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주담대 심사 때 건강검진 결과까지 봐야하나" 와글와글

주담대 50년 만기 '명백하게' 상환 능력있는 사람만
'상환능력 = 나이·기대여명' 설정 논란

"사회초년생인 서른살이 50년 만기로 집을 산다고 해도 80세가 다 돼야 갚을 수 있는데, 퇴직 연령이 65세인 상황에서 이 사람의 상환능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나요?"

"60대가 40년짜리 주담대를 받으면 만기 때 100살이 넘는데 나이로 상환 능력으로만 따질 거면 아예 은행에서 빌려주질 말아야지요."

(14일 인터넷 재테크 커뮤니티)

금융위원회가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만기 50년짜리 상품은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명백하게' 입증되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상환능력의 기준은 나이와 은퇴 시점인데다, 주담대 만기 자체가 수십 년에 달하기 때문에 어떤 연령대에 적용해도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13일 발표한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에서 대출자가 본인의 상환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8월 사이 팔린 50년 만기 주담대가 대출 한도를 늘려 DSR 규제를 피하는 수단이 됐다"며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50년 만기 주담대를 '종합문제세트'로 지목한 배경은 이렇다. 이 상품은 올해 총 8조3000억원이 공급됐는데, 이중 차주 단위 심사가 미미한 집단대출 비중이 55%에 달했다. 이용 연령층을 보면 40~50대 비중이 57%였고, 60대 이상도 13%에 달해 20·30대(30%)보다 훨씬 높았다. 무주택(48%)보다 기주택(52%)자가 더 많이 이용한 점도 시세차익 목적이란 의심을 산 대목이다.

그렇다고 50년 주담대를 아예 은행에서 못 팔게 하진 않았다. 다만 상환능력이 명백하게 입증되는 경우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장기 주담대 취급 시 대출 상환 전 기간 중 차주가 충분한 상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고, 차주의 기대여명과 은퇴 시점을 감안해 만기를 설정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가 밝힌 원칙이다.

부동산 가격하락세와 거래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14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상가에 아파트 매물 시세가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금융위 관계자는 '명백하게'의 기준에 관해 "정책 대출에서 운영하는 50년 만기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연령대가 될 것"이라며 "은행별로 퇴직연금을 포함해 다른 상환 능력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을 보탰다. 현재 특례보금자리의 경우 50년 만기 주담대는 만 34세 이하만 이용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주담대 상품 판매에 '나이별' 기준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내려오자 당황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환 능력 심사를 할 때 차주의 수명이 어느 정도 되는지가 중요한데, 이럴 거면 건강검진 결과도 은행이 매년 받아서 평균 연령만큼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따져봐야 더 명백한 거 아니냐"며 "주담대 상품 판매 기준이 나이가 돼버리니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위는 채무상환능력 심사 기준을 제시하며 해외사례로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의 '책임대출'을 거론했다. 그런데 여기도 나이와 직결되는 기대여명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대출 기간 동안 고객의 소득과 지출이 변동될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 '고객의 은퇴·해고·다른 대출의 상환 일정을 고려해야 한다', '대출만기가 고객의 은퇴 시점을 초과하면 장래 소득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등이 주요 내용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