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고향사랑기부 플랫폼 논란에… 광주 동구 “뭣이 중헌디”
“정부 플랫폼보다 큰 성과… 허용을”
올해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의 모금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243개 지자체는 제도 시행 이후 기부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개성과 특색이 넘치는 답례품 개발 경쟁을 하고 있다. 정부도 기금사업 발굴 지원에 나섰지만 ‘지정 기부’와 ‘민간 플랫폼’이 허용되지 않아 기부문화 확산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소멸위기에 처한 시·군 단위 지자체를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의 누적 기부 건수와 기부금은 8월 말 현재 12만여건에 15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평균 기부액은 12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첫발을 뗀 지 8개월여 만의 성적표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예측한 올해 연간 고향사랑기부금 576억~865억원 수준에는 훨씬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출향민과 고향을 잇는 가교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격차를 덜고 특산품 구매 등으로 균형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정책이다. 2021년 9월 국회를 통과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기부자는 10만원 이하 전액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고향을 포함해 주민등록 주소지가 아닌 전국 모든 지자체를 대상으로 연간 상한액 500만원 범위에서 기부할 수 있다. 다만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 법인은 어느 곳에도 기부할 수 없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소멸 위기와 지방재정 악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고향사랑의 마음을 실천하는 이 제도는 시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기부자 유치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자체들이 기발한 답례품 개발과 함께 고향사랑기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금모금 창구를 다원화하는 등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행정안전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광주 동구는 국내 유일의 단관 극장이자 개관 88년을 맞은 광주극장 보존 프로젝트와 더불어 재정난으로 해체 직전에 놓인 발달장애인 야구단 ‘E.T(East Tigers) 야구단’ 지원을 기금사업으로 선정해 지원에 나섰지만 행안부가 민간 플랫폼 활용이 적절치 않다며 모금 방식이 마뜩잖다는 반응이다.
광주 동구는 현재 ‘위기브’라는 민간 플랫폼을 통해 기금 모금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부자가 “나는 어떤 사업에 나의 기부금이 전달되기 바란다”고 기부 사용처를 특정한 의사를 명확히 반영한 기금사업이 기금 확보와 기부 활성화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야구대회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열기가 달아올랐던 2016년 광주 동구가 전국에서 처음 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구성한 ‘E.T 야구단’과 유서 깊은 국내 유일의 단관 ‘광주극장’을 대상으로 기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재정난에 빠진 후원기업의 지원 중단으로 존폐 갈림길에 선 E.T 야구단은 광주 동구가 이례적으로 시도한 지정기부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시설은 낡았지만 영화 관람은 물론 연극 공연도 가능한 광주극장 역시 민간 모금플랫폼을 창구로 한 동구 고향사랑기부제 기금사업에 포함되면서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자 들뜬 표정이다.
그런데도 행안부는 기부자가 민간플랫폼을 거치면 기부조건에 합당한 기부를 하는지 연간 기부액이 500만원을 초과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공식 플랫폼 행안부 ‘고향사랑e음’만 이용해야 한다고 고수하고 있다.
광주 동구는 행안부의 민간플랫폼 활용 중지 요구는 지도감독권 남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현실적 문제는 정부 공식 사이트를 통해 기부하려면 지정 기부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모금을 권유하고 독려하는 창구에서도 혼란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상을 콕 찍어 지정기부를 하고 싶은데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한계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고향사랑e음 사이트가 지역의 특색있는 기부를 살리지 못하고 기금사업 발굴에도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광주 동구는 공급자 중심, 중앙정부 중심의 예산구조와 소극적 주민참여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 적극적 주민참여로 전환해야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와 참여자의 만족도를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민간 플랫폼을 활용한 동구의 고향사랑기부제 기금사업은 행안부 플랫폼 ‘고향사랑e음’에 비해 3배 이상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 동구는 지난달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가 주관한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국제학술대회에서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자치 분권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를 통해 전국 최초로 7월 18일∼8월 17일 한 달간 민간플랫폼을 활용한 결과 총 165건, 2975만4000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행안부의 고향사랑e음을 통해 지난 1월 2일부터 한 달간 모금한 45건, 853만9000원보다 건수와 금액 기준으로 각각 3배가 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행안부는 기부자가 자치단 특성에 따라 언제든 편리하고 쉽게 기부대열에 동참해 지정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원칙론’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아직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13일 “기부자 의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민간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100만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가 늘었다”며 “지정 기부와 민간플랫폼 모금을 허용하면 고향사랑기부제가 튼튼한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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