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경기 출전→직전 철회→김민재 직관→K리그 점검…클린스만 '갈팡질팡', 국민이 납득할까→뼈를 깎는 자기반성 있어야

권동환 기자 2023. 9. 14.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이 또 말을 바꿨다. 유럽에 남을 생각이었지만 현재 최악에 가까운 여론을 고려해 한국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3일 "국가대표팀은 9월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라며 출국장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귀국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8일 영국 카디프시티에서 웨일스와 이달 첫 A매치를 치러 0-0으로 비겼다. 이어 13일엔 영국 북동부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로 옮겨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와 격돌했고 스트라이커 조규성의 결승포를 잘 지켜 1-0으로 이기고 클린스만의 사령탑 취임 뒤 3무 2패 끝에 첫 승을 챙겼다.

클린스만호가 천신만고 끝에 데뷔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곧장 논란에 휩싸였다. 선장인 클린스만이 태극전사들과 함께 한국으로 오지 않고 유럽에 남아 오는 16일 오전 3시45분 열리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바이엘 레버쿠젠 맞대결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KFA 역시 클린스만이 이번 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유럽 구단을 방문, 관계자들과 미팅을 할 예정이었다고 알렸다. 클린스만이 10월 A매치를 앞두고 유럽에서 체류하는 코칭스태프와 현지에서 분석을 진행한 뒤 한국으로 귀국하겠다는 뜻이었다.

유럽파 점검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한국 팬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 자신이 두 차례 A매치에서 선발로 썼던 대표팀 붙박이 수비수를 다시 관찰한다는 방침에 팬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김민재 역할이 대표팀과 다른 것도 아니고, 아울러 벤치 멤버로 전락한 것도 아니며 이적 직후부터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는데 무슨 점검이 또 필요하냐며 축구팬들이 강력 반발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걸까. 클린스만은 갑작스럽게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KFA는 "10월 명단 발표 전 K리그 선수를 먼저 확인하는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금일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일정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한국에 돌아와 K리그 선수들을 관찰하겠다고 밝혔지만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부터 줄곧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면서 팬들의 불신을 늘려만 갔다.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한국을 16강으로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떠난 이후 지난 2월 클린스만이 새로운 태극전사 사령탑으로 등극했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2020년 2월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에서 사임한 이후 약 3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클린스만은 현역 시절 발롱도르 2위까지 올랐던 전설적인 독일 공격수였다. 지도자로 변신하 이후에도 2006 독일 월드컵 때 독일 대표팀을 3위에 올리거나,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2013 골드컵 우승과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에 진출에 성공하면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남겼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하락세를 겪었고, 감독 재임 기간 동안 경기 외적으로도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등극했을 때 클린스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고, 불행히도 이는 현실이 됐다.



2006 월드컵 당시 클린스만은 독일을 대회 3위에 올려 놓았지만 요아힘 뢰브 수석코치 등 코칭스태프에게 선수 점검이나 대표팀 스케줄 조정을 상당 부분 맡기고, 자신은 미국에서 원격으로 보고만 받는 것 아니냐며 독일 언론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는 한국 대표팀에서도 재현됐다. 지난 2월 태극전사들을 지휘하게 된 클린스만은 이후 한국보다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기간이 더 길어 '재택근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 기간은 67일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지적했다.

K리그를 관찰하는 건 차두리 현 대표팀 코치에게 일임하고 클린스만은 유럽, 미국에서 대표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혹에도 휩싸였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을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했다.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또 9월 A매치를 앞두고 지난 1일 프랑스 모나코에서 열린 2023/24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추첨 행사에 참석했고, 그전엔 현역 시절 친정팀인 프랑스 리그1 AS모나코에 방문해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현역 시절 명성에만 사로잡혀 '월클 놀이'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성적까지 부진하면서 팬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다. 클린스만은 데뷔전이었던 3월 A매치 2연전(콜롬비아-우루과이)에서 1무 1패를 거뒀고, 6월 A매치 페루-엘살바도르 2연전 역시 1무 1패를 기록하면서 부임 후 4경기 동안 첫 승 신고에 실패했다.

지난 8일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친선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면서 클린스만의 첫 승은 또 한 번 뒤로 미뤄졌다. 9월 A매치 2연전 마지막 경기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체면을 살렸지만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외국인 사령탑 중 5경기 동안 승리가 없던 감독은 전무했기에 클린스만은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심지어 클린스만은 A매치 기간 중에도 논란을 일으켰다. 웨일스전과 사우디전 사이인 10일에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첼시 레전드와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간의 '레전드 매치'가 열렸는데, 이때 클린스만이 뮌헨 레전드로 초청돼 경기에 뛰겠다고 한 것이다.

당장 웨일스전에서 졸전을 보인 직후에 대표팀 감독이 캠프를 비우고 A매치 기간 중에 자신의 현역 시절 몸담았던 구단의 레전드 매치를 뛰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며, 상식을 벗어난 충격적인 사건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더더욱 그러기 어렵다. 



앞서 지난 7일 주최 측인 첼시가 공개한 양 팀 명단에 클린스만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거세지자 대한축구협회는 8일 클린스만 참가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이 레전드 매치에 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대표팀 소집 기간이고 경기 당일 감독님이 훈련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한다"라며 "이전에 (레전드 매치)초청이 있었는데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님이 가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클린스만은 협회의 불참 요청에 '개인 시간에 활동하는 것이 왜 비판을 받는지'에 대해 의아해 했다는 후문이다. 더군다나 웨일스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전은 잉글랜드 북부에 위치한 뉴캐슬에서 열리지만, 훈련 캠프를 400km 남쪽에 떨어진 수도 런던에 잡으면서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졌다.

명단에 괜히 이름 올린 게 아니고, 첼시 홈구장 옆에 괜히 훈련장을 잡은 게 아니라는 의혹이었다.



결국 10일 오전 1시 40분 최종 공개된 뮌헨 명단에 클린스만의 이름이 빠지면서 그의 레전드 매치 불참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불참 확정에 대해서도 '만시지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이미 국민들과 축구팬들의 신뢰를 다 잃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미 논란과 불만은 쌓일 대로 쌓였지만 클린스만은 9월 A매치가 끝나고 유럽에 남아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인 김민재를 점검하겠다는 이유를 대면서 한국으로 오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또 한 번 불타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번엔 클린스만이 굽혔지만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많은 팬들이 클린스만한테 등을 돌린 상태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클린스만이 성적은 물론 태도에서도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선경기 참가 철회, 김민재 관찰 취소 모두 마지못해 하는 것 같다는 팬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결과, 내용, 태도에서 국민들 마음 돌려놓을 진정성을 찾는 게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클린스만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대한축구협회 제공, ESPN, 첼시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