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회색 코뿔소’된 화웨이 7나노

이은정 2023. 9. 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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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발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떨게 한 중국이 또다시 충격을 줬다.

지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건 중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28㎚(10억분의 1m) 이상 공정으로 만든 레거시(구형) 제품이다.

특히 중국이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이 레거시 및 자동차 칩 반도체 집중화 전략과 함께 자원 무기화로 미 동맹국 죽이기에 나선다면 한국이 최우선 타깃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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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칩·자원무기화 나서면
한국이 최우선 타깃 될 것
반도체 산업을 방패로 키워야

부동산발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떨게 한 중국이 또다시 충격을 줬다. 화웨이가 내놓은 신제품 스마트폰으로 말이다. 지금으로선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어떻게 뚫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역으로 화웨이의 실력을 입증했다는 건 분명하다. 중국에도 자신감을 준 게 확실하다.

일각에선 이번 제품이 미국 제재하에서 중국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이라며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는 오판이다.

지금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건 중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28㎚(10억분의 1m) 이상 공정으로 만든 레거시(구형) 제품이다. 스마트폰·자동차·군사 무기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며 전체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대응 전략도 레거시 제품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있다. 화웨이에서 불붙은 2차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중국이 레거시 제품으로 반격에 나선다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반도체 칩 부족으로 자동차 업체가 가동 중단했던 사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이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사실 첨단 반도체가 집결된 스마트폰과 서버 중심의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영향력은 크지 않다. 하지만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자율주행 전기차 분야를 보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이 2차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의 판을 자동차 칩으로 바꾸는 전략으로 판을 뒤집는다면 2차 미·중 반도체 전쟁의 끝도 가늠하기 어렵다.

중국 베이징 신라툰에 위치한 화웨이 매장 전경. (사진출쳐=김현정 베이징 특파원)

위험을 예상할 수 있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당하는 경우를 ‘회색 코뿔소’라고 한다. 화웨이가 다시 쏘아 올린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우리에겐 회색 코뿔소가 될 수 있다. 중국이 레거시 및 자동차 칩 반도체 집중화 전략과 함께 자원 무기화로 미 동맹국 죽이기에 나선다면 한국이 최우선 타깃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 몰린다면 반도체 동맹국인 미국이 나서줄까.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미·일 반도체 협정을 보면 미국은 첨단 기술 문제에서만큼은 양보도 동맹도 없었다. 이번에도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잘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전 세계가 반도체 패권을 놓고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사회 정서상 파격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며 맞대응하기 어렵다면 인프라와 환경을 최고로 만들 필요가 있다.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중국 쑤저우 산단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프라나 교육·생활·문화 환경 분야를 최첨단으로 건설한다면 인력 유치가 쉬워지고 생산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인재 확보 전략도 다시 짜야 한다. 중국엔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만 5만2000명이 있다. 한국의 7000명과는 비교가 안 된다. 미래 인재 풀도 풍부하다. 중국의 연간 대졸자는 1158만명이며 이 중 절반이 이공계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특성화대 설립도 각종 규제를 받으며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도 더는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반도체 재벌 특혜’를 반복하며 시간 끌기에 나서서는 안 된다. 반도체를 재벌 사업이 아닌 한국의 방패로 키워야 한다. 시장 판도가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이은정 콘텐츠 매니저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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