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대보골프단 이석호단장 “유망주 육성 인큐베이터 역할 하겠다”
고군택 시즌 3승으로 스타 산실 요람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서 요즘 가장 샷감이 뜨거운 선수는 ‘제주 사나이’ 고군택(24·대보건설)이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2020년에 투어에 데뷔한 그는 작년까지 3년간 우승이 없다가 올 시즌 파죽의 3승째를 거두며 투어 최강자로 부상했다.
3승 중 지난 7월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과 10일 막을 내린 신한동해오픈은 연장 접전 끝에 거둔 것이었다. 생애 첫 승이었던 지난 4월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은 당대 최고 선수인 박상현(40·동아제약)과 서요섭(27·DB손해보험)을 상대로 일궈낸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드라마틱한 우승 과정만 놓고 보면 그는 얌전한 외모와 달리 엄청난 승부사 기질을 소유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우승은 강한 승부욕만으로 얻어지는 건 아니다. 그가 혜성처럼 등장하기까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다름아닌 후원사인 대보그룹(회장 최등규)의 대보골프단(단장 이석호)의 이른바 ‘패밀리형 지원’ 덕이다. 고군택은 지난해 창단한 대보골프단과 계약을 체결해 ‘대보 패밀리’가 됐다.
대보그룹은 계열사인 국내 10대 명문 코스 서원밸리GC와 오는 10월에 LPGA투어 대회를 개최하는 서원힐스CC 내에 골프 아카데미, 연습장, 박인비 웨딩홀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KLPGA투어 대보 하우스D오픈까지 주최하고 있다.
한 마디로 골프의 알파에서 오메가를 갖추고 있는데 딱 하나 없는 게 있었다. 다름아닌 골프단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대보골프단이다.
처음에는 인기 많은 여자 선수들로 골프단을 꾸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골프단 창단 산파역인 이석호 단장의 “남자 골프에 대한 관심이 없을 때 오히려 관심을 갖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제안을 최등규 회장이 흔쾌히 받아 들이면서 남여 혼합형 골프단이 탄생했다.
고군택이 골프단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단장이 오랜 시간 눈여겨 본 결과였다. 그는 “2021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1라운드 때 고프로가 10언더파 코스 레코드를 수립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선발했다”고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당시 대회서 고프로가 우승했더라면 어쩌면 우리와 인연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당시 우승을 놓친 게 우리에게는 오히려 행운이었던 것 같다”고 웃어 보이면서 “볼 수록 매력이 있는 선수다. 우선 착하고 꾸밈이 없다. 반복되는 실패에도 절대 좌절하는 걸 못봤다”고 추켜 세웠다.
대보골프단으로서는 고군택이 일당백 역할을 하고 있다. 창단 이후 우승은 남여 통틀어 고군택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메이저급 신한동해오픈 우승이 그룹 임직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아주 강렬하다. 고군택은 마지막날 13번 홀(파5)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후 14번, 15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마지막 18번 홀(파5) 버디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이석호 단장은 “기업 경영 환경도 마찬가지다. 트러블이 있더라도 그것을 한 번에 해결하기 보다는 고프로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노력하면 기회가 온다고 본다”면서 “그런 점에서 고프로의 우승은 우리 그룹 임직원들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고 했다.
우승 과정은 ‘손끝에서 나오는 정성, 절제, 화이팅’이라는 최등규 회장의 경영 철학을 오롯이 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72번째홀인 마지막 18번홀 3온 전략이 백미다.
고군택은 당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100m 안쪽 웨지샷 거리 지점에다 두 번째샷을 날려 보냈다. 그리고 작전대로 세 번째샷을 홀에 가깝게 붙여 기어이 버디를 잡아냈다.
이석호 단장은 “고프로가 우리 모두에게 선행지표를 제시했다”면서 “‘잘나간다고 자만하지 말고 못나간다고 자멸하지 말자’는 회장님의 평소 철학 판박이다. 그것이 고프로의 우승이 우리한테 준 메시지다”고 감동의 순간을 회상했다.
이석호 단장은 단순히 후원사 단장으로서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인 멘토링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우선 모든 선수들을 가족처럼 대한다. 선수 가족들과도 마찬가지다. 특히 그가 선수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기본이 되자’다.
한 마디로 모든 선수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한다. 선수들에게 푸시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회 전에 ‘신나게 즐겁게 냉철하게 해라’는 톡 메시지를 남기는 게 전부다. 그리고 파이널 때 현장 응원을 꼭 나간다.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대회는 중간에도 응원간다. 선수들은 그런 점이 큰 힘이 된다.
이석호 단장에게 향후 골프단 운영 방안에 대해 물었다. 그는 “스타보다는 유망주를 발굴해 육성하는 쪽에 방점을 찍고 운영할 계획이다”고 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꿈나무(아마추어 포함) 위주로 선수단을 꾸리겠다는 복안이다.
이 단장은 “고군택의 우승이 우리 아카데미에서 골프에 정진하고 있는 주니어들에게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됐다”면서 “주니어들이 ‘열심히 하면 대보골프단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 것이 큰 보람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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