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매출 3000만원 거뜬하다고?”…대세 간식 된 ‘이것’ 가게 내볼까
“딸기 탕후루랑 파인애플 탕후루는 30분 정도 기다리셔야 되는데, 예약 대기 걸어드릴까요?”
지난 9월 2일 저녁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매장. 입구 앞으로 늘어서 있던 대기줄이 끝나고 마침내 마주한 카운터 직원이 건넨 말이다. 탕후루가 진열된 냉장고는 ‘휑’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비어 있다. 인기 메뉴는 준비한 물량이 품절돼 새 제품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카운터 너머 매장 한편에서는 다른 직원 한 명이 재료를 손질하는지, 분주히 손을 놀리는 모습이 보인다. 곧바로 구입이 가능했던 체리 탕후루 하나를 입에 넣고 매장 밖을 나오자 주변 쓰레기통에 탕후루 꼬치가 수북이 쌓여 있다. 매장 앞에서 만난 한 20대 대학생은 “평소 과일 섭취를 많이 못하는데 요즘은 생과일로 만든 탕후루로 갈증을 대신 풀고 있다”며 “달달한 맛이 좋아 식사나 음주 후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중국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한 ‘탕후루’가 한국 대세 간식으로 떠올랐다.
과거 중국에서 과일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녹인 설탕물을 과일에 발라 굳혀 먹었던 음식이 2023년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탕후루는 딸기나 포도, 귤 같은 과일을 꼬치에 꽂은 후 설탕 시럽이나 물엿을 입혀 만든다.
굳은 설탕 덕에 겉면은 바삭하지만 베어 물면 부드러운 과육을 맛볼 수 있는 ‘겉바속촉’ 식감, 여기에 알록달록하고 반짝이는 색감 덕에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 국민적인 열풍으로 이어졌다.
특히 초등학생을 비롯한 10대 학생 사이에서 그 인기가 뜨겁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마라탕후루’라는 말이 유행어로 굳어졌을 정도다.
‘식사는 마라탕, 간식으로 탕후루’를 먹는 코스를 일컫는 말로, 학교 근처 상권에서는 떡볶이 같은 전통 간식을 위협할 정도로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월급으로 ‘375만원’을 제시하는 한 탕후루 매장 직원 구인 글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비 창업자 사이에서 ‘탕후루 창업’에 대한 관심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은 올해 들어서만 200개 이상 늘었을 정도로 이목이 쏠리는 중이다. 최근 3개월 새 특허청에 등록된 신규 탕후루 상표만 150개가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비 높지만 순수익 600만원↑
탕후루 창업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달콤왕가탕후루’는 국내 최초 탕후루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는 점을 앞세워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2017년 1호점 개점 후 2021년까지만 해도 점포가 11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43개로 늘더니 올해는 전국 매장이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단한탕후루’ 역시 최근 가맹점 수 200개를 넘어섰다. 커피와 탕후루를 숍인숍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차별점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이 밖에 황제탕후루, 하마탕후루, 보석탕후루 등 여러 브랜드가 정보공개서를 등록하고 가맹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탕후루 매장 창업비용은 생각보다 저렴한 편은 아니다. 브랜드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업계 평균을 계산해보면 10평 기준 매장에 7000만원 정도(권리금·보증금 제외, 부가세 별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메가커피(약 5800만원)나 간식 브랜드인 명랑핫도그(약 5500만원) 창업비용을 훌쩍 넘는다.
창업비용을 계산해보면 테이블, 냉장고와 냉동고 같은 주방 기기가 2500만원, 인테리어와 간판 내외부 사인물 비용이 3000만원 정도다. 여기에 가맹비와 교육비가 약 1000만원에서 1300만원 수준, 이 밖에 홍보물과 비품, 기타 집기를 포함하면 대략 300만원이 더 필요하다. 비슷한 매장 면적의 타 업종과 비교하면 인테리어 등 비용이 다소 비싸다는 것이 중론이다.
창업비용이 높은 대신 기대 수익 역시 큰 편이다. 지난해 월평균 매출이 1100만원 수준에 불과했던 탕후루 매장은 최근 치솟은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했다. 매장마다 다르지만 월평균 3000만원 정도를 벌어들이고 많이 버는 매장은 월매출이 5000만원까지 나온다는 인증 글이 커뮤니티 사이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중요한 건 점주가 가져갈 수 있는 순수익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점주 출근 없이 운영하는 ‘풀오토 매장’을 기준으로 월 기대 순수익이 600만원 정도(월매출 3000만원 가정 시 기준)다.
재료비는 전체 매출 30~35% 정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료비로 한 달에 약 1000만원을 쓰는 셈이다. 매장과 운영 시간대마다 다르지만 인건비 800만원, 여기에 로열티(5%)와 카드·배달 수수료, 세금과 공과금 등 잡다한 비용을 더하면 4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임대료를 200만원 수준으로 계산하면 순수익 6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철주 크리에이티브스푼 대표는 “가맹본부에서 원가율이 30% 미만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재료인 생과일 특성상 수급이 불안정하고 로스율도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보다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창업 시장에서 이만한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아이템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낮은 진입장벽·건강 논란 리스크
기대 수익만 따지면 유망한 창업 아이템이 맞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앞으로다. 탕후루 매장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춰보면 향후 매출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매장끼리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진입장벽이 낮은 점도 리스크다. 벌써 쥬씨 같은 생과일주스 브랜드에서도 탕후루 판매를 시작했을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지 않다. 별다른 기술이나 운영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보니 개인 창업이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최근 법령 개정으로 직영점 1개를 1년 동안 운영해야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며 “탕후루 인기가 급증한 올해를 기점으로 앞으로 1년 새 가맹 경쟁이 훨씬 치열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탕후루가 ‘반짝’하고 사라지는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대왕카스테라나 생과일주스, 벌집아이스크림처럼 한순간 창업 열기가 식은 아이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탕후루를 둘러싸고 터져 나오는 ‘건강 논란’이 이런 우려를 더욱 키운다. 과일 과당뿐 아니라 설탕과 물엿에도 당류가 들어 있어 과다 섭취할 경우 성인병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탕후루 1개 섭취 시 당류는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하루 영양 성분 기준치(50g)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은지 부산자생한방병원장은 “과도한 탕후루 섭취는 혈당을 올리고 중성 지방을 늘려 비만과 면역력 저하 원인이 될 수 있다. 과일 대부분과 설탕은 찬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평소 속이 찬 사람은 과한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며 “굳으며 딱딱해지는 설탕의 특성상 성장기 어린이 치아나 턱관절 손상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왕카스테라는 건강에 해로운 기름을 쓴다는 의혹, 생과일주스는 과도한 당도 논란과 함께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건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탕후루도 비슷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6호 (2023.09.13~2023.09.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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