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찍은 20대 "대통령 언행, 보수인 내가 봐도 부적절"
[차원 기자]
▲ 지난 7일 촬영한 혜화역 인근 대학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 차원 |
"근거 없는 괴담과 선동에 적극 대응하라." - 8월 31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책을 주문하며
"학계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홍범도 장군의 항일 투쟁, 독립운동가로서의 평가는 당연시된다. 하지만 북한 대적관을 가지고 생도들을 키워내야 하는 육군사관학교에 정신적인 지주로서의 인물이 맞는지, 소련 공산당원 등록 경력도 있는데 이건 맞지 않다" - 8월 29일 국무회의, TV조선 보도 인용
모두 최근 며칠 사이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윤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들은 지난 8월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했다는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중심주의'를 20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9월 4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각지에서 20대 청년들을 만나 직접 물어봤다.
지난해 3월 9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은 71.0%로 전체 총 투표율(77.1%)보다 낮았다. 당시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20대(18,19세 포함)의 예상 득표율은 45.5%였다(이재명 후보 47.8%). 세부적으로 보면, 20대 이하 남성에서 윤석열 후보는 58.7%를, 이재명 후보는 36.3%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고 같은 연령대 여성에선 윤석열은 33.8%, 이재명은 58.0%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9월 1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18·19세 포함 20대의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이 19%, 부정이 62%인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이 2023년 9월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믹타(멕시코,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터키, 호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 EPA=연합뉴스 |
지난 10일 서울시 은평구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아르바이트 직원 정아무개(23)씨는 "경제 침체와 저출산, 흉기 난동 범죄로 인한 사회불안 등 걱정이 많은데 대통령의 요새 언행은 청년들에게 희망이 아닌 절망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은 진영논리 싸움이 아닌 민생경제나 고용 같은 문제들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데, 최근 모습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면서 "근데 이를 중재하고 행정부를 이끌어야 할 대통령이 되레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묵살하고 정치적으로 선동하기에만 바쁘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7일 서울시 혜화역 인근 대학로에서 만난 한 연극배우(29)는 "한 편의 연극이 만들어지는 데는 작가와 연출뿐만 아닌 배우들의 생각과 가치관도 함께 담아진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연출가의 위치에 있는 대통령은 본인의 이념과 생각, 선호만이 극에 담기는 것을 고집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연출이 원하는 이야기만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 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배우는 길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 것 같다"고 지금의 상황을 연극 무대에 빗댔다.
▲ 11일 촬영한 한 대학교 캠퍼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 차원 |
취재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투표했던 20대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5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동국대학교 재학생(22)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무능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에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을 외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뽑았었다"면서 "박근혜 탄핵 이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를 보면 약속했던 가치들은 사라지고 이념만이 남았다"라고 답답함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고 보수 유권자인 제가 보기에도 일부 발언들은 부적절하다"며 "특히 '반국가행위에 단호히 대응하라'는 발언은 지금이 2023년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였다"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30%를 제외한 사람들을 적으로 몰아버려 누구도 공감하지 못 하는 발언이라는 진단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이 학생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면 안전한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은 우려하는 국민들을 설득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과 어민들의 우려마저 '괴담'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왜 우리 대통령실이 예산을 편성해 일본이 방류하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홍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한일관계가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을 설득하고 안정시키는 대통령의 의무에는 실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윤보선 대통령-박정희 국가재건최고위원회 의장 체제에 건국훈장을 주기도 한 홍범도 장군에 대한 말들도 마찬가지"라며 "최근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교사 자살사건 등 사안이 산적한데 이런 논쟁을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짚었다.
또 "자취하는 대학생인 제게는 '이념보다는 취업', '이념보다는 서민 물가'"라면서 "경제나 노동정책 등 윤석열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분야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30%의 지지층에게만 호소하는 강경발언보다는 중도를 포용하고 민생을 살피는 발언과 정책을 통해 국민 대다수가 지지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길 희망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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