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시선] 후퇴만 하는 한국축구…일본과 격차 점점 더 벌어진다

김명석 2023. 9.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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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엘살바도르 대표팀의 A매치 평가전이 6월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경기 종반 동점골을 허용한 후 클린스만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전=김민규 기자

한국과 일본축구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관계 속 일본이 조금 더 앞서는 정도가 아니다. 일본축구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은 반대로 후퇴를 거듭하고 있으니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 경기력이나 결과, 축구협회의 행정 모두 마찬가지다. 지리적인 관계 이상의 라이벌 구도는 무리가 있어 보일 정도의 격차다.

9월 A매치는 그간 일본이 한국에 크게 앞서기 시작했다는 평가에 쐐기를 박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웨일스 원정에서 0-0으로 비기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중립 평가전에서 가까스로 1-0 진땀승을 거뒀다. 클린스만호가 출범 여섯 경기 만에 거둔 첫 승(1승 3무 2패)이었다. 경질설까지 돌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가까스로 숨을 돌리게 됐으나 경기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 목소리가 가득하다.

같은 기간 일본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독일 원정에서 4-1 대승을 거두더니 튀르키예와의 중립 평가전에서도 4-2 완승을 거뒀다. 특히 튀르키예전에선 독일전 선발 명단과 비교해 무려 열 명을 바꾸고도 또 맹폭을 가했다. 현지에선 일본축구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독일 키커는 자국의 1-4 대패라는 악몽 속에서도 “일본축구를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고 평했다. 대패 후 경질된 독일의 한지 플릭 감독도 “일본이 좋은 팀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6월에도 간접적으로나마 뚜렷한 격차를 보여줬다. 한국이 페루에 0-1로 진 후 일본은 페루를 4-1로 완파했다. 한국이 1-1로 비겼던 엘살바도르는 일본의 6-0 대승 제물이 됐다. 일본이 최근 A매치 4연승에 18골을 넣는 동안 한국은 1승 2무 1패에 단 2골을 넣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권대 진입까지 예약한 상태다.

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2일 튀르키예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나란히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오른 뒤 엇갈린 행보가 격차를 더 크게 벌린 모양새다.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과 결별한 반면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동행을 이어갔다. 모리야스 감독은 지난 2018년부터 5년째 대표팀을 이끌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KFA)가 벤투 감독의 후임으로 낙점한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여섯 경기째 방향성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거센 비판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 양국 축구협회의 행정력 차이도 고스란히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사면 논란 등 한심한 국내 행정을 차치하고라도, KFA는 가장 기본적인 평가전 상대를 잡는 것부터 일본에 한참 뒤처져 있다. 9월 평가전 상대부터 차이가 컸고, 10월에도 일본이 북중미 강호 캐나다를 일찌감치 초청한 사이 한국은 32년 만에 동남아 팀(베트남)과 국내 평가전을 치른다.

여기에 일본은 독일 뒤셀도르프에는 사무소까지 차려 유럽파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9월 A매치에 소집된 26명 가운데 유럽파만 무려 21명이나 될 만큼 많아졌다. 반면 한국은 클린스만 감독이 무의미한 유럽파 관찰을 명분으로 외유를 이어가고 있고, KFA는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욱 씁쓸한 건 한국축구도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현재로선 썩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팀의 발전을 기대해 볼 만한 책임감 있는 사령탑인 온 것도 아니고, KFA 조직 내 변화를 주도할 만한 리더도, 구성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 일본과의 격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지는 걸 넘어 한국축구 수준 자체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한국축구의 씁쓸한 현주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스포츠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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