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사랑영화제 오늘 개막…어떤 영화 볼까
제20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SIAFF·siaff.kr)가 14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길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 화암홀에서 개막한다. 개막작은 ‘지저스 레볼루션’으로 미국 기독교 영화계의 선두주자인 어윈 브라더스가 연출한 영화다.
영화제는 올해 20번째 생일을 맞이함에 따라 주제를 ‘History’(역사)로 정했다. 그동안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 문화선교의 방향성을 준비하자는 의미에서다. 슬로건은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선’이다. 영화제는 19일까지 이어지며 개막작 이외의 모든 작품은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필름포럼 1관에서 상영된다.
영화제에서는 총 15편의 작품이 엿새에 걸쳐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모든 영화마다 씨네토크가 준비돼 있다. 단순 관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고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한 취지다.
개막작은 ‘지저스 레볼루션’이다. 1970년대 미국 10대 히피 공동체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영적 대각성 운동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올초 개봉 당시 미국 박스 오피스 3위를 기록하는 등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이번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폐막작으로는 일본의 ‘마이 대디’가 선보인다. 일본 영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기독교 영화다. 작은 교회 목사인 ‘카즈오’를 통해 기독교의 진정한 사랑을 표현해냈다.
올해는 ‘다문화’ ‘이민자’ ‘난민’ ‘생명 존중’ ‘입양’ 등 사회적 약자의 고충과 아픔을 그린 작품이 주를 이룬다. 덴마크 가정에 입양된 한국인 입양아가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조용한 이주’와 쿠르드족의 일본 이주 여정을 그린 ‘나의 작은 나라’, 죽음을 앞둔 어머니와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커밍 홈 어게인’ 등이 초대됐다.
개막작은 ‘지저스 레볼루션’으로 1970년대 미국 10대 히피 공동체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기독교 영적 대각성 운동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목사 척은 젊은 세대가 점점 사라지는 교회를 보며 교회가 죽어간다고 고민하던 중 딸 자넷이 우연히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만난 히피 청년 로니 프리스비를 만나게 된다.
척은 예수를 전하고 있다는 로니를 경계하지만 점차 마음을 열며 히피들을 위해 교회의 문을 연다. 수많은 히피 청년들이 교회로 들어오고 수천 명의 청년들이 세례를 받기 시작하면서 기독교 부흥 운동이 캘리포니아 전역을 휩쓸게 된다. ‘지저스 레볼루션’은 미국의 70년대를 휩쓸었던 기독교 부흥 운동을 드라마적 스토리와 함께 음악을 적절히 배치시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폐막작인 ‘마이 대디’다. 작은 교회 목사인 카즈오는 8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중학생 딸 히카리를 홀로 키우고 있다. 생계를 위해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교회의 각종 행사들도 딸과 단둘이 준비해야 하지만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즐거운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히카리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아빠와 딸 모두에게 고난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딸의 병을 낫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던 도중 알게된 사실로 인해 카즈오는 아빠이자 목회자로서 자아가 흔들리는 위기에 직면한다.
이방인이 다른 이방인의 시선으로 어느 재미 교포의 삶을 바라본 ‘커밍 홈 어게인’은 홍콩 출신 미국인 웨인 왕 감독이 연출했다. 암으로 죽음을 앞둔 엄마의 집에 머무르기로 결정한 뉴요커 창래는 잃어버린 엄마의 정체성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재미 작가 이창래의 소설을 원작으로, 작가 자신과 웨인 왕 감독이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고레에다 이로카즈 감독이 이끄는 영상제작집단인 ‘분부’ 소속 카와와다 엠마 감독의 상업 영화 장편 데뷔작인 ‘나의 작은 나라’는 쿠르드족 난민 고등학생 사랴의 일본 성장기이다.
덴마크 입양아 출신 말레나 최 감독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낸 ‘조용한 이주’는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어느날 덴마크 시골 마을에 떨어진 작은 운석은 이 농가에서 소를 키우는 한국계 입양아 칼처럼 이 작은 사회에 균열을 가져온다. 덴마크의 산천과 한국의 그것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슈퍼 16㎜ 필름 화면으로 구현해낸 자연의 모습은 영상미의 극치를 이룬다.
우크라이나 동쪽에는 이혼을 앞둔 부모들의 아이들을 돌보는 쉼터가 있다. 이 쉼터는 러시아와 한창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국가 기관이다. 이곳 아이들은 다시 부모에게 돌아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결국 부모들의 헤어짐으로 인해 다른 입양 기관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사랑에 목말라 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연출한 추상미 감독과 재난 전문 다큐멘터리 연출가인 이승구 PD가 ‘파편들의 집’이 그려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과 초대 관구장을 지낸 시몬 김성수 주교는 가장 낮은 이들의 곁을 지키고 함께 걷는 사람이었다. 1974년 우리나라 첫 발달장애인 특수학교인 성베드로학교를 설립해 초대 교장을 역임한 것을 시작으로 장애인과 소외된 이들을 위해 평생 살아온 그는 은퇴 후에도 강화도에 지적장애인 직업재활 공동체인 ‘우리 마을’을 세우고 ‘촌장’을 자처했다. ‘시몬, 김성수 : 우리는 최고다’에서는 김성수 주교 자신이 돌아보는 그의 인생뿐 아니라 그와 함께 삶의 여정을 걸어온 그의 가족, 지인, 성직자와 신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항상 낮은 곳에서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자 했던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강대진 감독의 ‘사랑의 원자탄’은 손양원 목사와 두 아들의 순교 일대기를 그린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1977년 11월 9일 개봉했다. 손 목사는 일제 하 6년의 옥고를 치른 뒤 다시 나병환자촌인 애양원으로 돌아와 그의 아내와 두 아들 동인 동신, 딸 동희와 함께 1000여명의 나환자를 돌보며 지낸다. 손 목사는 애양원 사역중 1948년 여순 사건으로 두 아들을 모두 잃고 큰 상실감에 빠진다. 그러나 그는 신앙의 힘으로 슬픔을 극복하고 아들을 죽인 안재선을 양자로 삼아 친자식처럼 보살피며 초월적 사랑의 정신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 ‘사랑의 원자탄’은 40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복원돼 특별 상영된다.
‘매스’는 배우 출신 감독 프란 크랜츠의 데뷔작으로 전 세계 영화제 43관왕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무차별 총격으로 자식을 잃은 피해자 부모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가해자의 부모를 만난다면 그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피해자의 부모는 가해자의 부모를 용서하기 위해 만남을 결심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부모는 막상 고통의 실체인 가해자의 부모를 마주하자 억눌려왔던 원망이 폭발해 그들을 추궁하고 공격한다. 이때 피해자 부모는 자책과 변명으로 대응하면서 그들은 각자의 고통과 슬픔을 쏟아낸다. 영화는 러닝 타임 대부분이 대화로 진행되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섬세한 심리 묘사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필름포럼은 최근 소개된 작품 중 다시 한번 주목해보면 좋을 영화와 하반기 국내 배급 예정인 신작을 서울국제사랑영화제 필름포럼 초이스 섹션에서 특별전 형식으로 선공개한다.
제2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출품작인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과 장편 대표작 ‘미쓰 홍당무’를 함께 상영하고 이 감독과 단편 출연배우 최희진 서영주가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또 최진영 감독의 제13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단편 경선 출품작인 ‘반차’와 최 감독의 대표작 ‘태어나길 잘했어’의 상영 이후에는 ‘반차’의 주인공 배우 윤경호 이안나와 최 감독이 관객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올타임 베스트 영화인 ‘드롭박스’가 폐막식에 앞서 특별전으로 소개되며, 영화의 주인공인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가 나와 관객들을 만난다. 통일이 빛 평화의 다리 프로젝트의 2022년 사전제작 지원 당선작인 ‘백두대간’도 특별 상영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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