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에 대한 비난, 실상은 이렇습니다
[김행수 기자]
이게 문제야!!! 맘대로 연가도 낼 수 있고,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일찍 퇴근하고, 방학 때 해외여행 다니고 그러고 싶어서 교대 갔잖아?? 좋고, 편안하게 일하려고, 머리 좋으니까!! 다 힘들게 산다. 너희들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책임감 있게 일해, 자신 없으면 퇴직하고... (푸ㅇㅇㅇ)
꼴값들 떨지마라. 방학 때는 놀고먹으면서 학생들한테 수업까지 빼먹냐? 무조건 요구만 하지 말고 너넘들도 반성부터 해라 (sgsg1003)
저딴 게 무슨 교사고 교권 타령이니? 그냥 교사 때려쳐라 한심한 넘들아 (로ㅇ)
좌빨 교육감과 전교조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개선이 되겠어요? (지ㅇㅇ)
학생이 우선이다. 선생님들에 요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 집단은 북한의 선전선동 전략에 협조하는 자들이다. (날ㅇㅇㅇ)
9·4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가한 교사에 대한 포털 언론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다. 고인이 된 교사의 추모에 공감을 표시하고 교권 보장에 동의하는 내용도 많이 있었지만, 또 한 편에는 이렇게 교사를 조롱하고 허위 사실로 교사를 매도하는 글들도 많다.
교사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인식을 정리하면 "세계 최고의 임금을 받으면서, 방학에 놀면서 세금으로 월급 받아 해외여행 다니며, 촌지 받고 학생 체벌(폭행)하면서 퇴직 후에는 넉넉한 연금 받으며, 황제처럼 사는 무능하고 게으른 집단 그리고 전교조라는 좌익 빨갱이 노조에 가입하거나 동조하는 자들"이다.
단지 온라인 공간에서만 이런 것이 아니다. 2023년 대한민국 교사들은 오프라인에서도 실시간으로 이런 인식을 온몸으로 느끼고 산다.
어느 순간 교사는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조롱과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 문제 교사 개인이 아닌 교사 전체에 대한 비아냥이나 조롱이라는 느낌마저 들 때가 많다.
▲ 9·4 공교육 멈춤의 날 기사에 달린 교사 비난 댓글. |
ⓒ 해당 게시판 |
방학이 문제?
"교사에게는 방학이 있잖아, 방학마다 교사들 해외 여행가잖아, 열 달만 일하고 1년 월급 받잖아"라는 비아냥은 교사에 대한 대표적인 그러면서도 참기 힘든 모욕 중 하나이다.
방학은 교사들이 요구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해서 제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방학이 있고, 방학에는 수업이 없다. 영어로 vacation, 불어로 vacance의 어원이 "비어있다"인 이유다. 방학에는 학교에 학생이 없고, 학생이 없으니 교사가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방학 없는 나라도 없지만 방학에 교사에게 학교에 나오라고 하는 나라도 없다. 그런 나라를 들은 바도, 본 바도 없다. 방학을 이유로 교사 전체에 대해 이런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상황에서 최근 교직 사회에서는 "차라리 방학 없애자"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사들이 방학을 달라고, 방학을 더 늘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방학은 교사들의 요구라기보다 교육 당국, 국가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방학이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 없다면 정부에서 법을 바꿔 방학을 없애면 된다.
교사들이 방학에 놀면서 혈세로 월급 받아 해외여행 다닌다는 비아냥도 그렇다. 교사가 방학에 자기 돈으로 해외여행 가는 것이 무슨 문제라는 말인가? 일반 국민은 (재정적 여건만 허락되면) 1년 중 어느 때나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시간만큼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
그러나 교사는 학기 중에 해외 장기 여행은 꿈도 못 꾼다. 학기 중 해외여행을 위한 휴가 자체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노동자 중에 유일하게 사유를 따져서 휴가의 허락 여부가 결정되는 노동자가 바로 교사이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경찰도, 소방관도 사유를 따져서 휴가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일부 해외여행을 방학에 가는 교사들은 '성수기'라서 비싼 비행기 값에, 비싼 숙박비를 내고 가야 한다. 물론 개인 돈으로 간다.
교사들의 해외여행은 둘 중 하나다. 첫째는 사적인 개인 여행인데 자신의 연가 일수 범위 내에서 학교장에게 신고한 후에 가야 한다. 둘째는 자율연수라는 것으로 이는 학교에 계획서를 내어 승인받고, 다녀온 후에는 보고서까지 낸다. 물론 교육 목적이 포함되어야 한다. 연수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이 역시 개인 돈으로 가야 한다.
정말 교사들이 방학에 해외여행 다니면서 놀기만 하고 있을까? 내가 25년 동안 근무한 고등학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보면 교사들의 방학은 이렇다.
1정연수나 부전공연수 같은 장기 연수나 장단기 각종 연수가 방학에 배치되어 있다. 또 모든 방학에 방과후학교가 있어 이것 때문에 나오기도 하고, 생활기록부 작성 때문에 나오기도 한다. 3학년 담임의 경우 진학 상담 때문에 여름방학을 통으로 학교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다. 거의 모든 교사들이 방학 중 학기나 학년 평가 마무리와 다음 학기·학년 수업 준비를 한다. 요즘은 거의 모든 시도교육청에서 신학기 준비 연수라는 것을 하고 있다.
이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든 교사들이 방학에 단 하루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심지어 모든 교사들이 방학마다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으로 안다. 방학에 출근도 안 하고 논다고 욕먹고, 여행을 간다고 욕먹는다. 그것도 국민 혈세 받아 해외에 놀러다닌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백 보 양보하여 교사가 방학에 자기 돈과 자기 시간 들여서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 4일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추모제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와 시민 등 참배객들이 헌화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
ⓒ 권우성 |
교사에 대한 비아냥 중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연금이다. 근무할 때는 세계 최고의 임금을 받고, 그나마 방학에는 일도 안 하고 월급을 받으며, 퇴직 후에는 국민 혈세로 넉넉한 연금 받아서 황제 같은 노후를 보낸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런 비아냥 역시 교사로서 동의할 수 없고 사실도 아니다.
우리나라 교사의 임금 수준이 세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높은 수준에 속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 등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각 나라의 국민소득이나 상대적인 물가 수준 같은 경제 지표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였느냐 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업과 학생 지도 외에 각종 행정업무를 한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 우리나라 교사의 임금 구조가 상후하박(연차가 높아질수록 임금이 상승한다는 점)이라는 점 등 세부적인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처럼 교사가 직접 학부모의 민원을 대응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언론의 자극적인 제목만 보고 대한민국 교사의 월급이 세계 최고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비아냥의 대상인 연금 역시 비슷하다. 교사로 퇴임한 이들이 대부분 200만 원이 넘는 연금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 국민의 국민연금 수령액이 200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교사들이 많은 연금을 받아 특혜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사의 높은 연금 수령액을 일방적으로 욕하기 어렵다.
일단 교사들은 일반 국민보다 연금보험료, 즉 납입금이 2배나 많다. 교사들은 자기 월급의 9%를 연금보험료로 내는 데 비해 일반 직장인들은 4.5%를 낸다. 평소에 내는 금액이 2배이니 나중에 받게 되는 것도 2배일까? 2배나 많이 내지만 실제로 받는 것은 1.7배이다. 즉, 교사는 많이 내는 것에 비해 일반 국민보다 그만큼 많이 받지는 못한다.
교사 개인이 부담하는 만큼 국가에서 연금보험료를 납입해 준다며 이것이 특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건 교사라서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에 국가 공무원의 사용자로서 국가가 연금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이다. 일반 국민도 개인이 내는 연금보험료만큼 사용자인 고용주가 부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건 교사에 대한, 공무원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고용주의 의무이다.
교사의 연금 수령액이 일반 국민보다 많은 두 번째 이유는 납입 기간의 차이이다. 교사는 대부분 30년 넘게 연금을 납입하기 때문에 연금 수령액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는 것이다.
또 하나 언론이 무시하고, 국민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교사는 퇴직금이 없다는 점이다. 교사 정도의 학력이나 경력을 가진 일반 직장인은 30년 근무하면 퇴직금이 수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교사는 퇴직금이 없고 퇴직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일반 직장인보다 적은 금액을 받는다.
연금공단에 알아보니 교사 25년 차인 필자의 퇴직 수당은 5600만 원 정도다. 착각하면 안 된다. 5억 6000만 원이 아니라 5600만 원이다. 일반 직장의 희망퇴직처럼 교사도 일반 의원면직이 아니라 학기별, 학년별로 하는 명예퇴직을 하면 별도의 명예퇴직금을 받을 수는 있다.
2022년 25년 차인 필자가 납입한 1년 연금보험료가 707만 원이다. 그러니까 국가가 절반을 부담한 것까지 하면 작년에만 1400만 원 정도, 올해에는 1500만 원 정도의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이런 수준으로 30년 이상을 계속 납부하고 나서 받는 것이 교사의 연금 수령액이다.
일반 직장인이 받는 수억 원의 퇴직금도 없고, 평소 연금보험료는 일반 직장인의 2배나 많이 납부하면서 정작 받는 것은 수천만 원 수준의 퇴직 수당과 일반 직장인 대비 1.7배의 연금이라고 하면 그리 많다고, 그리 특혜라고 할 것도 없어 보인다.
그나마도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무슨 사유이든 파면, 해임 등에 해당하는 징계를 당하면 최대 1/2까지 연금 수령액이 삭감된다.
▲ ‘공교육 멈춤의 날 -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가 4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 권우성 |
4만 > 13만 > 50만.... 교사 수와 관련된 엉터리 산수
이번 수십만 교사들의 울분에 찬 집회에 대해 "전교조의 사주에 놀아난 뭣 모르는 교사들"이라는 댓글이 많았다. 참으로 어이없다.
전교조 조합원인 교사가 현재 4만 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교사의 1/10도 안 된다. 그나마 자체 공개 기준 13만 명이라는 교총은 도대체 학교에서 뭘 하길래 맨날 4만밖에 안 되는 전교조 탓에 학교가, 대한민국 교육이 좌지우지된다고 하는 걸까? 납득하기 힘들다.
9.4 공교육 멈춤의 날을 비롯하여 주말마다 지속된 교사들의 집회에 전교조 깃발은 없었다. 집회를 준비하는 운영진 역시 전교조 간부들이 참여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다 전교조 탓"이라고 우기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전교조 조합원들의 10배가 넘는 일반 교사들은 모두 최소 4년제 대학을 나왔고, 석사와 박사가 수두룩하다. 그들이 전교조 교사의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몰려다닌다는 말인가? 전교조에 대한 아니 대한민국 교사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교사들의 한숨과 눈물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자업자득'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촌지 받고 체벌을 빙자한 폭력을 일삼은 결과가 교권 축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주장 역시 교사로서는 억울하고 참기 힘든 모욕이다. 지금의 40~50대 이상의 국민들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면 모를까, 학교에서 촌지와 상습적 폭행이 거의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지금도 가끔 그런 교사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런 문화가 교직 사회에 만연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런 교사가 있다면, 학부모나 학생의 전화 한 통이면 바로 징계, 나아가 교직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지금도 교사들이 촌지나 받고 학생들을 폭행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참으로 슬프다.
근거 없는 조롱과 비난에, 악성 민원과 고소·고발에 교사들은 지쳤다. 존경도 필요 없고 조롱도 필요 없다. 교사가 바라는 것은 교사들을 헌법에 의하여 똑같은 기본인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 그리고 똑같은 노동 기본권을 가진 교육 노동자로, 똑같은 정치 기본권을 가진 시민으로 대해 달라는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에게 환자 치료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듯 교사에게 학생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교권 보장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된 것임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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