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곡예와 장애인 공동체…헨리 나우웬의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우성규 2023. 9. 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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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 아찔한 높이에서 공중그네(Trapeze) 곡예가 펼쳐진다.

나우웬과 함께 장애인 돌봄 공동체 데이브레이크에서 일한 캐럴린 휘트니브라운이 나우웬의 유고(遺稿)를 기반으로 네덜란드의 한 호텔에서 응급조처를 받는 나우웬의 모습과 공중그네 곡예에 빠져드는 과거를 이중나선 구조로 엮어 저술한 논픽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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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다, 떨어지다, 붙잡다/헨리 나우웬, 캐럴린 휘트니브라운 지음/윤종석 옮김/바람이불어오는곳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머리 위 아찔한 높이에서 공중그네(Trapeze) 곡예가 펼쳐진다. 날아가는 사람 셋이 그네를 잡고 발판을 떠나 공중에서 회전하며 공중제비를 선보이면, 잡는 역할의 사람 둘은 머리를 바닥으로 향하고 무릎으로 그네에 매달려 있다가 날아오는 사람을 안전하게 붙잡는다.

이때 날아온 사람은 아무 일도 해선 안 된다. 자기 몫을 다해서 날아왔으니 이제 믿고 손만 뻗으면 된다. 믿으면 잡아주는 사람이 알아서 끌어올려 준다. 날아온 사람이 무리하게 손을 뻗어 잡는 역할의 사람 손을 움켜쥘 경우, 손목이 뒤틀리고 팔뚝이 부러질 수 있다. 나는 사람은 날아야 하고, 잡는 사람은 잡아야 한다. 나는 사람은 잡는 사람이 알아서 해 줄 것을 믿고 양팔을 내밀어야 한다.

헨리 나우웬. 사진=바람이불어오는곳 제공


20세기를 대표하는 영성 작가 헨리 나우웬(1932~1996)은 1991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부친과 함께 서커스의 5인조 공중그네 곡예단 로드레이 일가의 공연을 보며 우리를 잡아주실 그분을 생각한다.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눅 23:46)를 떠올린다. 나우웬은 “저편에서 우리를 잡아 주실 그분을 믿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이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잊지 마세요. 당신이 멀리 날아가면 그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분을 잡으려 하지 마세요. 그분이 당신을 잡아 주십니다. 그냥 두 팔과 손을 뻗고 믿으세요. 믿으시면 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는 1996년 네덜란드에서 심장발작으로 사망한 나우웬의 공중그네 곡예에 관한 미발표 원고를 기반으로 한다. 나우웬과 함께 장애인 돌봄 공동체 데이브레이크에서 일한 캐럴린 휘트니브라운이 나우웬의 유고(遺稿)를 기반으로 네덜란드의 한 호텔에서 응급조처를 받는 나우웬의 모습과 공중그네 곡예에 빠져드는 과거를 이중나선 구조로 엮어 저술한 논픽션이다. 출판사 바람이불어오는곳의 표현 그대로 “헨리 나우웬의 마지막 이야기”이자 “사후 25년 만에 완성된 유작”이다.

네덜란드 태생의 나우웬은 예수회 사제 서품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심리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예일대와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존경받는 교수이자 학자였으나 주님의 사랑에 빚진 자임을 절감하고 남미 페루의 빈민가로 떠났고, 1986년부터는 캐나다의 발달 장애인들을 돌보는 토론토의 라르쉬 데이브레이크에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장애인들을 섬기며 살았다. ‘영적 발돋움’ ‘상처 입은 치유자’ ‘탕자의 귀향’ ‘아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 ‘안식의 여정’ 등 39권의 책을 남겼다.


책은 나우웬의 인생과 작품 전체를 조명한다. 말이 아닌 몸으로 소통하는 법을 깨우쳐 준 발달 장애인 ‘아담’ 이야기, 1965년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호소에 응답해 1300㎞를 운전해 찾아간 앨라배마주 셀마 대행진과 킹 목사의 장례 예배 참관기, 영적 탈진 상태에서 렘브란트 판 레인의 그림 ‘돌아온 탕자’를 보고 회복해 ‘탕자의 귀향’을 저술한 이야기 등을 정밀하게 그려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우웬은 생의 마지막 몇 년을 로드레이 공중그네 곡예단과 우정을 나누며 지낸다. 각각의 곡예사가 서로에게서 최선의 모습을 기대하고 신속히 용서하고 서로를 믿으며 공연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공동체의 예술성을 보게 된다. 나우웬은 논픽션 글쓰기 기법을 새로 배우면서까지 이들에 관한 책을 쓰려 했으나 완성하지 못한 채 원고만 남겼다. 그의 사후 25년 만에 이를 완성한 휘트니브라운은 감사의 말에서 “여러분도 뜻밖의 공중그네 이야기에 힘입어 기쁨과 자유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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