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 계산만 따져도 하나님 믿는 건 가장 큰 이익”

2023. 9. 1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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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션 카운슬러] <17>
Q: ‘하나님이 존재한다’에 모든 걸 걸어보라고요?
파스칼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내기 논증을 통해 확률상으로도 믿음을 갖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은 파스칼의 초상화. 국민일보DB


A: 신을 믿어야 할지 망설이는 이들에게 ‘팡세’의 저자 블레즈 파스칼(1623~1662)은 내기(betting·베팅)로 결정하라고 권유한다. 파스칼은 이미 16세 나이에 원추곡선 기하학 공식을 발표한 천재였으며 산술삼각형, 압력의 원리, 적분법, 확률 이론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베팅

그가 살던 시대는 근대철학과 근대과학의 태동기로 기독교 신앙을 비이성적이라고 무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던 때였다. 파스칼은 도박을 좋아하던 그의 친구들에게 믿음을 갖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임을 설명할 수 있는 논증을 구상한다. 일반인들에게는 형이상학적으로 신의 존재를 논증하는 일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었다. 손익을 따지려는 인간의 본성을 감안할때 거부감 없는 내기 방식이 적절해보였다.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회장이 암투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한달 전 24가지 질문을 남겼다. 그는 ‘정말 신은 존재하는가’ ‘사후에 인간의 영혼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무신론자들은 “죽으면 끝”이라고 말하지만 인생의 종착지에 선 사람은 신과 영혼, 천국의 존재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파스칼은 확률 이론의 거장답게 신의 존재 유무와 이에 대한 인간의 믿음 유무가 만들어내는 4가지 경우의 수를 비교했다(표 참조). 그리고 인간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죽음 이후의 영생과 영벌의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전에 “신의 존재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 이 둘 중에서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경우의 수’로 본 하나님의 존재


<표>에서 ①은 ‘내가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사후에 하나님이 존재하는 경우’다. 이 선택은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믿음을 통해 영생과 무한한 행복을 얻기 때문이다. ②는 ‘내가 믿었지만, 사후에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인데, 이 선택은 약간의 이익을 가져온다. 신자는 경건의 유익, 도덕적인 삶을 통해 마음의 평안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③의 경우는 ‘내가 믿지 않았는데, 사후에 신이 존재하는 경우’다. 이 선택은 가장 큰 손실을 가져온다. 불신을 선택한 대가는 영원한 지옥형벌이다. ④는 ‘나도 믿지 않고, 사후에 신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로 아무런 이익도 손실도 없다.

인간의 선택과 행동은 이익과 손실을 동반한다. 하나님을 믿기로 한 선택은 가장 큰 이익(영생)을, 불신앙을 선택한 경우에는 ‘무한대 손실’이라는 가장 큰 손해(영벌)를 얻게 된다. 그래서 샤르트르와 같은 무신론 철학자도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신의 존재 유무에 대한 믿음이 사람에게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내기 논증의 교훈, 믿음의 습관

프랑스 사회학자인 루시앙 골드만(Lucien Goldman, 1913~1970)은 저서 ‘숨은 신’에서 ‘파스칼의 내기’에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유한자인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으로 평가했다. 영국의 인류학자인 메리 더글라스(Mary Douglas)는 파스칼의 내기 논증이 신의 존재를 논증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있다는 것을 믿고 살겠다는 습관의 결정에 대한 것으로 이해했다.

파스칼이 내기 논증을 통해 강조한 것은 습관의 중요성이다. 신의 존재를 믿기로 결정했다면 믿음을 실천하고 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은 이들에게 은총을 선물로 주실 것이다.

파스칼의 내기 논증은 인간의 합리적 선택이론과 수지타산의 원칙을 신앙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으로 단순하지만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다. 내기 논증은 도박사처럼 수지타산을 따지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의 전도전략이다. 인생의 유한성을 자각한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이 주시는 영생과 영벌을 고려하게 하는 확률 논증이기도 하다.

믿음, 수지타산이 맞는 선택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 11:6) 하나님을 믿기로 결정한 이유가 고상하지 않아도 괜찮다. 파스칼은 하나님을 믿을지 말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손익 계산을 따지는 본성에만 충실하더라도,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선택이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에 주저없이 하나님을 믿으라고 제안한다.

김기호 교수
한동대 ·기독교변증가

믿음을 키우는 팁
팡세
블레즈 파스칼 지음·두란노


파스칼은 근대 과학과 근대 철학의 여명기에 비교적 짧은 생애를 살았다. 그는 기독교를 멸시하는 풍조를 기독교 신앙에 대한 존경심으로 돌려놓겠다는 원대한 목적을 품고 약 7년간 이 책을 썼다. 유고작인 ‘팡세’는 갈대처럼 연약한 인간의 유한성을 통찰한 기독교 실존주의 사상의 백미이자 믿어야 할 이유를 잘 설명한 기독교 변증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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