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가 석자’ 中…북·중·러 밀착 '핵심 고리→ 약한 고리'

구채은 2023. 9. 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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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북러 정상회담에 '거리두기'
"중국 최대 난제는 경제회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관계가 공고해진 가운데 북·중·러 3각 동맹의 핵심고리였던 중국의 ‘침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의 뒷배이자 북한의 후견국’으로서 역할을 해왔지만, 북한 전승절을 기점으로 애매모호한 ‘거리 두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고립과 경제 위기 등으로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짙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중, 북러 관계에 상당기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4일 외교가에 따르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고 선을 그은 뒤 북·러 회담에 대한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중·러 3국 군사훈련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봤을 때 성사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중국 당·정부 대표단이 지난 7월27일 전승절 기념식에 보낸 인사들의 ‘격’을 크게 낮춘데서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류궈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이 방문은 5년 전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식과 비교하면 권력서열이 낮아졌다. 2018년 당시엔 중국 최고지도부 일원으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 시진핑 국가주석 특별대표 자격으로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했다.

中 우선순위 경제회복…북러 거리두기 시작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과 연대, 러시아와의 교역을 이어가되 서방으로부터의 고립, 미국발(發) 공급망 이합집산의 위기 등을 고려해, 북·중·러 연합의 전략적 이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주재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의 가장 큰 난제는 경제회복이고, 이를 위해선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급선무인 상황”이라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도 에너지 자원 공급처로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개입 범위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 중국 경제는 부동산 개발업체 채무불이행(디폴트)과 파산과 투자, 소비 위축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등 경제 성장동력이 전부 부진한 상황이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올해 성장률을 약 5%로 예상했으나 수출은 지난 4개월 동안 감소했고, 부동산 시장 위기로 인해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경제성장 전망을 낮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올해 상반기 5.5%, 지난해 3% 성장에 이어 올해도 5% 안팎의 성장을 내다봤지만, 일부 기관에서는 올해 초나 작년 말부터 전망치를 최저 4.5%로 하향 조정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북·중·러 삼각편대의 구심점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약한고리’가 됐다는 진단이다. 그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한·미·일 협상력을 높여왔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 6월 방중을 기점으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진단이다.

북중러의 약한고리 부각…3각 동맹 한계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중국이 북러와의 군사적 협력 강화에 힘을 보탤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에 기인한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받아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올해 3월 모스크바를 방문, 푸틴 대통령을 만나 중러 간 경제·무역 분야 협력 수준을 높였으나, 군사적 지원엔 선을 그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다. 서방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북러 간 전략적 연대에 가담할 명분이나 이유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북한과 러시아는 각각 핵미사일 개발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와 비난을 받으며 외교적 명분을 많이 상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이 필요 이상으로 동조할 경우 자칫 국제사회에서 '격'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면치 못할 수 있다.

이는 북·중·러 3각 협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진영 대결보다 미국과의 양자 대결에서의 승패가 중요한 중국은 군사협력 중심의 북·중·러 3각 협력의 범위가 확장될 경우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셈법이 나올 수 있다. 한·미·일 공조에 화살을 겨누며 공조를 과시하는 북·중·러 동맹의 ‘빠진 고리’가 중국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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