소리를 내는 연예인은 흔치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 정부를 비판해야 개념 있는 연예인이라 불리고, 연예인 본인에게도 돈이 된다는 인식이 15년째 이어져 왔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에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는 게 올바른 공론의 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도 “연예인이 정치적 입장을 밝혔다 하더라도 정치인이 그것을 공격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14일 김웅 의원)이란 우려가 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지난 13일 “예술가 한 사람의 생각을 두고 여당 대표가 공개 겁박하는 건 처참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국정 발목을 잡은 블랙리스트 논란이 재연될 여지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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