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레베카’ 반전 재미에 폭발 가창력까지…이유 있는 100만 관객몰이

서믿음 2023. 9.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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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호퍼 부인의 몬테카를로 여행을 보필하는 고용인인 '나'와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막심 드 윈터의 사랑은 급작스럽다.

첫 대면 후 며칠 만에 막심 드 윈터는 청혼을 하고, '나'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아 "지금 절 고용하시는거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레베카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집사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의 흔적을 유지한 채 '나'가 그에 동조하길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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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서스펜스 더한 긴장함 가득
공연장을 가득 메운 호소력 있는 울림
옥주현 존재감 두드러져

“저는 일주일에 10프랑을 받는 고용인이라고요. 저를 고용하실 건가요?”

반 호퍼 부인의 몬테카를로 여행을 보필하는 고용인인 ‘나’와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막심 드 윈터의 사랑은 급작스럽다. 첫 대면 후 며칠 만에 막심 드 윈터는 청혼을 하고, ‘나’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아 “지금 절 고용하시는거냐”고 되묻는다. 결국 ‘나’는 부부의 연을 맺기로 하고 맨덜리로 가서 대저택의 안주인이 된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1막은 ‘나’가 맨덜리 대저택에 적응하는 과정에 초점을 모은다. 모든 이에게 칭송받던 전주인 레베카와 비교당하는 상황에서 고투하는 이야기. 하지만 레베카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집사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의 흔적을 유지한 채 ‘나’가 그에 동조하길 유도한다. 사실 ‘나’의 존재를 삭제하기 원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 모른다. 그의 태도에는 ‘감히 네가 어찌’라는 늬양스가 그득하다. 결국 ‘나’는 댄버스 부인의 조언에 따라 가면무도회 복장을 선택했다가 참석자 모두를 큰 충격에 빠뜨린다.

1막이 배경 이해를 위한 소개와 설명에 치중했다면 2막은 본격적인 갈등의 화점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나’를 위하는 듯 권했던 가면무도회 복장 조언이 사실은 계략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댄버스 부인과 ‘나’가 주고받는 노래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댄버스 부인의 광기가 본격 빛을 발하며 두 사람이 벌이는 갈등을 형상화한 고음 향연은 관객을 전율케 하기에 충분하다. 공연 10주년을 맞아 국내 제작사가 논레플리카 버전으로 꾸민 회전무대는 극적인 분위기에 몰입감을 더한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사실 등장 비중이나, 극의 전개 관점에서 볼 때 주인공은 ‘나’이지만, 그럼에도 대중은 매력적인 악역에 더 끌리는 법. 가해자이자 어쩌면 본인도 피해자일지 모를 댄버스 부인의 광기와 폭발적인 가창력은 ‘나’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린다. 현장 관객 반응도 댄버스 부인 넘버에 유난히 뜨겁다. 댄버스 부인 역에 신영숙, 옥주현 등 팬덤이 두터운 실력파 배우가 캐스팅된 것도 사실. 배신감에 휩싸인 댄버스 부인이 대저택에 불을 지르는 ‘불타는 맨덜리’ 넘버는 모두의 눈과 귀를 강탈해 불 속 형상을 향하게 한다.

작품 외적으로 여러 구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작품 속 옥주현의 아성은 단단했다. 그가 내지르는 소리는 공연장 허공을 가득 메우고, 압축된 공기로 전해지는 파장은 감각을 날 서게 한다. ‘나’ 역의 이지수가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서 길어내는 아름다움이라면 댄버스 부인 역의 옥주현은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진동파를 크게 자아내는 분출미(噴出美)를 자랑한다.

뮤지컬 ‘레베카’를 총에 비유하자면 1막은 ‘장전’, 2막은 ‘발사’라 할 수 있겠다. 1막에서 촘촘히 장약하고, 2막에서 내뿜는다. 서스펜스의 여왕이라 불린 대프니 듀 모리에 작가의 작품인 만큼, 긴박감과 반전의 재미가 풍성하다. 2막은 1막의 2배 재생이라 해도 될 정도의 속도감 있는 전개로 시간을 삭제한다.

2013년 초연한 ‘레베카’는 이번 시즌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년 내 7시즌을 통해 이룬 결과다. 국내 밀리언셀러 뮤지컬은 ‘명성황후’ ‘캣츠’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드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시카고’ ‘아이다’ ‘영웅’ 이상 9개 작품이다. ‘레베카’는 10번째 밀리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레베카’는 오는 11월19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막을 올린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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