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로켓기술 견학 김정은, 그 뒤엔 ‘미사일 3인방’
13일 오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뒤에는 ‘미사일 3인방’이 서 있었다. 이병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바로 그들이다. 앞으로 북·러 간에 국제사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로켓 협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로켓 격납고 현장 설명에 배석한 이병철 부위원장은 공군사령관 출신으로, 2015년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미사일 개발을 담당해 왔다. 2019년에는 당 군수공업부장에 올랐으며, 2020년 8월에는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됐다. 현재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군 최고사령관인 김 위원장을 제외하면 군 서열 1위로 꼽힌다. 이 부위원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여행 금지 및 자산동결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다. 러시아 방문 자체가 결의 위반인 것이다.
장창하 원장은 국방과학원에서 북한 미사일 개발을 이끌어 왔다. 2015년 제2자연과학원장 직함을 가지고 김정은의 미사일 관련 현지지도에 수차례 동행하면서 바깥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6년 3월에는 조춘룡 현 군수공업부장과 함께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해 3월엔 항공 점퍼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등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를 현장에서 지도한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함께 모습을 보인 김정식 부부장은 2015년 2월 미사일을 담당하는 북한 전략군 소장으로 진급하면서 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인물로 밝혀졌다. 이듬해부터 당군수공업부 부부장 직책을 맡아 김 위원장의 미사일 관련 현지지도를 그림자 수행했다. 지난 3월 ‘화성-17형’을 발사할 당시에는 장창하 원장과 함께 미사일총국 군복을 착용한 채 등장하기도 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아직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ICBM의 종말유도·재진입 기술은 물론 오는 10월 예고한 세 번째 정찰위성 발사에 필요한 핵심 기술 협력을 러시아로부터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이번 방러 수행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서 김 부부장은 우주기지에 도착해 방명록을 쓰는 김 위원장 옆에서 밀착 수행하는 모습이 잡혔다. 김 부부장은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김정은과 푸틴 간 첫 정상회담 당시엔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정상회담 뒤 공식 만찬 건배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진정한 친구”라고 칭했고, 김 위원장은 푸틴의 건강을 기원했다. 러시아 ‘베레츠카’ 등 외신에 따르면 만찬에는 무화과와 천도복숭아를 곁들인 오리 샐러드, 캄차카반도산 킹크랩으로 만든 만두, 생선 수프에 이어 메인 요리로 감자·버섯을 곁들인 철갑상어와 쇠고기 스테이크가 제공됐다. 러시아 남부 디브노모르스코에서 생산된 화이트·레드 와인이 곁들여졌다.
만찬을 마친 뒤 김 위원장은 푸틴의 배웅을 받으며 검은색 리무진을 타고 떠났다. 전투기와 군함 등 생산시설이 있는 하바롭스크주와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정영교·한지혜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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