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아침 먹지 않아도 된다

2023. 9. 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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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아침을 먹지 않아도 된다. 성장기 청소년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약을 사용 중인 사람에게는 아침 식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과잉 칼로리 섭취로 고생하는 현대인이 아침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루 세끼가 지금처럼 일반화한 것은 18세기 산업혁명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면서부터다. 이전에는 하루 한 끼나 두 끼가 흔했다.

아침을 먹는 사람이 거르는 사람보다 더 날씬하며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긴 하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하는 방식으로 연구할 때는 다른 변수가 끼어드는 것을 온전히 막기 어렵다. 아침을 챙겨 먹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운동도 더 많이 하고 술 담배는 적게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13년 미국 앨라배마대학의 비만 연구자들도 아침 식사의 효과에 대한 종전 연구 결과 중 다수가 편향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침 식사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라는 믿음 때문에 아침을 거르면 비만이 된다는 식으로 자료를 확대 해석하거나 단순한 상관관계를 인과 관계처럼 서술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믿고 싶은 대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과학자들의 연구에도 때때로 영향을 준다. 안 그러면 좋겠지만 사실은 그렇다. 과학자도 사람이다.

아침 식사는 꼭 챙겨 먹어야 건강해질까. [사진 Pixabay]

아침 식사와 체중의 인과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한쪽은 아침을 먹도록 하고 다른 쪽은 건너뛰도록 한 뒤 체중을 비교하는 연구도 여러 건 있다. 대부분 2~3주 단기간 연구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아침을 먹든 말든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아침을 먹으면 오히려 하루 총섭취 열량이 늘어나 체중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4년 시리얼 제조사가 후원한 연구에서는 후원사 측 기대와 달리 4주 동안 아침을 거른 사람이 시리얼이나 오트밀로 아침을 먹은 사람보다 체중이 평균 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아침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아침에는 저탄수화물 식단이 좋다. 2023년 7월 캐나다 연구에서 121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저탄수화물(탄수화물 8g, 지방 37g)과 저지방식단(탄수화물 56g, 지방 15g)을 비교한 결과 아침에 저탄수화물 식단을 유지한 쪽이 하루 중 혈당 변화의 폭이 작고 정상 범위에 드는 시간이 더 길었다. 단백질은 저탄수화물 식단 25g, 저지방식단 20g으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총열량도 거의 동일했다.

이 연구는 설문조사 방식 대신 참가자들에게 24시간 연속 당측정기를 착용하는 식으로 진행한 것이어서 더 믿을만하다. 아침에는 두부에 간장과 들기름을 약간 더해 먹는 게 평상시처럼 밥과 반찬을 먹는 것보다 포만감을 늘리고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침을 먹든 먹지 않든 과학자들의 연구를 알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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