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꼭 타보고 싶다" 했던 김정은 "만족한 합의"…뭐길래

유지혜, 정영교 2023. 9. 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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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에 대해 14일 북한 매체들은 “(단독 정상회담에서)만족한 합의와 견해 일치를 봤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푸틴과의 1대1 회담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한 표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뉴스1

김정은은 정상회담에 앞서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반제자주 노선’을 꺼내 들었다. “앞으로도 언제나 반제자주 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임을 이 기회를 빌려 확언한다”면서다. 미국에 함께 맞서겠다는 뜻으로 우크라이나전쟁에 필요한 전쟁물자를 지원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반제” “공동전선” 우크라전 지원 선언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단독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을 짓부시기 위한 공동전선에서…힘을 합쳐 국가의 주권과 발전 이익,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국제적 정의를 수호해 나가는 데서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과 당면한 협조사항들을 허심탄회하게 토의했다”고 했다.

해당 표현은 지난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했을 때와 거의 똑같다. 당시 노동신문은 “조선의 군대와 인민은 현시기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에 맞서 국가의 주권적 권리와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싸우는 러시아 군대와 인민에 대한 전투적 경의와 전적인 지지를 표시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우주기지를 둘러봤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뉴스1


거의 동일한 표현인데, 약 한 달여 만에 ‘지지’가 ‘공동전선’으로 바뀌었다. 우크라이나전을 위한 대러 지원 의사를 명확히 한 셈이다.

우크라이나전도 버거운 러시아로서도 동북아에서 북한이 미국을 상대하는 선봉에 나서주는 건 반길 일이다. 김정은이 ‘만족한 합의’는 이에 따른 미사일, 전투기, 잠수함 등 북한이 전략적 도발에 활용할 수 있는 무기 관련 협력에 진전이 있었다는 뜻일 수 있다.


‘우주비행사 훈련’ 논의 왜?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원한다면 북한 우주비행사를 훈련해 우주로 보내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간 위성 개발에 주력했지만, 우주비행사는 그와 별개의 문제다.

이를 두고 정상적인 ‘우주 협력’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위성, 즉 장거리미사일 기술 협력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과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진전을 위한 시험발사를 할 때도 대내외적으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푸틴은 김정은을 만나기 전부터 회담 장소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도울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당장 위성 등 우주 개발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게 제한적일 경우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을 북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두 정상이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운수상, 무역·과학기술 협력 담당 배석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과 푸틴 간 확대정상회담에는 러시아 측에서 ‘운수상 위딸리싸벨리예브 동지’ ‘자연부원생태학상 겸 조로(북러)정부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로씨야측위원장 알렉싼드르꼬즐로브 동지’ 등이 배석했다. 또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은 김정은에게 러시아의 공항, 항구 등 수송시스템을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연회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뉴스1

배석자의 면면으로 미뤄 회담에서 항공과 선박을 이용한 북·러 간 무역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극동 지역 개발 협력이나 북한 내 열악한 운송 인프라 개선과 관련해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인프라 개발 협력은 북한의 주된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해외 노동자 송출과 직결되는 문제다. 코즐로프가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위원장’ 직함으로 자리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철도 협력 역시 김정은의 주된 관심사다. 2018년 3월 정부의 대북 특사단을 만났을 때는 KTX를 꼭 타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미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이 지난 2001년 7월 방러 때 푸틴과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에 합의하기도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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