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過也各於其黨(과야각어기당)
2023. 9. 14. 00:19
‘생긴 대로 논다’는 말이 있듯이 공자는 “잘못도 다 제 꼬락서니대로 저지르고 같은 무리끼리 저지른다”고 했다. ‘범죄는 범죄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안타까운 범죄’란 말은 성립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생계형 절도를 계획적인 은행 강도나 ‘50억 클럽’의 뇌물수수 범인과 동일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저지른 과오를 통해 그 사람과 인(仁·어짊)과의 거리를 알 수 있다”고도 했다. 은행 강도나 파렴치 뇌물수수범은 이미 어짊과는 거리가 멀고, 어쩔 수 없어서 생계형 절도를 저지른 사람은 아직 마음 안에 어짊의 불씨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죄를 묻되 정상참작(情狀參酌)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정상참작은커녕 한 치의 용서도 베풀고 싶지 않은 흉악범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 흉악범들에 대해 “생긴 대로 논다”며 질타하지만, 사실 ‘생긴 대로’는 곧 ‘배운 대로’이고 ‘가르친 대로’이며, 사회에 조성된 ‘분위기대로’라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바른 교육과 선한 사회 분위기 조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법에 앞서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법을 외치는 ‘윗물’ 속의 인물 대부분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들이니 아! 백년하청(百年河淸)!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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