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인터뷰] ‘잔혹한 인턴’ 라미란 “여우주연상 수상 후 달라진 점? 전혀 없어요”

권혜미 2023. 9. 1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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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빙 제공
“‘너무 내 얘기 같아서 공감된다’는 시청자 댓글을 봤어요. ‘잔혹한 인턴’이 진짜 현실 같아서 오히려 더 씁쓸하더라고요. 그래도 다행인 건 해라라는 인물이 항상 파이팅 넘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해라로 인해 시청자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힘을 얻지 않았을까요?”

매주 금요일 티빙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드라마 ‘잔혹한 인턴’. 코미디 오피스극처럼 보이지만, ‘경력단절’을 큰 주제로 다룬 작품답게 매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해주고 있다. 배우 라미란은 ‘잔혹한 인턴’에서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재입사에 성공한 고해라 역을 맡았다.

‘잔혹한 인턴’에서 해라는 전 회사 동기였던 최지원(엄지원)에게 출산·육아 휴직을 앞둔 여직원들의 퇴사를 종용하는 대신 과장직을 약속 받는다. 이 과정에서 겪는 해라의 내면적 갈등이 바로 ‘잔혹한 인턴’의 중심 스토리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라미란은 자신의 경력단절 경험을 떠올리며 “임신과 출산으로 2년 정도 공백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티빙 제공
“다시 무대로 돌아가고 싶은데, 저는 하루종일 아이만 보고 있는 거예요. ‘누가 날 불러줄까?’ ‘다시는 일을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있었죠. 애가 돌이 됐을 때 영화 ‘친절한 금자씨’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날아갈 것 같았고, 그 자체가 행복했던 것 같아요.”

만드는 식품마다 성공시키는 유능한 상품기획자(MD)였던 해라는 출산과 육아로 무려 7년 동안 일을 쉬게 된다. 일에만 빠져 살았을 때는 휴직을 앞둔 여직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편의를 절대 봐주지 않는다. 반면 7년 후 인턴의 자리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 해라는 자신이 퇴사를 설득해야 하는 금소진(김혜화) 과장과 이문정(이채은) 대리에게 극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라미란은 7년 전의 해라에 대해 “해라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바뀐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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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해라는 과거나 지금이나 같은 사람이에요. 7년 전의 해라는 출산 포기 각서를 쓸 만큼 승진이 간절했기 때문에, 애가 아파도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7년의 단절 기간을 겪으면서 껍데기가 벗겨진 거예요. 사람은 그대로지만, 상황이 해라를 달라지게 한 거죠.”

‘잔혹한 인턴’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해라와 지원의 달라진 포지션이다. 해라는 휴직으로 인해 화려한 경력을 뒤로한 채 다시 인턴부터 시작한 반면, 지원은 악독하게 올라와 차기 이사 자리를 넘보는 기획팀 실장으로 근무 중이기 때문이다. 라미란은 후배 배우가 선배 배우보다 큰 역할을 맡는 것처럼, 연예계에서 매번 달라지는 포지션 변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티빙 제공
“제가 쉬는 동안 후배가 그 자리에 있었던 거니까 당연한 일 아닐까요? 저도 처음 매체 연기를 할 때 동기들, 어린 친구들의 서브나 단역 역할을 했어요. 배역은 그 사람이 맡은 역할일 뿐이죠. 크기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어요. 다 각자의 자리가 있고, 자기가 해야 할 몫이 있으니까요.”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해 단역과 조연을 전전하던 라미란은 영화 ‘걸캅스’, tvN ‘막돼먹은 영애씨’, ‘응답하라 1988’, JTBC ‘나쁜엄마’ 등 여러 대표작을 남기며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거듭났다. 2021년에는 영화 ‘정직한 후보’로 제41회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라미란은 수상 이후 배우로서 삶이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청룡영화제 외 다른 시상식에서는 노미네이트도 안됐다”며 “특별한 이벤트 같았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사진=티빙 제공
“‘정직한 후보’가 힘든 시기에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즐겁게 해줬다는 느낌의 상이었던 것 같아요. 보너스 개념이랄까요? 오히려 상을 받고 나서 작품이 더 안 들어올까 봐 걱정했어요. 실제 큰 상을 받으면 ‘이런 작품을 하겠어?’라면서 제의가 안 들어오기도 하니까요.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 해도 배우 생활은 똑같죠.”

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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