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닫는 금강 보 수문...돌아왔던 멸종위기종들 어찌 되나
금강 보 수문을 열면서 토종 민물고기이자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등이 되돌아오고 서식 범위도 점차 넓어졌지만, 다시 자취를 감출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지난 정부의 보 철거 방침을 철회하고 공주보 등의 수문을 다시 닫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종환경운동연합과 수달과 함께 사는 금강 시민행동(준)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금강 본류의 세종시와 충남 공주시 구간 주요 5개 지점에서 시민과학자 등이 물고기를 조사했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수마자와 미호종개의 서식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흰수마자·미호종개 서식 확인
이들 물고기는 이물질이 없는 깨끗하고 고운 모래 강에서, 비교적 물살이 센 여울에서 산란하며 서식한다.
위협을 느끼면 강 바닥 모래 속에 몸을 숨기기도 한다.
하지만 보 수문을 닫고 강이 호수로 바뀌면 강바닥에 펄이 퇴적돼 이들 물고기가 서식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금강의 보 수문을 개방하면서 금강이 모래 강의 모습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2019년 4월 국립생태원 조사에서 자취를 감췄던 흰수마자가 세종보 직 하류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2년 전 1000마리 넘는 흰수마자 확인
당시 조사에서 미호강 최하류 합강 일대에서 44마리, 세종보 직하류에서 68마리, 공주 정안천 합류지점에서 170마리, 공주 유구천 합류지점에서 287마리, 공주시 이인면 만수리 지점에서 130마리, 공주 탄천면 대학리 지점에서 137마리 등이 확인됐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2021년 말 한국생태학회에서 포스터로 발표됐다.
"펄 쌓이면 미호종개는 살 수 없어"
특히 미호종개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서식지마저 없어져 결국 멸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합강 일대는 지난해 수자원공사에서 미호종개 치어를 방류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들 단체는 멸종위기종과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는 담수(물 채우기)와 강바닥 준설, 하천 개발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
세종환경연합 등은 "백제보와 공주보의 담수는 물론 세종보 재가동 준비도 즉각 멈춰야 한다"면서 "금강을 유원지화하고 공원화하겠다며 벌이는 무분별한 하천 개발도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환경부가 오히려 이들을 말살하는 범죄와 범법을 일삼아서는 안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환경부 '보 철거' 뒤집기 시동
지난 5일 개정안 공청회에서는 공청회 개최를 저지하는 환경단체 활동가 5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공주시는 오는 23일부터 열릴 예정인 백제문화제를 위해 지난 11일 공주보 수문을 닫고 단계적인 담수 조치를 시작했으며, 이 지역 35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 행동'은 담수 철회를 촉구하는 천막 농성으로 맞서고 있다.
이들 단체는 "공주시가 공주보 담수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녹조 띠가 발생했다"며 "높은 기온에다 수문을 닫으면서 유속이 느려진 탓"이라고 주장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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