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울라이크 새로운 발자취 남길 'P의 거짓'
"한국 콘솔 게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하나 샀습니다."
얼마 전 해외 콘솔 게임 업체에 재직 중인 한국인 관계자와 미팅 자리에서 'P의 거짓(Lies of P)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나온 이야기다. 그는 한국 콘솔 게임 개발을 응원한다며, 게임의 재미 여부를 떠나 이미 게임 구매를 완료했다며 'P의 거짓'을 응원했다. 국내 많은 게이머도 이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응원의 마음으로 게임을 기다린 게이머들은 큰 걱정 없이 출시일을 기다려 게임을 즐기면 될 것 같다. 네오위즈와 라운드8 스튜디오가 선보인 'P의 거짓'은 소울 본가인 프롬 소프트웨어가 개발한 게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등장한 소울라이크 게임 중 가장 좋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갖췄다.
그러니까 "한국 게임이니까 응원을 해야지"의 개념으로 다가가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응원은 필요 없고 오로지 우리 작품의 완성도로 승부하겠다고 외치는 듯한 모습이다. (이하 리뷰는 PC 버전이 기준이다.)
■ 인상적인 그래픽과 사운드
'P의 거짓'은 고전 동화인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재해석해 게임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 익숙한 피노키오를 통해 거짓말과 인형이라는 소재를 매력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게임의 배경은 프랑스의 벨에포크 시대에서 영감을 받았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벨에포크 시대의 프랑스는 에펠탑 건설, 만국박람회 개최 등 다양한 문화와 기술이 꽃을 피우던 시절이다. 게임에서는 당시의 분위기를 풍기는 역병이 휩쓸고 피폐해진 도시 크라트에서 펼쳐지는 사투와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블레스 언리쉬드'와 같은 게임을 개발하며 언리얼 엔진을 활용했던 라운드8 스튜디오의 언리얼 엔진4 활용은 P의 거짓에서 거의 정점을 찍었다. 더 많은 개발비용과 시간이 들어간 트리플 A급의 다른 비디오 게임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그래픽 완성도를 보여준다.
물론 레이트레이싱 등의 광선 추적 기술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그래픽 자체가 상당히 쨍하고, 다른 반사 표현이나 연출들도 수준급이라 별다른 불만이 생기지는 않는다. 한국산 MMORPG에서 주로 만날 수 있었던 미형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아울러 게임의 사운드 특히 배경음악의 완성도도 상당했다. 게임의 한정판 상품으로 LP를 준비한 것이 이해되는 부분이었으며, 게임 속에도 LP를 수집해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재생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사운드 부분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으리라 본다.
참고로 PC 버전은 키보드와 마우스도로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다만 타겟 고정 후 마우스를 움직여야 타겟 변경이 가능한 것은 좀 적응이 필요함 부분이기는 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엑스박스 컨트롤러 등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편했다.
■ 'P의 거짓'만의 요소 담아낸 전투
게임의 기본적인 플레이는 소울라이크 장르답게 적을 물리쳐 '에르고'를 얻어 능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준비됐다. 소울라이크 장르를 플레이해 본 이용자라면 익숙한 형태의 구성이라고 본다. 보통 초기에는 체력을 육성하는 것이 유리하며, 이후에는 지구력(스태미나)이나 적재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P의 거짓'은 무기 외에도 아물렛이나 방어력을 오려주는 방어 파츠 등 다양한 장비가 존재하며, 후반에 등장하는 더 좋은 장비일수록 무게가 무거운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좋은 장비를 착용하기 위해서는 적재력을 높여 무게가 무거워지며 생기는 페널티를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무게가 무거워지면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스태미나 회복이 느려진다.
체력, 지구력, 적재력 외에도 착용 무기와 리전 암과 같은 장비에 따라 공격력이 증가하는 동력, 기술, 진화 등의 능력치도 존재한다. 공격력의 경우 무기 강화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기에 초보라면 역시 체력이 유리해 보인다. 체력을 올리면 가드 이후 공격을 통해 일정 HP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가드리게인'에서 이점이 생겨 전투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
게임의 전투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대검, 도검, 단검, 둔기 등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전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특수 무기를 제외하면 각 무기의 날과 손잡이 조합도 변경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해 무기의 활용 폭을 더욱 넓혔다.
어떤 날을 어떤 손잡이에 조합하느냐에 따라 공격 속도나 공격의 리치 등이 변화한다. 또 무기와 손잡이 마다 별도의 스킬인 '페이블 아츠'가 준비되어 있어 이를 활용한 플레이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페이블아츠'는 적을 공격해 게이지를 모으면 발동할 수 있다.
또 무기의 내구도 별도로 마련된 것도 게임의 특징이다. 적을 계속해서 공격하거나 공격을 막아내면 내구도가 닳는다. 내구도가 모두 떨어지면 무기가 파괴되어 사용할 수 없다. 특히 내구도 관리는 보스 전투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으며, 전투 중간에도 그라인더를 통해 내구도를 회복할 수 있다. 전투에 신경을 쓸 것이 하나 더 들어 굉장한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P의 거짓'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퍼펙트 가드다. 적의 공격을 맞기 바로 전에 정확히 가드하면 퍼펙트 가드가 발동되고, 별도의 피해 없이 스태미나만 소모해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특히, 퍼펙트 가드는 적의 무기를 파괴하거나 그로기 가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P의 거짓'에서는 적에게 공격을 계속해서 먹이면 적의 HP바에 흰색 테두리가 표시되는 그로기 가능 상태가 된다. 이때 강력한 차지 공격이나 무기 스킬인 '페이블 아츠'를 먹이면 적이 그로기 상태에 들어가고 '페이탈 어택'이라는 강력한 공격을 적에게 먹일 수 있다.
퍼펙트 가드를 마스터해 적의 공격만 잘 막아도 별다른 공격 없이 적을 그로기 가능 상태로 만들 수 있기에 퍼펙트 가드에 대한 이해와 연습이 게임을 풀어가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 실제로 게임을 즐겨보면 퍼펙트 가드 없이 클리어가 힘든 보스급 몬스터도 등장하는 만큼 퍼펙트 가드를 꼭 익히는 것을 추천한다.
이와 함께 주인공의 또 다른 능력인 리전 암도 전투를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적에게 화염을 발사하거나 전기를 발사할 수도 있고, 방어를 통해 역으로 대미지를 줄 수도 있다. 퍼펫스트링과 같은 리전암을 통해서는 적에게 와이어를 발사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등의 플레이도 가능하다.
리전 암을 잘 활용하면 당연히 전투에 큰 도움이 되며, 다른 게임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P의 거짓'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재화로 새로운 리전 암을 만들거나 능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기자의 경우 새로 만나는 시스템이기에 익숙하지 않아 잘 활용하지 못했었는데, 특정 구간에서 리전 암의 화염을 통해 수월하게 진행이 가능한 경험을 한 뒤에는 일부러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리전 암을 사용해 보기도 했다. 매력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주인공의 능력을 보완하는 P기관 해방도 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P기관은 보스 몬스터 처치 등을 통해 획득한 쿼츠로 해방할 수 있으며, HP 회복을 위한 펄스 리전의 강화나 속성 강화 등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다. 특히, 특정 시너지 효과를 가진 그룹에 쿼츠를 사용해 P기관을 해방하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 소울라이크 꽃 매력적인 보스전투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P의 거짓'의 기본적인 전투를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일반 몬스터와의 전투는 쉽게 가능하지만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방심할 수 없게 만들며, 중간 보스급 몬스터부터는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한다. 특히 강력한 보스와의 전투가 게임의 꽃이다.
이번 정식 버전은 데모를 통해 공개했던 구간의 난도를 낮춰 진입을 쉽게 할 수 있게 준비했다. 데모 버전을 힘들게 클리어했던 이용자라면 확실히 낮아진 난도를 체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이는 초반부에만 한정된 것으로 이후부터는 점점 높아지는 게임의 난도가 좌절감을 선사하고, 반대로 클리어의 성취감을 더욱 높여준다. 기자도 수십 번 시도 끝에 보스 몬스터를 처치한 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잡았다!라고 외쳤는데 페이즈2에 들어가는 연출이 나와 좌절하기도 했다. 이런 게 소울라이크 장르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한다.
다행인 점은 전투를 혼자 치르지 않도록 별도의 조력자 시스템도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조력자는 불러낼 때마다 별의 조각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하는 만큼 무한정 불러낼 수는 없기에 여러 번 시도하며 적의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해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 조력자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울러 보스 전투가 막혔다면 다양하게 마련된 전투 시스템을 이리저리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용하는 무기를 바꿔보거나 리전 암을 교체하거나 또 투척물이나 소지품을 교체해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실제로 기자도 더 이상 진행이 힘들 것 같은 보스 전투에서 투척물 교체만으로 보스를 수월하게 공략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게임 클리어를 위해 꼭 피지컬이 좋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모습이다.
아울러 소울라이크 게임답게 맵을 허투루 쓰지 않은 것도 강점으로 느껴졌다. 맵을 세세하게 누비며 숏컷을 열고 곳곳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또 맵을 탐험하며 숨겨진 서브 퀘스트를 즐길 수도 있었고 좋은 아이템을 얻는 트리니티 방과 같은 공간도 만날 수 있었다.
■ 새로운 발자취 남길 'P의 거짓' 기대
이외에도 게임에는 금화 나무 시스템이 존재해 큐브를 활용해 HP 지속 회복이나 조력자 능력 강화 등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며, 게임의 중심 이야기가 진행되는 호텔을 채워가는 재미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능력 강화를 위해 호텔로 이동하는 것이 번거로웠지만, 점점 변화하는 호텔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호텔에 거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마련돼 있어 스토리가 빈약하리란 걱정은 안에도 될 것 같다.
여기에 고양이와 주인공 캐릭터의 소통, 피아노 연주 등 다양한 부가 요소들도 준비되어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준다. 인형과 같은 주인공이 머리카락이 자라는 등 인간성을 얻은 모습을 옆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피노키오를 활용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낸 부분이다. 코가 길어지는 익숙한 모습은 로딩화면이나 벽의 그림을 통해서 만날 수 있었다.
많은 기대 속에 등장하는 'P의 거짓'은 상당한 완성도와 재미를 갖췄다. 기대해 온 이용자라면 크게 만족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멀티 플레이의 부재나 한국 게임임에도 한국어 더빙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콘솔과 스팀을 기반으로 한 PC 게임 시장 도전에 나서는 'P의 거짓'이 어떤 모습을 그려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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