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OLED 수주 잔고 무려 20조?…‘적자 터널’ 끝 보이는 이 회사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9.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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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OLED 수주 잔고 20조 예상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LG디스플레이에 비로소 서광이 비치는 걸까. 오는 4분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5분기 연속 적자 냈지만

차량용 OLED, TV 대형 패널 수주 기대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 영업손실이 8815억원에 달했다. 매출도 4조7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매 분기 적자를 이어왔다. 올 1분기 영업손실은 1조984억원에 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2분기에도 9000억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하반기 실적에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OLED TV를 비롯해 중대형 제품군의 패널 구매 수요가 늘고, 출하량도 확대되면서 손실 규모가 축소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여세를 몰아 4분기에는 내심 흑자전환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 4분기 855억원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내년에는 연간 기준 4000억원대 이익을 올려 완연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다.

LG디스플레이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K-디스플레이 2023’에서 34인치 초대형 P-OLED 등을 탑재한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LG디스플레이 제공)
흑자전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은 차량용 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업계 최초로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양산하면서 차량용 OLED 시장을 선도해왔다. 보쉬를 포함한 글로벌 톱티어 전장부품업체와 완성차업체에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 센터페시아(중앙 조작부) 등에 쓰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10인치 이상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2018년부터 5년 연속 글로벌 시장점유율(매출 기준) 1위 자리를 지켜왔다. 덕분에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독일 자동차부품업체 보쉬로부터 ‘최우수 공급업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향후 수주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유기발광 소자의 효율을 개선하고 휘도(화면 밝기), 수명을 높인 ‘2세대 탠덤 OLED’를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가 2019년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탠덤 OLED는 유기발광층을 2개층으로 쌓는 방식으로, 기존 1개층 방식 대비 내구성이 뛰어나다.

탠덤 OLED를 탄성 있는 플라스틱 기판에 결합한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P-OLED(플라스틱 OLED)’다. 차량용 P-OLED는 LCD 대비 소비전력을 60% 줄이고, 무게는 80% 낮춘 것이 특징이다. 얇고 가벼운 데다 구부릴 수 있어 디지털 차별화가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는 메르세데스-벤츠 프리미엄 라인과 GM 캐딜락에 탠덤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도 2세대 탠덤 OLED를 납품한다. 이를 포함해 총 9개 글로벌 자동차업체가 LG디스플레이의 탠덤 OLED를 선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말 세계 최초로 30인치 이상 차량용 OLED를 양산할 계획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주문이 늘면서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 패널 수주 잔고는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로, 2026년까지 비중을 15%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손기환 LG디스플레이 오토마케팅 상무는 “2026년 글로벌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OLED 점유율은 60%,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50%를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OLED 공급 효과 눈길

내년 4000억원 영업이익 전망도

TV 시장에서도 호재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동맹을 맺으면서 실적 회복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83인치 4K OLED TV에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장착됐다. 삼성전자가 그룹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가져다 생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TV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 디스플레이 기술 규격이 달라 자체 계열사에서 생산한 패널로 TV 완제품을 만들어왔다. 패널 기술이 TV 화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 타사 제품을 가져다 쓰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번에 경쟁사 패널을 적용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쓴 것은 자체 패널 물량이 부족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삼성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패널에서, LG는 TV용 대형 패널에서 각각 기술 우위를 보유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부터 수조원을 투자해 OLED 패널 기술인 QD(퀀텀닷)-OLED 양산을 준비했지만 아직까지 연간 생산능력이 130만장에 불과하다. 패널 생산 단가도 LG의 OLED 패널보다 1.5배 높다. 세계에서 높은 수율로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회사는 LG디스플레이뿐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을 연간 1000만장가량 생산한다. 아직 LG전자를 포함해 전 세계 제조업체들의 OLED TV 생산량을 모두 합해도 연 800만대에 못 미친다. 결국 삼성은 부족한 패널 물량을 확보하고, LG는 오래 전부터 주력해온 OLED 수주를 늘릴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내년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주문량을 10배가량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주문이 늘어나면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가동률이 치솟을 전망이다. 대형 OLED의 경우 고정비가 높아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수익성이 좋아진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가동률은 올해 64%에서 내년 94%까지 상승해 손익분기점 가동률(80%)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며 “올 4분기 흑자로 돌아서고 내년에는 영업이익 4080억원을 올리면서 실적 턴어라운드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TV 수요 침체에도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LG디스플레이에 호재다. 지난해 LCD 패널값이 사상 최저점을 찍은 후 패널 제조사들이 일제히 감산에 나선 영향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CD TV 패널 가격은 지난해 9월 바닥을 찍은 후 올 7월까지 60% 이상 뛰었다. 55인치 해상도 4K LCD TV 패널 가격은 7월 기준 130달러로 지난해 9월(81달러)과 비교하면 약 60% 상승했다. 스마트폰도 LG디스플레이의 실적 반등에 힘이 될 전망이다. 애플이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하는데, 이 중 하이엔드 모델인 프로, 프로맥스에 LG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공급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IT용 LCD 패널 가격은 여전히 바닥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패널 중 수익성이 가장 낮은 LCD 모니터 패널 가격은 올 초 대비 7월 0.3~1.2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 LG디스플레이의 IT LCD 매출 비중이 37%에 이르는 만큼 IT LCD 패널 가격이 급반등하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다.

중국 움직임도 심상찮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강력한 라이벌로 불리는 중국 디스플레이 1위 업체 BOE가 신성장 분야 연구개발(R&D)에 향후 3년간 500억위안(약 9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BOE가 기술 격차를 좁히면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면 LG의 설 자리가 좁아질 우려가 크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6호 (2023.09.13~2023.09.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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