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홍지민·신성록이 함께한 한빛예술단 20주년 공연 [홍종선의 연예단상㉕]

홍종선 2023. 9. 1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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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연주회
중창·브라스 합주·동서양 타악 합주 등 다채로운 공연
박수홍 사회로 김덕수 명인, 뮤지컬 배우 홍지민·신성록 힘 보태
한빛예술단 20주년 공연 진행을 맡은 방송인 박수홍과 수어를 담당한 임연숙 님 ⓒ 이하 한빛예술단 제공

“비 오는 날 이사하면 대박 난대요~ 좋은 일 많이 생긴답니다!”

13일 오후 7시 30분을 넘어선 시각, 빗속을 뚫고 자리한 2000여 명의 사람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1층부터 3층까지 가득 메웠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한빛예술단의 기념 공연(연출 김춘범, 작가 고보견)을 보기 위해서였다.

한빛예술단(단장 김양수)은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빛소리중창단, 브라스앙상블, 타악앙상블, 팝밴드 등으로 구성된 예술단체다. 초등 과정부터 대학 과정까지, 예술에 뜻이 있는 시각장애인들이 공부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한빛맹학교가 배출한 인재들이 활동한다.

모든 악보의 내용을 외워서, 거듭된 연습으로 감동적 연주를 들려주는 한빛오케스트라 ⓒ

지난 2003년 한빛맹학교 제5대 교장에 취임한 김양수 단장은 제자에게 말한 “전문연주자의 길을 열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취임 첫해 한빛예술단을 열었다. 본인도 시각장애인이기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내기로 용기를 낸 것이다. 음악적 재능을 가진 학생을 발굴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악전공 과정을 국내 최초로 개설했다.

2005년에는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한빛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지휘자 없이, 악보 없이 연주하는 특별한 오케스트라를 탄생시켰다. 행사의 좋은 취지에 공감해 진행을 맡은 박수홍의 설명에 따르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연주자 개인이 점자악보를 외워 개인 연습을 한 뒤, 악기 파트별로 모여 합주 연습을 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파트가 모여 리허설을 반복해 무대에 올린다. 공연 레파토리 중 단 한 곡의 소리를 하나로 맞춰 내는 데에 4개월이 걸린단다.

이날 20주년 공연은 50인의 오케스트라가 문을 열었다. 리허설 때 박수홍이 가장 감명 받았다는 무대가 이어졌다. 한빛맹학교 초등학생 합창단과 한빛예술단의 대표 가수 이아름, 김지호, 박영필이 함께한 ‘내 마음의 아리랑’ 합창이었다. 눈을 감고 들으면 시각장애인의 연주임을 잊게 하는 브라스 합주,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한 신명 나는 타악 합주도 큰 박수를 받았다.

뜨거운 박수를 받은 김덕수 명인이 이끄는 사물놀이패와 한빛예술단의 타악 앙상블 ⓒ

어둠 속에서 음악을 한다(Music in the dark)는 용기로 출발했던 한빛예술단이 일취월장 성장해 이제는 어둠을 빛으로 이끌겠다(Darkness to Light)는 포부로 활동하며 스무 살 생일을 맞은 기념 공연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들도 힘을 보탰다.

뮤지컬배우 홍지민이 뮤지컬 ‘캣츠’의 ‘메모리’ 독창 및 김지호와의 듀엣 무대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뷰티 앤 더 비스트’로 흥을 돋웠다. 뮤지컬 ‘맘마디아’로 전국 투어를 다니느라 목이 쉰 와중에도 한달음에 달려온 홍지민은 한빛예술단의 다음 주 강원도 무대에도 함께한다.

“요즘엔 가수가 물을 마실 때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게 유행이라지요~”, 홍지민은 아픈 목을 달래는 물을 마시는 순간도 재치 있는 말로 흥을 배가시키는 순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두 번째 물을 마실 때는 말하지 않아도 객석이 하나 되어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보냈다. 사회자 박수홍은 객석의 청각장애를 지닌 참석자를 위해 수어를 맡은 임연숙 씨에게 “물 하나로 이런 박수를 받을 수 있다니 우리도 물 마셔요”라는 희극인다운 말솜씨로 다시 한번 장내에 박수가 울려 퍼지게 했다. 클래식 공연이지만 박수홍이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time, place, occasion의 약자)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입담을 과시해 훨씬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었다.

신성록-이아름의 아름다운 듀엣 무대 ⓒ

뮤지컬 ‘벤허’로 공연에 한창인 배우 신성록도 무대에 섰다. 등장부터 환영의 박수를 받은 신성록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표곡 ‘지금 이 순간’을 독창했다. 이어 “제가 가수는 아니기에, 연기하며 노래할 때와 달리 무대에서 노래만 해야 하는 초청은 늘 거절해 왔다. 그런데 오늘 온 이유는 이분의 아름다운 음성과 꼭 한 번 함께 섞여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겸손과 함께 노래할 파트너에 대한 매너가 함께 읽히는 말이었다.

객석도 누군지 다 안다는 듯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이아름이 등장해 신성록과 함께 뮤지컬 ‘엘리자벳’의 ‘내가 춤추고 싶을 때’를 불렀다. 신성록의 기대는 적중했다. 이아름의 대표곡이기도 한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 독창 이상의 무대, 신성록 역시 혼자 부를 때보다 한껏 더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는 기본, 휘파람까지 들려왔다.

그야말로 뜨거운 ‘열기’ 속에서 한빛예술단 20주년 공연은 무르익었고, 마무리는 무대를 열었던 한빛오케스트라가 차이코스프키가 작곡한 ‘백조의 호수’ 인기곡을 비롯해 우리 귀에 익숙한 대중 넘버들을 힘차면서도 경쾌하게 연주해 기분 좋은 마무리를 완성했다.

관객의 눈물을 부른 주인공들, 빛소리 중창단 ⓒ

기사 첫머리에 쓴 말은 박수홍이 궂은 날씨 등으로 지연된 공연 시작과 가라앉은 장내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은 즉흥 언사였다. 박수홍은 시종일관 품위 있으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가 하면 한빛예술단이 얼마나 많은 이의 땀이 결집된 성과인지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진심을 담은, 우아한 진행이었다.

박수홍은 축하영상으로 인사를 대신하기로 돼 있던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등장에 대해서도, “비오는 날 행사 하면 역시 대박 납니다”라는 재치 있는 멘트로 착석 시간을 벌었다. 방송인 김지선과 최선규 아나운서, 배우 오정해, 가수 장민호와 류지광도 영상으로 20주년을 축하했다.

연인원 1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한빛예술단 ⓒ

한빛예술단은 지난 20년 동안 1906회, 연간 100회에 가까운 공연을 이어왔다. 창단 직후부터 공연하지 않았을 것을 감안하면 100회 이상, 3일에 한 번씩 쉼 없이 무대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시각장애인 최다 암보 및 최다시간 연주기록으로 한국기록원에 등재됐다.

이동 거리만 26만 km, 한빛예술단은 지구를 여섯 바퀴 반을 돌았다. 지금까지 97만 8098명이 관람했다. 공연이 주는 감동과 재미에 더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진출도 시작된 만큼 금세 100만 관객 돌파의 소식이 들려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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