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북·러 밀월, 시험대 오른 안보전략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94년 6월 2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넘겨받은 6·25 전쟁 문건에는 1949년 3월, 북한을 장악한 김일성이 소련에 원조를 요청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한 행적이 담겨 있다.
대통령실은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북한은 물론 러시아, 중국과의 외교 방향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관계 개선 시도할 적기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끌어내야
1994년 6월 2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넘겨받은 6·25 전쟁 문건에는 1949년 3월, 북한을 장악한 김일성이 소련에 원조를 요청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한 행적이 담겨 있다. 김일성은 무력으로 남한을 침공해 한반도를 통일시키겠다는 비밀 계획을 스탈린에게 밝히며 지원을 요청했고, 이는 1년여 뒤 6·25 전쟁으로 이어졌다.
'전쟁 촉발'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의 행보를 감안하면 한반도의 위기감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과 러시아는 또다시 밀월을 통해 군사협력뿐만 아니라 식량, 북한 노동자 파견 등 경제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김 위원장이 "전선에 러시아와 함께 있겠다. 러시아군과 국민이 악에 맞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도 불가피해졌다. 러시아는 부족한 물자를 지원받게 됐고, 4년 전 미국과의 핵 담판 실패 후 국제사회와 홀로 싸우던 김 위원장의 입지도 180도 달라졌다.
'왕따 동맹', '러시아의 구걸', '악마의 거래'라는 비난이 이어지지만, 이번 북러 정상회담으로 힘의 균형이 없었던 북·중·러 3국의 밀착 형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내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것으로 예고되면서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안보 전략까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출범 후 모든 외교 무대에서 북한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촉구했던 윤 정부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안보 지형과 맞닥뜨리게 됐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한·미·일 공조 체제를 갖췄지만, 지리적으로 가장 전면에 위치한 우리로서는 김 위원장의 '5대 국방과업' 중 남은 과제인 핵 추진 잠수함 건조 및 정찰위성 개발을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실은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북한은 물론 러시아, 중국과의 외교 방향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마저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러시아의 "북한과 유엔 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에 현 안보 전략의 전면 재검토까지 제기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이 북러 정상회담에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할 최적의 시기일 수도 있다. 이번 북러 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폭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가 되고 있는 만큼, 우리로서는 북·중·러 체제의 밀도를 낮출 수 있는 기회다.
판은 깔려 있다. 지난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해 건설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제는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를 끌어내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해야 할 순서다.
기민하고 과감한 새 안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국내 정치권의 도움도 절실하다. 엄중한 상황임에도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정권과 군령권을 통수하는 국방부 장관의 자리가 정쟁용 도구로 전락한 상황은 안타깝다. 안보 공백을 우려해 사표도 수리되지 않은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 재추진을 저울질 중인 국회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 키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정치부 배경환 차장 khba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수지 입간판만 봐도 눈물 펑펑"…수지 SNS에 댓글 남긴 여성이 공개한 사연 - 아시아경제
- 세계 최대 호수에 떠밀려온 16m 고래사체…수천명 몰려든 이유 - 아시아경제
- 트럼프 손녀 "머스크는 이제 삼촌…한 가족이에요." - 아시아경제
- "저거 사람 아냐?"…망망대해서 19시간 버틴 남성 살린 '이것' - 아시아경제
- "명태균게이트의 핵심은 여론조사?"…박은정 "조작의혹, 합수본에서 수사해야" - 아시아경제
- "문제풀이용 아이패드 사주세요"…등골브레이커 된 ‘태블릿 PC' - 아시아경제
- 대전 학원가 보고 비관론 굳은 황동혁 "현실이 끊임없는 오징어 게임" - 아시아경제
- 후진주차하다 고양이 죽자 남의 집에 버린 비정한 이웃 - 아시아경제
- 알리는 중국 직구만?…"광군제서 韓 제품이 매출 절반 차지"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