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92) 바다

2023. 9. 1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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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바다
-낱말 새로 읽기 13
문무학(1951∼)

‘바다’가 ‘바다’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받아’ 주기 때문이다.

‘괜찮다’
그 말 한마디로
어머닌 바다가 되었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상상력 넓혀주는 새롭게 보기

‘바다’가 다 ‘받아’ 주기 때문에 ‘바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어머니의 ‘괜찮다’는 말에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받아주는 한량 없는 품이 있다. 그래서 어머니는 ‘바다’가 된 것이다. 어머니의 넉넉한 품이 자식들을 품어주고, 세상을 키웠으니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 얼마나 위대하신가.

문 시인은 또 품사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품사 다시 읽기’도 시도한다. 그는 조사(토씨)에 이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애당초 나서는 건 꿈꾸지도 않았다/ 종의 팔자 타고 나 말고삐만 잡았다/ 그래도 격이 있나니 내이름은/격조사.’

조사란 단어 아래 붙으니 종의 팔자이고, 그래서 말고삐를 잡은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격조사의 경우, 그 조사에 의해 주어의 자격이 부여되니 종의 역할이 얼마나 큰 것인가.

그의 이런 ‘새롭게 보기’는 언어에 대한 상상력을 넓혀준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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