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혼란이 부른 최악 참사… 리비아 대홍수는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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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만 6000명이 넘은 리비아 대홍수 사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위력이 커진 열대성 태풍 '다니엘'과 13년째 무정부 상태인 리비아 내정이 합쳐져 만들어낸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도 리비아에선 동·서부 각각을 통치하는 두 정치세력의 갈등 탓에 구조활동조차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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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내전에 행정조차 마비
카다피 정권 이후 중앙정부 부재
사망자만 6000명이 넘은 리비아 대홍수 사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위력이 커진 열대성 태풍 ‘다니엘’과 13년째 무정부 상태인 리비아 내정이 합쳐져 만들어낸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도 리비아에선 동·서부 각각을 통치하는 두 정치세력의 갈등 탓에 구조활동조차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 지역을 강타한 다니엘은 댐 두 곳을 붕괴시켰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치명적인 재앙이 발생한 이유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지중해에선 한해 2~3차례씩 ‘메디케인(medicane)’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는데, 이처럼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은 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수온이 따뜻할수록 저기압의 세력이 강해지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올해 역대 최고치의 해수면 온도를 기록할 정도로 지중해가 덥혀지면서 다니엘의 위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는 지난 7월 25일 지중해의 일 평균 해수면 온도가 섭씨 28.71도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 4일 지중해에서 형성된 다니엘은 리비아와 불가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등 각국에 광범위한 피해를 남겼다.
그중에서도 유독 리비아에서 대재앙이 발생한 데에는 오랜 기간 방치 상태인 내부의 정치 혼란도 한몫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국민군(LNA)과 서부 리비아통합정부(GNU)가 대립해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다. GNU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 총리가 이끌고 있고, 동부는 LNA 지도자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의 신임을 받는 오사마 하마드 총리가 이끌고 있다.
중앙정부의 부재 탓에 재난 관련 대비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노후한 인프라가 제대로 관리·보수되지 못했고, 재난 예측과 경보, 대피 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리비아는 기후전략을 수립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최대 피해지역인 데르나시의 주민들은 외신에 대피 안내조차 없었고, 댐이 무너지는 굉음을 들으면서 위험을 인지했다고 증언했다. 현지언론들은 주민 수천명이 흙탕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가는 장면을 보도했다. 전복된 차량 사이로 물이 솟구치고, 담요가 덮인 시신들이 인도에서 수습되는 모습도 보였다.
동서 분열은 구조작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로를 지원하는 국가가 달라, 해외 구조대가 피해지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두쪽 정부의 허가가 필요해서다. 동부는 이집트 러시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반면, 서부는 튀르키예 카타르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 UAE 이집트 튀르키예 등이 현지에서 구조활동을 돕고 있지만 양측 정부의 승인 문제로 최대 피해지역인 데르나에 도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위기그룹의 리비아 선임 분석가인 클라우디아 가지니는 “동부 정부가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우려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영국 왕립합동국방안보연구소의 리비아 전문 연구원 잘렐 하차우이는 “두 정부 간 이러한 불신은 재난 이후 기간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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