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내란 피하려고 자살 택한 소 카토
고대 로마의 역사를 보면 위대한 영걸(英傑)이 많았지만 고결함으로 판단할 때는 업적보다 장엄한 죽음을 더 큰 미덕으로 여겼다. 비굴한 최후는 그 생애의 업적을 모두 지워버렸다. 서기전 1세기는 로마사에서 출중한 인물들이 같은 시대에 가장 많이 할거하던 시절이었다.
카이사르·폼페이우스·키케로·크라수스·안토니우스·브루투스·카시우스·옥타비우스 같은 영걸들이 같은 시대를 각축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훌륭한 유산을 남긴 인물은 ‘소(少) 카토’로 불리는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BC 95~46)였다.
카토는 로마 명문가의 후손으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타락한 정치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민주주의를 지켰다. 그는 플라톤의 『공화국』에서나 나올 수 있는 현자였다. 철이 아닌 때에 너무 일찍 꽃을 피우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는 금권정치를 배격했지만, 돈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민중은 오히려 카토를 박해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카토는 집정관에 당선돼 카이사르가 꿈꾸던 왕정을 끝까지 저지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 결전에서 패배했다. 더 싸울 여력이 있었지만 자기가 끝까지 버틸 경우 나라가 내란에 빠질 것이 확실해지자 스스로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내란이 독재보다 더 국민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카이사르는 패배한 카토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카토는 자기가 살아 있는 한 조국이 어려움에 빠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자살의 길을 선택했다. 부하들이 자살을 막으려고 했으나 카토는 남들이 잠든 사이에 할복했다. 죽기 전에 그는 플라톤의 『영혼(Phaedo)』을 읽은 다음 코를 골며 잠들었다가 일어나 자살했다. 그는 죽으며 아들에게 “정치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나라 안이 어지러우면 밖에서도 되는 일이 없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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