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군사협력 야욕 대놓고 드러내… 경호에도 최적의 장소

정우진,권중혁,박준상 2023. 9. 1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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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장소로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핵심은 군사협력인데, 블라디보스토크는 그런 상징성이 별로 없다"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정상회담 장소로 잡은 것은 북·러가 우주기술 분야 협력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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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
왜 우주기지서 만났을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첫 우주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장소로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택했다.

이 우주기지는 북·러 정상회담의 ‘최적의 장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기술까지 포괄하는 군사협력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면서 두 지도자가 특히 민감해하는 경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임대 사용 중인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건설에 돌입했고, 2016년 첫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이 우주기지는 과거 소련 시절 우주대국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푸틴 대통령의 야심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역량이 집약된 장소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핵심은 군사협력인데, 블라디보스토크는 그런 상징성이 별로 없다”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정상회담 장소로 잡은 것은 북·러가 우주기술 분야 협력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러시아는 미국과 대적할 정도의 우주강국이고, 북한도 김정은 집권 이후 우주강국을 외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윤희 국민대 교수는 “결국 우주기술은 미사일 개발과 연계돼 있다”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 우주산업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끌어올 수 있는 데다, 북한도 계속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니 회담 목적에 아주 걸맞은 장소”라고 평가했다.

특히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군사정찰 위성 등 우주발사체 기술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왔던 북한에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일종의 ‘보물창고’라는 지적도 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경호와 안전에도 최적지라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일대는 과거 미사일 기지였기 때문에 굉장히 폐쇄적이고 통제가 쉽다”며 “양국 지도자의 신변 안전을 감안한다면 위험요소가 많은 도심보다는 훨씬 안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과연 인공위성을 포함한 우주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동맹이나 우방에도 핵심기술을 이전한 사례가 없고, 첨단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더라도 러시아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미국 등과의 우크라이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압박 카드로 북한에 대한 우주기술 이전 문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북·러는 우주의 평화적 개발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면서 결국 북한이 ICBM을 쏘아 올릴 기술까지 이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대놓고 천명했다면 실제로 기술 이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우진 권중혁 박준상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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