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한인 기도·헌신으로 타오른 ‘이철수 구명운동’ 영화로 보세요”

최기영 2023. 9. 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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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한인 이민자 이철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일어난 중국인 갱단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이 기자와 함께 구명운동의 중심에 섰던 유재건(전 국회의원, 변호사) 장로는 당시 한인교회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며 소송을 준비한다.

영화는 미국에서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았던 21세의 한인 이민자 이철수와 그를 구명하기 위해 '철수에게 자유를'이라고 외치며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을 다큐멘터리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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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살인 누명 쓴 이철수씨
한인교회·성도들 구명운동 펼쳐
아시아계 커뮤니티로 확산됐던
‘프리 철수 리’ 운동 다큐로 제작
이문우 전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가 13일 서울 중구의 한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철수 석방을 호소하며 작성했던 진정서, 유재건 장로와 주고받았던 편지 등을 보여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1973년, 한인 이민자 이철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일어난 중국인 갱단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재판부는 아시아인 외모를 구별하지 못하는 백인 목격자의 증언만으로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고, 이 사건은 당시 한인 최초의 미국 신문사 기자 이경원의 취재로 세상에 알려진다. 이 기자와 함께 구명운동의 중심에 섰던 유재건(전 국회의원, 변호사) 장로는 당시 한인교회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며 소송을 준비한다. 이후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재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프리 철수 리(Free Chol Soo Lee)’ 운동은 재미 아시아계 커뮤니티로 번졌다. 다음 달 18일 개봉을 앞둔 영화 ‘프리 철수 리’(하줄리, 이성민 감독)가 스크린에 펼쳐 보일 이야기다.

영화는 미국에서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았던 21세의 한인 이민자 이철수와 그를 구명하기 위해 ‘철수에게 자유를’이라고 외치며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을 다큐멘터리로 풀어낸다. 구명운동 과정에서 파도처럼 일어난 아시아인 커뮤니티의 중심엔 한인교회와 성도들이 있었다.

구명운동 당시 사용했던 포스터.


13일 서울 중구의 한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당시 국내 ‘이철수 구명운동’의 주역이었던 이문우(86) 전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가 나왔다. 그는 “처음 소식을 들은 뒤 연합회 차원에서 ‘이철수를 위해 기도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그 후 ‘탄원서 전달’ ‘격려 편지 발송’ ‘후원금 모금’ 등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운동이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당시 미국교회여성연합회, 미국감리교연합회와도 활발하게 교류했던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서한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철수 사건의 재심을 촉구했다.

이 총무가 이날 보여준 사진엔 1979년 1월 11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예배당에서 기도하는 성도들이 있었다. 그는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철수 이야기를 영화로 소개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도 한국교회가 여러 교단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모든 것을 초월해 누명 쓴 우리 민족 철수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며 “오늘날 한국교회도 이 같은 하나 됨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를 주관한 남기웅 커넥트픽쳐스 대표가 작품의 의미를 소개하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우리 사회엔 또 다른 이철수가 살아간다. 재소자 자녀들, 다문화가정, 싱글맘, 입양아, 북한 이탈 주민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향한 시선은 50년 전 이철수가 미국에서 받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총무는 “국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자녀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그들이 철수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온기를 실천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영화 배급사 커넥트픽쳐스의 남기웅 대표도 나와 “사회적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청년세대에도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기도와 헌신으로 시작된 이철수 구명운동 이야기가 한국사회와 교회에 울림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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