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방장관 탄핵 정쟁 속 쇄신 기대 못 미친 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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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치 속 국방·문체·여가 장관 교체
인재풀 한계인가…참신성에선 떨어져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국방부 장관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성가족부 장관에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후보자로 지명했다. 앞서 발표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집권 2년 차 추석을 앞두고 18개 부처의 4분의 1에 가까운 중폭 수준 개각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은 후보자 모두 해당 분야 전문가이자 정책·업무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적 고립에 몰린 북한·러시아의 위험한 밀착이 가중되면서 가뜩이나 불안정한 동북아 국제정세는 지금 더욱 엄중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안보 태세에 한 치의 오차나 빈틈이 없어야 할 때다. 무엇보다 국가 안보의 책무를 진 국방부는 단 한순간이라도 수장의 공백 사태가 초래돼선 안 된다.
이종섭 현 국방장관 사의 표명(12일)을 놓고 장관직이 정쟁의 대상이 된 것도 모자라 개각 발표 직후 민주당이 특검 추진까지 공언하고 나선 상황은 매우 개탄스럽다. 당초 민주당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문책을 주장하며 이 장관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다. 현실화하면 4~5개월 장관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땐 해임도, 교체도 할 수 없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탄핵안이 기각되기까지 167일간 직무가 정지됐다. 그사이 전국 곳곳의 수해로 50명 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결국 이종섭 장관이 안보 공백 사태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니 국민 눈에는 이 모든 과정이 볼썽사납기만 하다.
이번 개각을 앞두고 잼버리 파행 사태와 채 상병 사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혼선을 겪어 온 국정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선 내각의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어제 개각이 그런 기대에 부합하는 인사인지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이명박(MB) 정부에 이은 유인촌 후보자 재기용 인사는 인재풀이 이렇게 협소한가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국정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유 후보자를 비롯해 이주호 교육부 장관(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전 통일비서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전 홍보수석) 등에 빗대어 ‘MB 정부 시즌2’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장관 후보자들이 대체로 강성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당장 청문회 단계부터 정국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라 안팎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여야 모두 대결적 접근만으론 민심을 얻을 수 없다. 개각을 계기로 서로 한 발씩 물러서 무엇이 민생을 위한 최우선인지를 깊이 고민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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