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착륙 전망에 '경고장'…블랙록 "경기침체 이미 시작"

권해영 2023. 9. 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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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침체는 이미 시작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근 진단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릭 라이더는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지난 12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의 약 75%는 미국 경기의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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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 연착륙 전망 확산하는데
고용둔화 조짐에 우려 고개
'월가 황제' 다이먼도 "호황 지속 믿는 건 엄청난 실수"

"미국 경기침체는 이미 시작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근 진단이다. 실업률 상승 등 고용시장 위축 조짐이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이르면 올해 연말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는 경고다. 여기에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오름 폭이 둔화한 것도 미 경제가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에 자리잡은 미 경제 연착륙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분석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릭 라이더는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시장에서 처음으로 느슨함이 확인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경기 침체 위험을 무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침체의 가시적인 징후를 보고 있다. 침체는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도 고용시장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빈센트 모르티에 아문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침체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관건은 침체가 얼마나 깊고 오래 지속되느냐 여부"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양대 자산운용사는 최근 실업률 상승에 주목했다. 8월 미국 실업률은 3.8%로 전월(3.5%)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구직자 증가로 실업률이 상승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들 운용사는 침체의 전조로 해석했다. '고용 둔화→소비 감소→기업 이익 악화→다시 고용 둔화'란 악순환의 전조 증상으로 판단한 것이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심각해 확장재정을 통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모르티에 CIO는 "미국 소비자들은 지쳐 있다"며 "(기업들에) 재융자의 벽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지난 11일 "미국 경제가 현재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몇년간 지속될 것으로 믿는 건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최근 블랙록과 아문디는 미 국채 비중을 높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보고 국채 가격이 상승(=채권금리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한 것이다. 미 경기 침체로 달러 가치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월가의 경기 예상과 배치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지난 12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의 약 75%는 미국 경기의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조사 당시 68%에 비해 늘었다. 옐런 장관도 지난 10일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란 확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착륙을 예상하든, 침체를 점치든 고용과 관련해선 판단이 엇갈리나, 인플레이션 불길이 잡혔다는 부분에서는 컨센서스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전월(3.2%)보다 0.5%포인트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승했는데, 국제유가가 치솟은 결과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4.3%로 전월(4.8%)보다 둔화됐다. 월가에서는 Fed가 눈여겨 보는 근원 CPI가 하락하면서 오는 19~20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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