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살맛을 찾아야 입맛도 찾습니다

기고자/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2023. 9. 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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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는 기본적으로 식욕이 없습니다.

이때 아무리 맛있는 것을 만들어도 환자의 입맛에는 안 맞을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세심하게 환자와 대화하고 살피다 보면 입맛이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활기를 얻을 수 있도록 야성을 일깨우고, 그로 인해 입맛과 살맛을 되찾는 게 우선이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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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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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는 기본적으로 식욕이 없습니다. 식욕을 돋우기 위해서는 요리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 전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잘 자면 음식에 대한 욕구도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환기를 잘 시켜 쾌적한 환경에 있을 때도 그러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생에 활력과 열정이 있다면 음식에 대한 욕구가 살아납니다.

“1주일에 한 번은 뷔페에 가십시오.” 저는 입원 환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외식을 권합니다. 늘 같은 식사만 하면 물리는 데다 보호자도 하루쯤 쉬어야 힘을 얻습니다. 특히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면 입맛은 100리 밖으로 달아나 있습니다. 뷔페에 가라는 이유는 다양한 음식 중에서 한두 가지는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음식 먹고 싶은데’라는 욕구가 우선은 생겨야 합니다.

환자가 잘 먹지를 못하면 보호자는 속이 타다 못해 눌어붙습니다. 이때 아무리 맛있는 것을 만들어도 환자의 입맛에는 안 맞을 수 있습니다. 야성의 회복이 먼저입니다. ‘그것 먹으면 힘이 날 텐데’라는 음식이 있다면 일단 권하세요. 파는 음식은 조미료가 범벅이 되어 있고 비위생적일 거라는 걱정은 한 번쯤은 접어두세요. 일단 입맛부터 돌아오게 한 다음 건강식을 먹도록 하는 것이 수순입니다.

사실 먹는 욕구는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욕구입니다. 그것이 막혀 있다면 그것부터 푸는 게 순서입니다. 환자가 야성을 회복하도록 삶의 활력을 지피는 노력,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해봐야 합니다. 손자의 얼굴만 봐도 입맛이 살아난다면 손자를 자주 보고, 먹성 좋은 애완견이 먹는 것을 보고 입맛이 돌아온다면 애완견을 돌보고, 외출이 입맛을 돌게 한다면 외출을 하세요. 보호자가 세심하게 환자와 대화하고 살피다 보면 입맛이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제 환자 중에는 때때로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한껏 멋을 부리고 외식을 하며 기분 전환을 하는 분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바르지도 않던 립스틱을 바르고 나가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주변에서 암 환자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서 좋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의식하지 않지만, 그런데도 신경이 쓰인다면 이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또 다른 환자 분 중에는 병원에 올 때 갖은 멋을 부리는 강남 멋쟁이 사모님이 있습니다. 그분에게는 환자 특유의 창백함 같은 게 없습니다. 목소리도 한껏 키워 말하는 등 본인이 의도적으로 활달한 행동을 했고, 그것이 8~9년 되다 보니 성격이 되었습니다.

식욕이 없다면 그 현상만 보고 나무라지 말고, 그 원인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활기를 얻을 수 있도록 야성을 일깨우고, 그로 인해 입맛과 살맛을 되찾는 게 우선이 돼야 합니다. 살맛을 찾으세요. 그러면 입맛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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