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료정보, 기업서 활용된다?… 디지털헬스케어 법제화 추진

김은빈 2023. 9. 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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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윤·신현영·정태호, 디지털헬스케어법 발의
개인 의료정보, 가명 처리돼 활용할 수 있는 길 열려
의료계 “AI 등 기술 개발 위해 개인 의료정보 남용 우려”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 거주 20대 김○빈, 당뇨 위험군’ 

의료기관에서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할 경우 자신의 의료정보가 이 같은 형태로 영리기업에 제공될 가능성이 열렸다. 디지털 헬스케어 제정안이 발의되면서다. 산업계는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 진흥을 기대하는 반면, 의료계는 개인 의료정보가 남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보내고 있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촉진법(디지털 헬스케어법)이 21대 국회에서 3건 발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안,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안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법은 기존 모호하던 보건의료 데이터의 가명 처리 관련 범위와 방법, 절차 등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개인 의료데이터를 국민이 직접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송 요구권’을 도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강기윤 의원안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진흥을 위해 별도의 ‘디지털 헬스케어 특화 규제 샌드박스’를 신설하는 조항이 마련되기도 했다. 신규 헬스케어 서비스 등에 맞는 기준, 규격, 요건 등이 없거나 불명확·불합리한 경우 사업화를 위해 최대 4년간 임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신현영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정부로 유명한 에스토니아는 국민 개인이 로그인하면 본인의 의료데이터가 언제든 조회 가능하다. 진료 받을 의료기관에 기존 검사 정보를 공유하면서 중복 검사, 과잉 진료를 최소화하는 맞춤 진료를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와 기술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적절한 규제와 제도 설정에 대한 논의는 더디다”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법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기존 진료 방식의 보완재로써 안전하게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의 결과”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오는 22일 국회 복지위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산업계에선 전향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발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상태 대한디지털헬스학회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리나라는 고품질의 보건의료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 역량도 세계적인 수준”이라면서도 “아직 그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 이번 법안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산업 진흥의 기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인영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도 “지금까지는 보건의료 특화 법률이 없어 고품질, 다량의 데이터가 있어도 효과적으로 전송, 연계, 분석해 환자에게 전달하기까지 법적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이번 법안은 실무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고,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바탕이자, 국가 의료비용을 낮추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권보다 산업 진흥에 무게를 둔 법안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상범 대한개원의협의회 의무이사는 “디지털 헬스케어법은 자신의 의료정보가 어떻게 쓰이고,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해줄지도 모른 채 의료기관이 민감한 의료정보를 간단한 동의 절차를 통해 다른 기관에 전송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계의 의료 관련 AI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개인 보건의료데이터를 현 상황에서 최대한 마음껏 가져다 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에 불과하다”면서 “개인의 보건의료데이터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문제점이 있다면 즉시 폐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도 “가명 정보란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지 않고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자료를 말한다. 거꾸로 말하면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자료”라면서 “개인이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 어떤 질환이 있는지 등이 영리업체에 넘어갈 수 있어 의료정보가 남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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