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당뇨약 제네릭...포시가-자누비아 의사들 선택은?
오리지널-제네릭 보유사 경쟁도 치열
지난 4월 특허가 만료된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약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제네릭은 약 150개, 이달 초 특허 만료된 DPP-4 억제제 계열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의 제네릭은 약 240개에 달한다.
포시가는 1000억원, 자누비아는 17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시장이 형성된 품목이고, 제네릭 매출은 제약사의 '캐시카우(Cash Cow)'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피 터지는' 경쟁이 전망된다. 포시가 제네릭은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자누비아 제네릭은 출시 대기 중인 상황이다. 이 전쟁에서 승기는 누가 쥐게 될까? 헬스조선이 내과전문의들에게 어떤 약을 선택할지 직접 물어봤다. 이해관계를 배제하기 위해 인터뷰는 모두 익명으로 게재한다.
◇신규 환자에만 '제네릭 고려' 대세… 오리지널 고집도 다수
대부분의 내과 전문의들은 포시가와 자누비아 모두 신규 환자에게만 제네릭 처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리지널 약을 사용하는 환자의 약을 제네릭으로 변경했다고 혹은 변경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한내과의사회 임원 A씨는 "신규 환자엔 제네릭 처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원래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효과나 부작용 측면을 고려할 때 기존 환자의 약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다"며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기존 환자의 오리지널 약을 제네릭으로 바꿀 일은 없다"고 말했다.
대한내과의사회 임원 B씨도 "포시가 제네릭도 신규 환자에만 처방했었고, 자누비아 제네릭도 그럴 예정이다"고 밝혔다. B씨는 "오리지널 약을 굳이 제네릭으로 변경할 이유가 없지만, 제네릭도 충분한 검증절차를 거쳐 출시된 약이기에 신규 환자엔 처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기준으로 제네릭을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엔 가격이 가장 큰 선택 기준이라는 이들이 많았다. 회사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포시가 제네릭(복합제 포함)으로는 보령 '트루다파', 동아에스티 '다파프로', 한미약품 '다파론', 종근당 '엑시글루, 대원제약 '다파원' 정도다. 자누비아 제네릭을 보유한 주요 제약사로는 보령, 대웅바이오, 대원제약, 동화약품, 일동제약 등이 있다. 포시가 제네릭을 보유한 제약사는 자누비아 제네릭도 보유한 경우가 많다.
B씨는 "당뇨약은 사실상 평생 먹어야 하기에 약가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고려사항이다"고 밝혔다. 그는 "제네릭 출시로 오리지널 약가도 인하돼 그 차이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도 장기간 약을 복용하는 환자 입장에선 그 차이가 크다"며 "포시가의 경우, 약가 때문에 제네릭으로 약을 변경한 후 약값이 싸졌다며 좋아한 환자들이 실제로 있다"고 말했다.
내과 전문의 C씨도 "오리지널 약을 선호하지만 포시가는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가 차이가 꽤 있어 신규 환자엔 제네릭을 처방했다"며 "제네릭의 최대 장점은 약가이기에, 제네릭을 처방할 땐 장점이 두드러진 제품을 먼저 고려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내과 전문의 D씨는 "믿을만한 회사의 제품인가를 따져 제네릭을 선택한다"며 "제네릭은 다 비슷하다지만 모두 같은 약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품목인 포시가와 자누비아 제네릭 출시 이후 너무 많은 영업사원이 병원을 자주 찾아와 불편함은 있으나, 그래도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회사의 제품을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신규환자에게도 제네릭은 처방하지 않겠단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다만, 포시가 제네릭과 자누비아 제네릭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약가 때문이었다. 포시가의 경우, 오리지널 포시가의 약가 상한금액은 734원, 제네릭은 262~393원 수준으로 가격차이가 크다. 반면, 자누비아의 경우 25mg 기준 오리지널이 261원, 제네릭이 254원으로 그 차이가 크지 않다.
대한내과의사회 임원 C씨는 "포시가의 경우, 오리지널보다 제네릭의 약가가 훨씬 저렴한 경우가 있어 일부 신규 환자엔 제네릭을 처방했다"며 "그러나 자누비아는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가차이가 거의 없어 제네릭 가격이 획기적으로 인하되지 않는 이상 제네릭을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내과 전문의 D씨는 "데이터가 풍부한 오리지널 약이 있는데 굳이 제네릭을 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D씨는 "효능·효과와 안전성이 동일하다는 시험을 거쳤다고는 하나 그래도 제네릭은 제네릭이라 생각한다"며 "제네릭이 가격 측면에서라도 크게 이점이 있다면 사용을 고려하겠으나, 제네릭 출시로 오리지널 약가도 인하돼 둘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출혈 경쟁 겪은 포시가 제네릭, 자누비아는 눈치 싸움
신규 환자 위주의 제네릭 처방만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포시가 또는 자누비아 제네릭을 보유한 제약사의 경쟁은 뜨겁다. 일부 포시가 제네릭 경쟁은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만큼 치열했다.
실제로 보령과 아주약품은 부적절한 광고·홍보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광고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두 회사는 자사의 제네릭이 오리지널인 포시가와 달리 만성 심부전, 만성 신장병 적응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오리지널과 같은 적응증을 갖고 있다고 의사 등을 대상으로 광고한 사실이 적발됐다. 행정처분을 받은 품목은 ▲보령의 '트루다파정 10mg(다파글리플로진비스L-프롤린)', '트루다파엠서방정 10/500mg(다파글리플로진, 메트포르민)', '트루다파엠서방정 10/1000mg' ▲아주약품의 '다파릴정 5mg(다파글리플로진프로판디올수화물)', '다파릴정 10mg(다파글리플로진프로판디올수화물)', '다파릴듀오서방정 10/500mg, 다파릴듀오서방정 10/1000mg'이다.
포시가의 선례 때문인지 자누비아 제네릭은 출혈경쟁이 다소 덜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누비아 제네릭을 보유한 보령, 대원제약, 한미약품 등 다수의 제약사는 매출 목표를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오리지널 강세 여전, '굳히기' 들어가는 대웅·종근당
제네릭 보유사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으나, 현장은 아직은 오리지널이 굳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포시가는 제네릭 출시 이후 오히려 매출이 늘었고, 제네릭이 아무리 출시되더라도 자누비아를 처방하겠단 의사도 많다.
오리지널 제품의 한국 판권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들은 이 같은 분위기를 굳히겠단 계획이다. 현재 포시가와 그 복합제인 직듀오는 대웅제약이, 자누비아는 종근당이 국내 판매·유통을 갖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포시가는 국내 뿐만 아니라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중, 전 세계적으로 지난 3년간 처방액이 증가하는 SGLT-2 계열의 대표 품목이다"며 "당뇨병뿐만 아니라 심부전/신부전 적응증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국내 환자들에 인정받는 치료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자누비아 국내 판권을 가진 종근당도 보다 적극적인 영업을 예고하고 있다. 종근당은 올해 5월 '자누비아 패밀리'라고 불리는 자누비아와 그 복합제인 자누메트, 자누메트XR의 국내 판권·유통권·허가권·상표권·제조권 등의 라이선스를 받은 바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자누비아 제네릭이 대거 시장에 출시됐기에 오리지널 자누비아의 매출을 전망하긴 어려운 상황이다"면서도 "자누비아 패밀리의 판권을 모두 이전받았기에 앞으로 오리지널인 자누비아의 판매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선에선 오리지널 품목 보유 제약사의 움직임이 이전과 달라짐을 체감하고 있다.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 중인 내과 전문의 E씨는 "오리지널 제품은 영업이 사실상 필요 없는 제품들이다 보니 국내 영업을 맡은 대웅제약이나 종근당의 영업 형태가 달라진 건 없다"면서도 "제네릭 출시 이후 오리지널 제품 보유사의 영업사원 방문이 다소 늘어난 건 체감한다"고 밝혔다. E씨는 "대웅과 종근당은 영업력이 굉장히 좋고, 국내 유통권을 잡고 있어 제네릭이 시장을 기존 비집고 들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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