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메가톤급 한마디…뭐라 했길래 증권가 쑥대밭 됐나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9.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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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후폭풍’ 특혜성 환매 충격 어디까지

금융감독원이 ‘라임 사태’를 전면 재조사하면서 여의도 증권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총선 이슈와 맞물려 다선(多選)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들이 라임 펀드 관련 특혜성 환매를 받았다는 의혹이 정국을 흔들고 있다. 라임 재조사 결과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였던 금융사 CEO들의 제재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와 기소 등으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던 라임 펀드 논란이 재점화한 것은 금감원이 지난 8월 24일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금감원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빚어지기 직전이었던 2019년 9월 다선 국회의원에게 2억원가량의 특혜성 환매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당시 라임운용은 다른 펀드 자금 125억원과 운용사 고유 자금 4억5000만원으로 4개 펀드를 미리 환매해줬다. 금감원이 특혜성 환매로 규정한 4개 펀드 중 하나의 펀드(라임마티니4호)의 수익자로 지목됐던 다선 국회의원이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들불처럼 번졌다.

여의도 증권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다. 금감원 발표 뒤 펀드 판매사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증권이 마치 환매 전 과정을 주도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이 농협중앙회나 고려아연처럼 법인 수익자가 아니라 ‘하필’ 민주당 중진 의원을 수익자로 뒀다는 점을 주목한다. 정치적 구설수에 휘말리기를 극도로 꺼려 하는 미래에셋이지만 이번만큼은 이례적으로 ‘특혜 의혹은 판매사가 아니라 운용사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냈다가 금감원장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그러나 이번 재조사와 관련, 시장에서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총선을 앞두고 자충수를 뒀다’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제기된다.

핵심 쟁점은 운용사나 판매사가 수익자를 특정했는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월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특정 수익자가 특혜를 받은, 명백한 불법 환매였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판매사나 운용사 등이 수익자의 직업 등 개인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자본시장법 제189조 제6항에 따르면 ‘투자신탁을 설정한 집합투자업자는 수익자명부의 작성에 관한 업무를 ‘주식·사채 등의 전자 등록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에 따른 전자등록기관에 위탁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또, 같은 법 제189조 제8항에는 ‘전자등록기관은 제7항 각호에 관한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쓰여 있다. 쉽게 말하면, 자산운용사를 뜻하는 집합투자업자는 수익자, 즉 고객 명부를 예탁결제원에 위탁해야 하며 예탁결제원은 수익자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즉, 운용사가 예탁결제원 혹은 판매사와 수익자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보유했다면 자본시장법·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판매·운용사 간 ‘수익자 정보 공유’에 관해 대체로 ‘현행법상 공적 영역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금융사의 공식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펀드를 판매한 PB(프라이빗뱅커)와 판매사, 운용사 간 주요 고객에 관한 정보 공유가 사적 영역에서 어느 정도 이뤄졌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런 정황은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 등 주요 인물들의 재판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금감원장은 “미래에셋이 라임자산운용 고유 재산을 투입해 환매해줄 것을 알고서 투자자들에게 환매를 권유한 것이라면 자본시장법 위반이 맞냐(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는 질문과 “담당 PB와 다선 의원(김상희 의원) 간 특수 관계가 있어 사전에 서로 정보가 공유돼 환매가 요청됐다면 어떻게 되느냐(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는 질문에, 단서를 달아 자본시장법 위반이거나 공동 불법 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라임 사태 재조사로 여의도 증권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장 “특혜성 환매 맞다”

검찰 수사 등 혼란 이어질 듯

다만, 시장에서는 이 원장의 이런 주장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금감원이 들여다보는 2019년 7~9월 통계를 보면, 대신증권의 라임 펀드 설정 잔액은 그해 2월 1조5000억원을 찍은 뒤 9월 830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미 이 기간 대신증권 한 곳에서만 7000억원가량 환매가 이뤄졌다. 미래에셋 측에서 ‘김상희’라는 펀드 수익자가 국회의원임을 미리 알았거나 선택적으로 환매 권유가 이뤄졌다고 단정 짓기도 힘들다. 당시 환매 권유는 가입자 16명 전원에게 이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환매를 진행할 땐 가입자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확인할 뿐 직업을 알지는 못한다”고 귀띔했다. 미래에셋이 판매한 펀드는 문제가 됐던 라임 펀드와도 그 속성이 구분된다. 당시 라임 펀드는 전환사채(CB) 등 유동화가 힘든 비시장성 자산을 편입했음에도 이를 개방형으로 팔아 문제가 됐다. 미래에셋이 판 라임 펀드는 90%가 시장성 자산으로 이뤄졌다.

결국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의 환매와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에 관한 최종 판단은 금감원 검사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긴 레이스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자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라임 재조사로 펀드 판매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 하나 잘못 팔았다가 회사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인데 어느 증권사가 펀드를 적극적으로 팔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시장에서는 라임·옵티머스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KB증권·대신증권·NH투자증권 CEO 등의 제재 수위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금감원은 앞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 대해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앞으로 3~5년 동안 금융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이들 증권사에서는 금감원과 검찰의 라임 펀드 재조사가 본격화하자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판매사에 대한 추가 검사가 줄을 잇고 있어 기존 중징계안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재안 확정은 11월은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0월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위원들 사이에서도 판매사 CEO의 제재 수위와 방식에 대해 좀 더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6호 (2023.09.13~2023.09.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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