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샤인머스캣' 부활할까…올해 질도 가격도 자신감

이서희 2023. 9. 1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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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 농가 ‘샤인머스캣 살리기’ 총력
올해 품질 전력투구…"샤인머스캣 부활할 것"
롯데온, '온세일-온마음 한가위' 행사 진행

"이대로 가다간 다 같이 죽는다는 심정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13일 오전 추석 대목을 2주 앞둔 경북 영천 샤인머스캣 농가엔 비장함이 묻어났다. 출하 전 비닐포장 작업이 한창인 샤인머스캣 비닐하우스 너머엔 ‘고품위 영천 포도! 스스로 지켜냅시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9년째 포도 농장을 운영 중인 이상종씨(37)는 "영천 일대 온 농가가 한마음 한뜻으로 다가올 명절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는 품질부터 가격 경쟁력까지 샤인머스캣이 지난해와 비교해 확실하게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한다"고 피력했다.

경북 영천의 한 샤인머스캣 농가 [사진=이서희 기자]

지역의 대표 명물이자 매년 ‘명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영천 샤인머스캣의 위상이 휘청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샤인머스캣은 충분한 숙성기간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단맛을 내기 시작하는 9월 말~10월 초가 적정 수확 시기로 꼽히지만, 지난해의 경우 9월 초로 예년보다 추석이 이르게 찾아온 탓에 알도 작고 당도도 낮은 저품위 샤인머스캣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한때 ‘프리미엄 과일’로 명절마다 소비자들의 바구니를 꿰차던 샤인머스캣이 외면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씨는 "지난해의 경우 평년보다 매출이 30% 이상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미숙과포도를 무분별하게 수확한 게 문제인데, 이 기간 나빠진 소비자 인식이 여전히 후유증처럼 남아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온 농가가 ‘샤인머스캣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농가마다 당도 측정기를 도입하고 품질 관리를 위한 샤인머스캣 품질관리단을 자체적으로 출범하는 등 소비자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이씨 농장에선 이른 아침부터 당도 측정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확을 앞둔 샤인머스캣은 겉보기에 바로 출하돼도 문제가 없을 만큼 알이 통통하게 오른 모습이었지만, 이씨는 "이곳에서 10일가량 더 숙성된 뒤 당도가 16브릭스까지 오르면 수확할 수 있다"고 했다. 포장 작업을 마친 상품은 며칠 더 숙성 기간을 거친 뒤 당도가 조금 더 오르면 그때야 비로소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왼쪽부터) 임진영 롯데온 식품팀 상품기획자(MD)와 고승석 대구경북능금농협 유통사업본부 과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서희 기자]

올해 샤인머스캣의 ‘부활’이 점쳐지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달까지 이어진 폭우의 영향으로 명절 전통 강자인 사과와 배의 작황이 매우 나쁜 탓에 상대적으로 샤인머스캣을 찾는 소비자가 늘 것이란 분석에서다.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12일 기준 사과(홍로·10㎏)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7만7600원으로 전년 동기(4만8000원) 대비 6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샤인머스캣(2㎏)은 2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2만9600원) 대비 29% 하락했다. 샤인머스캣의 경우 올해 작황이 나쁘지 않은 데다 추석과 수확 시기가 맞물려 명절 선물용 수요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최근 샤인머스캣, 망고, 아보카도 등 프리미엄 과일을 섞어 구성한 혼합 선물 세트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트렌드로 뜨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기존엔 사과, 배 등 단일상품으로 구성된 선물 세트가 ‘베스트셀러’로 올랐던 반면 최근엔 프리미엄 과일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들 과일을 혼합해 맛도 색깔도 다채롭게 구성한 혼합 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온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샤인머스캣 혼합 과일 세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메인 카테고리에 배치되는 상품 가운데 혼합 과일 세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롯데온은 대구경북능금농협을 비롯한 과일 전문 브랜드들과 손잡고 14일부터 25일까지 ‘온세일-온마음 한가위’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 기간 다양한 과일 선물 세트를 최대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임진영 롯데온 식품팀 상품기획자(MD)는 "최근 소비자들은 산지뿐만 아니라 품종과 당도를 고려하는 등 과일 선택 기준이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올해는 샤인머스캣이 품질도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좋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샤인머스캣을 넣은 혼합 선물 세트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영천=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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