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엔 투자 전략 바꿔라…주식 대신 이 상품 주목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9.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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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율 높은 주식보단 예금·채권 ‘유리’
대출 이자 감당 못하면 서둘러 손절을

고금리 장기화에 투자 전략 재편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식 투자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단기간 자금을 유치하고 약간의 수익도 낼 수 있는 ‘파킹형’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는 중이다. 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과 단기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는 물론, 금리가 높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불어나는 등 대기성 자금도 급증하는 추세다.

달라진 금리 환경에서 전문가들은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것을 추천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경고가 잇따른다. 주식 투자 시 부채비율이 낮으면서 고금리를 상쇄할 만한 성장동력을 보유한 종목 선별이 중요해졌다. 단, 빚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족’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히 손절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고금리 시대 현명한 투자법을 알아본다.

채권형 상품 매력 부각

장·단기물 적절히 분산해야

금리가 높아지면 예금이나 채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당연하다. 명목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주식은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주식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반면 금리가 높아진 만큼 채권 투자를 통한 이자수익은 높아진다. 채권 투자가 아니라도 예금만으로 일정 수준의 이자를 꼬박꼬박 챙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고금리 뉴노멀 시대에 점차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고 예금이나 안전자산 비중을 높일 것을 추천한다.

특히 높아진 기본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단기채와 중장기 자본 차익을 고려한 장기채를 적절히 분산하는 전략을 권고한다. 단기적으로는 단기채 비중을 높여 이자수익을 취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이미 금리가 높아졌고 더 이상 추가 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 단기적으로는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큰 장기채보다는 단기채가 유리하다.

하지만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시점에는 단기채 비중을 서서히 줄이고 장기채로 갈아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내년부터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시세 차익을 고려하면 장기채 매력이 점차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상당 부분 사라진 만큼 금리 하락폭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졌다”며 “투자자들은 안전하게 1년 미만 단기채를 통한 롤오버(금융기관이 상환 만기에 다다른 채무의 상환을 연장해주는 조치) 전략을 취하거나 보다 공격적으로 장기물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채와 장기채 비중을 50 대 50으로 구성하는 전략이 적절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산 배분 전략은 주식 60%, 채권 40%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높아진 채권 투자 매력을 고려하면 고금리 장기화 시대에는 주식과 채권을 50%씩 가져가는 전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 비중은 단기채와 장기채를 50%씩 두거나 장기채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채권 투자 매력이 높아진 만큼 채권형 금융상품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맞춰 금융사들도 관련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투자자들을 공략한다. 특히 만기가 정해져 있어 투자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확정되는 만기매칭형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쏠리는 중이다. 첫 상품이 출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순자산 규모는 약 6조원에 이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6일 기준 국내 상장된 20개 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순자산액 총합은 5조926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순자산 규모가 약 1조70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9개월 만에 248% 증가한 셈이다.

기존 채권 상품의 경우 자본 차익을 주된 목적으로 했다면, 만기채권형은 자본 차익과 이자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 고금리 상황에서 더욱 부각된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은행 정기예금의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금과 달리 중도 해지에 따른 불이익이나 투자 금액 제한이 없다. 여기에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계좌에서 100% 투자도 가능하다. 연금으로 투자하면 세액 공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단, 전문가들은 만기에 따라 명확한 목적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마케팅사업부장은 “만약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금리 변동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높은 장기채 ETF에 투자해 높은 기대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반면 자본 차익보다는 현재 높은 수준의 단기채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만기까지 보유 시 높은 수준의 이자수익을 취할 수 있는 형태의 상품을 잘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형 상품에 투자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기조와 경제지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예상과 달리 견조한 미국 경제지표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이어간다면 채권 가격의 추가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석 달 만에 내린 가운데, 지난 8월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주식 투자 시 쏠림 현상 주의

업종 불문 지배력 갖춘 종목 선호

고금리가 지속되면 주식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주식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보다 예금과 채권 등의 안정적인 이자수익 매력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투자자가 주식을 외면할 때 오히려 주식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고금리 장기화 배경이 양호한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 환경에 기인한다면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도 괜찮다는 의견”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 안전자산에만 투자할 경우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라진 투자 환경을 고려해 과거처럼 성장주와 가치주로 나누기보다 실적과 재무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 주식은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 측면에서 투자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결국 기업가치 부담을 상쇄하는 실적 성장주나 부채비율이 낮아 고금리에 이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재무 상태를 갖춘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할 전망이다.

기업의 재무 상태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조달비용이 상승해 유상증자에 나서는 기업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때 재무구조가 양호하면 증자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점을 지닌다.

전문가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시장 지배력이 높은 종목군의 강세를 예상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5년 만에 찾아온 고금리 환경은 구조조정을 촉진해 대출금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들을 솎아 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압도적인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이는 산업이거나 전통 산업 내에서도 독과점적인 지위로 성장하는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중 성장동력을 보유한 산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2차전지, 조선 업종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들 업종이 오는 2025년까지 코스피 이익 기여도가 높고 이익을 낼 수 있는 동력도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금리 인하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경우 기업가치 측면에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주식 투자 시 주의할 점은 쏠림 현상이다. 최근 자산 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고금리 상황을 견딜 여력이 있는 동시에 소수의 성장성을 갖춘 종목에 매수세가 집중되는 형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주식 투자자는 최근 증시에서 나타난 쏠림 현상에 주의하고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빚투 나섰다면 이자비용 계산해야

고정금리보단 변동금리가 유리

‘빚투족’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가계부채는 2019년 말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특히 경제력이 약한 청년층의 1인당 가계부채가 같은 기간 20% 이상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에는 0%대 저금리 환경이었다는 점에서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시작되며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조달비용을 넘어서는 투자수익을 거두지 못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있다. 고금리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는 증폭된다. 이자비용을 포함한 조달비용을 넘어서는 수익률 달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빚투를 했다면 투자자가 기대수익과 현금흐름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만약 빚을 내서 부동산에 투자한 투자자가 이자비용을 버틸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보유해도 괜찮다는 진단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서울의 경우 2030년 재건축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2~3년 전부터 전세가 들썩이면 매매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며 “만약 5~10년간 현금흐름이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장기적으로 보유해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자비용과 현금흐름을 비교해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매물을 팔아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자비용은 계속해서 불어나기 때문이다. 대출을 계속해서 유지할 경우에는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전략이 고정금리를 유지하는 것보다 그나마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현재 금리 수준을 고점으로 본다”며 “향후 금리가 내려가며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가 다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빚투로 주식 투자를 한다면 고배당주 투자가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6%에 달하기 때문에 웬만한 배당주로는 이익 실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배당소득을 올릴 경우 배당소득세(15.4%)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웬만한 7~8%대 고배당주가 아닌 이상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결국 지난 3~5년간 꾸준히 안정적인 배당 성향을 보인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 센터장은 “투자라는 개념은 조달비용 대비 기대수익이 커야 성립된다”며 “지난 10년 동안 저금리에 익숙해진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 시 조달비용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2~3년과 같은 제로금리로 당분간 돌아갈 가능성은 극히 낮은 만큼, 단기 자산가들의 움직임에 현혹돼 빚을 내서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도움 주신 분들(가나다순, 총 22명)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김상훈 KB증권 센터장,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김유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센터장,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승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이재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 정연우 대신증권 센터장, 최명은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6호 (2023.09.13~2023.09.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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