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아리아 살려줘!" 외침에 600번 긴급출동…노인 고독사 막는 AI스피커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총 3378명으로 최근 5년간 증가 추세에 있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50대와 60대로 매년 고독사 인원의 절반 이상이다. 다가올 초고령사회를 고려하면 서둘러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문제다.
SKT의 AI(인공지능) 노인 돌봄서비스는 이러한 문제를 기술로 풀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 내놓은 솔루션이다. SKT의 AI스피커 'NUGU'가 24시간 노인의 생활을 돌보며 외로움 해소, 안전 제공, 치매 예방을 도맡는다. 예를 들어 안전 제공 영역인 긴급 SOS 서비스의 경우, 긴급상황에 놓인 사용자가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치면 119와 연계해준다. 실제로 올해 1월 한 80대 어르신은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마비가 오는 것 같다며 스피커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그 결과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진행할 수 했었다. 또, 집안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친 80대 어르신이 통화가 어려워 긴급 SOS로 신고했고, 척추뼈 골절 치료를 빠르게 받을 수 있었다.
현재 AI 돌봄서비스 사업을 맡은 '소셜세이프티넷팀'은 SKT 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인 'ESG얼라이언스'에 소속돼있다. 팀명 그대로 인공지능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SKT 본사 건물에서 만난 문태희 소셜세이프티넷팀장(48)은 "서비스를 고도화해 지금보다 음성 인식 정확도를 높이고, 기술 인프라를 확대해 혜택을 받는 어르신들을 더 많이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SKT의 AI 노인 돌봄서비스를 소개해달라.
▲SKT는 사회적기업인 '행복커넥트(SK그룹이 설립한 재단법인)'와 협력해 2019년 4월부터 어르신 대상 AI 돌봄서비스를 시작했다. 재원은 지자체에서 나온다. 지자체에서 인공지능 돌봄 사업에 참여할 노인 가구를 선정하면, 우리가 행복커넥트와 함께 해당 가정에 AI 스피커를 놔드린다. AI 스피커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모니터링해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안부 확인, 방문 조치, 심리상담 지원, 긴급 SOS 호출로 119 연계 등 매일 실시간으로 어르신의 안전사고에 대응한다.
-새로운 사업을 하자고 지방정부를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사업 시작 당시에 나는 다른 팀에 있었지만, 그때 담당자가 고민을 많이 하는 모습을 옆에서 봤다. 시스템은 만들어놨으니 사업만 하면 되는데, 선뜻 나서는 지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처음에 성동구청에서 먼저 손을 들어줬고, 그렇게 물꼬를 트니 다른 지자체에서도 하나둘씩 연락이 왔다. 덕분에 2019년 8개 지자체 관내 2200가구에서 시작했던 사업이 현재 전국 100개 지자체와 보건소 등 공공기관을 통해 1만9000가구로 커버 규모가 커졌다. 연말에는 2만 가구를 달성할 것 같다.
-지금 팀에는 언제 왔나. 예전에도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해본 적이 있나.
▲2011년 입사 후 자동차에 통신기를 다는 작업 등 IOT(사물인터넷) 관련 사업들을 많이 했다. ESG 업무를 맡게 된 건 4년 전부터고, 소셜세이프티넷팀에는 작년에 왔다. 전에 IOT 사업을 할 때도 독거노인·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관련 업무에 투입된 적이 있다.
-팀의 핵심성과지표(KPI)는 무엇인가.
▲우리가 개발한 이 툴로 몇 명의 어르신들이 수혜를 입었는지가 성과 지표다. SK그룹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사회적 가치를 화폐 가치로 측정해오고 있다. 해당 사업으로 생긴 사회적 편익에 사용자 수를 곱한 수치다. AI 돌봄은 화폐가치로 환산했을 때 80억원 정도 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 수도 더 늘리고, 편익을 키우기 위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올해 돌봄 긴급구조 호출 사례로 다양한 노인들의 사고 데이터를 수집했을 텐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나.
▲어르신들이 "아리아 살려줘"라고 긴급하게 외치는 횟수가 오전 시간대에 많더라. 자고 일어난 시간에 사고가 자주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긴급 SOS 대응과 더불어 심리 상태 추적 과정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SKT는 ‘행복커뮤니티 ICT 케어센터’라는 통합관제 시스템으로 노인들의 발화 패턴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시스템에 긍정·부정 발화어를 2000개 입력해두고, 어르신이 부정 발화어를 너무 많이 하면 전문 심리 상담사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심리상담을 한다. 해당 기록을 보니 부정 발화를 가장 많이 하는 계층이 70대 여성 어르신이더라. 보통 여성들이 남편과 사별하는 나이가 그쯤이다. 혼자 지내면서 대화할 사람이 사라지니 외로움을 크게 느껴서 그런 것 같다. 부정적인 발화로는 "보고 싶어", "외로워", "죽고 싶어" 같은 말을 많이 한다. 이분들의 정서 안정과 심리적 돌봄의 필요성이 무척 중요하다고 느꼈다.
-자사 AI 돌봄서비스를 받아본 노인들의 생활이 정말 바뀌기도 했나.
▲장기간 집안에만 고립돼 생활하시던 분으로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실제 사람은 아니지만, 인공지능과 말하면서 사회생활의 필수 수단인 ‘대화’에 자신감이 붙고, 덕분에 집 밖으로 나가 친구를 사귀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스피커를 쓰면서 ‘나는 디지털 기계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도 자신감을 키우는 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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