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블루 시그널] 용기보다 중요한 것, 전략

2023. 9. 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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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한동협)의 초대 회장을 지냈다. 취임사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초창기에는 교회가 똘똘 뭉쳐 동성애를 막아야 합니다. 이걸 막는 것이 바로 둑을 지키는 것이고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둑과 방파제가 무너지면 어쩔 수 없이 배를 만들어 우리끼리 신앙을 지켜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연합해 반드시 ‘동성애 찬성법(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막는 과정과 단계가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교회가 앞장서서 막아야 하지만 너무 의협심만 가지고 앞서면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언론과 소통하고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반동성애 운동을 하다가 국민에게 혐오단체, 혐오세력으로 각인돼선 안 됩니다. 교회가 연합해 막되 건전한 시민단체를 앞세우고 교회는 뒤에서 물질과 사람으로 후원해야 합니다.”

그 후 2년 임기를 채웠다. 그러면서 동성애·동성혼 반대 국민연합 관계자들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 “우리가 힘으로만 밀어붙여선 안 됩니다. 영국 교회는 관심이 없어서 무너졌고 미국 교회는 과도한 힘으로 막으려다 오히려 실패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까지는 힘으로 누르고 막다가 그 이후에는 순식간에 둑이 무너져버렸던 것 아닙니까. 교회는 꾸준히 뒤에서 후원하고 시민단체들이 앞장서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외쳤는데도 계속해서 목회자들이 그 자리에 서는 걸 보며 큰 우려를 했다. 물론 목회자들이 서야 할 때는 서야 한다. 그러나 목회자는 오히려 뒤에서 지원하고 교인을 동원해주며 응원하는 게 좋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치밀하고 교묘한 전략을 짜서 실행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의협심만 충천해 있다. 결국 지치는 쪽은 어디겠는가. 어느 선까지는 둑을 지킬 수 있지만 한순간에 반기독교 쓰나미가 몰려와 둑이 터져버릴 수 있다.

우리 역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의협심을 가져야 한다. 또 힘을 발휘할 때는 해야 한다. 나는 대형교회 목회자로서 가장 먼저 스쿠크법(이슬람 채권법)의 위험성을 알리고 최전선에서 막았다. 지금이야 많이 함께하고 있지만 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를 막았고 종교인 과세법도 최전선에서 대응했다.

그런데 이것은 어느 한 대형교회나 한 교단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앞장서 일을 해보니 한국교회 전체가 연합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생태계는 전 세계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이다.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면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생명사회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연합해 교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시스템과 전략을 짜야 한다. 중구난방으로 의협심만 갖고 하면 결국 지치는 쪽은 우리다. 자칫 앞뒤 모르고 의협심만 발휘하다가는 반기독교 세력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 대대적으로 연합할 뿐만 아니라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각 교단 총회 시즌을 앞두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반기독교 세력의 입법전 사상전 문화전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반기독교 세력들은 치밀하고 전략적인데 우리는 전략이 너무 없다. 이제라도 각 교단이 연합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왜 전쟁에서 병법이 필요하고 병법서가 필요한가. 용기만 앞세우다 패배를 당하기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며 전략적 승리를 하기 위해서다.

나는 반기독교 악법을 막아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한국교회가 연합하고 연합기관이 하나 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 생태계를 지키고 공교회를 지켜내는 일에 모든 총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신학이나 교리로 하나를 이룰 수는 없지만 한국교회 생태계를 보호하고 공교회를 지키는 데는 연합하고 세움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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