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감동 주는 교회… 지역민 위한 교회로 변화 거듭

박성희 2023. 9. 1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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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현장] 제주중앙교회 박병해 목사·서귀포시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지난해 10월 ‘동성애 퀴어반대 제주도민 대회’에 참가한 박병해(맨오른쪽) 목사.


제주중앙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박병해(61) 목사는 제주도 토박이다. 제주에서 자라나 제주에서 목회를 시작한 지 올해로 22년이 됐다. 지난해 서귀포시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에 당선된 이후 서귀포 기독교인들의 선한 열매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박 목사를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박 목사는 교회학교 유치부에 등록한 이후 꾸준히 신앙을 키웠다. 교회학교에서 성탄절 행사로 성극을 준비하면서 작은 역할인 목동역을 맡은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집에서 교회까지 1시간 이상 걸어야 했지만 매번 목동역을 연습하기 위해 집과 교회를 왕복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작은 일이라도 성실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신학생이 되면서 어린이 사역과 찬양 사역의 중요성을 기억하며 이 두 가지에 달란트가 있는 자매를 만날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렇게 배우자 기도를 오래 한 끝에 김정숙 사모를 만났다. 유아교육과 사회복지, 한국어교육을 공부한 김 사모는 박 목사 곁에서 다문화 사역을 꾸준히 감당하며 다문화가정 어린이 및 성도들의 교육과 양육을 맡고 있다. 박 목사는 “돌아보면 그동안 해온 사역의 여정 많은 부분에서 아내의 도움과 기도를 느낄 수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병해 목사.


신학교를 졸업한 후 박 목사는 광주 송정에서 전원중앙교회를 개척하며 목회를 시작했다. 당시 목사 후보생 고시 면접 때 “고향 제주에서 목회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 것을 계기로 기도하는 가운데 사역지를 광주에서 제주로 옮겼다. 미국 낙스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위해 공부하는 과정이어서 사역이 버겁기도 했지만 고향인 제주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이었다.

박 목사는 2005년 제주중앙교회 8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제주중앙교회는 1983년 당시 서귀포동원교회에 출석하던 박철봉 집사와 몇몇 성도들이 박 집사가 운영하던 약국 2층에 모여 예배 드리면서 시작한 지역 내 작은 교회였다. 개척 후 317㎡ 규모의 예배당에 300여명의 성도가 출석할 만큼 성장했지만, 20년 동안 7명의 담임 목사가 교체되고 이로 인한 갈등으로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는 등 교회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부임 직후 박 목사는 지역 전도에 노력을 기울이며 성도들과 함께 호떡 찐빵, 붕어빵을 들고 거리 전도에 나섰지만, 과거 오랜 시간 갈등을 이어온 교회 이미지가 남아 있던 탓에 지역사회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눈빛이 냉랭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목사는 우선 성도를 양육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목회 방향을 바꿨다. 목회학과 철학을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하나님 나라의 점진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뿐만 아니라 한 성도가 운영하는 상가를 ‘전도 사랑방’으로 꾸며 젊은 세대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며 성경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설교 중심의 목회, 성도의 양육 눈높이에 맞춘 일대일 제자훈련도 병행했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서 교회 안의 신구 세대의 조화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기쁨과 감사로 변화된 성도들의 삶에 지역 전도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제주중앙교회 전경.


제주중앙교회는 코로나 전까지 국적이 다양한 성도들로 북적였다.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 다문화 가족 성도들이 신앙을 키우며 찬양대를 비롯한 각 부서에서 열심히 신앙 생활했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을 겪으며 많은 다문화 가족 성도들이 제주를 떠났다. 지역 특성상 청년들이 학업과 직장 등의 이유로 제주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기에 박 목사는 “성도 수가 줄어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그렇다고 교회 역량이 줄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중앙교회는 아파트 조경 숲에 둘러싸여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숲이 우거진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동산 위에 넓은 정원을 갖춘 교회를 찾을 수 있고, 정원에는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어난다고 한다. “철마다 다른 꽃이 예쁘게 피어나는 모습을 보며, 때마다 보내주시는 성도와 다양한 국적의 성도들의 모습을 묵상하곤 한다. 누구라도 와서 교회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기쁘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제주중앙교회는 교회 표어를 ‘복음으로 새롭게! 이웃을 이롭게!’로 변경했다.

박 목사는 “교회의 역사가 쌓인 만큼 이제 성도들만의 교회가 아니라 지역민을 위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임 직후와 지금을 비교할때 교회의 가장 큰 변화로 박 목사는 “지역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교회에서 지금은 선한 영향력으로 이웃을 섬기며 이웃과 함께 하는 교회로 인정받는 교회로 바뀐 것”을 꼽았다. 박 목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성도들이 다니는 교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회 안팎에서 다양한 사역을 해왔다”면서 “성도 한명 한명이 삶의 자리로 흩어져 개인 선교사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을 보며 목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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