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사랑 품은 타지마할에서 영원한 사랑의 서약
아그라는 인도 수도 델리에서 동남쪽으로 200㎞가량 떨어진 우타르 프라데시주의 도시이다. 16세기 3대 황제 악바르가 수도로 정한 뒤 1638년 델리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약 1세기 동안 무굴 제국의 수도로 강렬한 번영을 누렸다. 인도를 대표하는 애틋한 사랑의 건축물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 등을 품고 있다.
타지마할을 지은 이는 무굴의 5대 황제 샤 자한(1592~1666)이다. 그는 인도 남쪽의 데칸고원 원정 중 사랑하던 아내 뭄타즈 마할을 잃었다. 타지마할의 주인공이다. 원래 이름은 아르주만드 바누 베굼인데 ‘황궁의 보석’이란 뜻에서 뭄타즈 마할이라 불렀다고 한다. 샤 자한은 여러 명의 아내가 있었지만 뭄타즈 마할에게만 무한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그 아내가 야외 천막에서 14번째 아이를 낳은 뒤 열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다른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난 샤 자한은 아내를 영원히 기억할 기념물을 만들기로 했다. 함께 주자 가던 곳에 터를 잡고 세계 곳곳에서 기술자와 건축가를 불러들이고 대리석 등의 석재와 루비, 사파이어 등 장식용 보석도 수입했다. 동서 300m, 남북 560m의 넓은 대지 위에 1632년 공사를 시작해 20여 년 만에 완공됐다.
붉은 사암으로 세운 웅장한 아치형 출입문을 통과하면 남북으로 약 280m 길이의 수로가 직선으로 펼쳐진다. 생명의 원천인 물길을 따라 정원수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고 수로 중심에는 물이 솟아나는 인공 연못이 조성돼 있다. 수로 끝에 하얀 대리석 건물이 신기루처럼 떠 있다.
타지마할의 주요 자재인 대리석은 빛을 투과시키고 굴절시킨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에 따라 빛깔과 자태가 시시각각 변한다. 타지마할에서 눈여겨볼 것은 대칭과 상감 기법이다. 네 개의 첨탑, 수로를 따라 나뉜 8개의 정원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상감은 대리석에 문양을 새겨 파낸 뒤 그 홈에 여러 색깔의 보석을 끼워 넣는 기법이다.
뭄타즈 마할이 잠든 영묘 위의 거대한 돔을 주변 4개의 작은 돔이 호위하고 있다. 그 바깥에 4개의 첨탑이 우뚝하다. 첨탑은 지상에서 수직이 아니라 바깥 방향으로 1도 정도 경사져 있다고 한다. 지진으로 붕괴되더라도 영묘 밖으로 무너지도록 한 것이다.
묘당 안은 대리석으로 이뤄진 격자 스크린이 샤 자한과 뭄타즈 마할 관을 둘러싸고 있다. 묘당 한 가운데 색깔 있는 돌을 짜 맞추어 장식한 석상감(石象嵌) 기법인 피에트라 두라로 장식한 정사각형 기단이 있고, 그 위에 직사각형 관을 남북 방향으로 얹은 형태다. 가운데 뭄타즈 마할의 관이 있고, 그 서쪽에 샤 자한의 관이 놓여 있다. 그러나 관은 허당(虛堂)이라고 한다. 진짜 관은 지하에 있다고 한다.
타지마할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2007년에는 세계의 경이적인 문화유산 7개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타지마할 3면은 붉은 사암 벽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북쪽 야무나강 쪽은 열려 있다.
야무나강 건너편은 메탑 박이다. ‘달빛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무굴식 정원이다. 과거 왕족들은 이곳에서 놀면서 타지마할의 야경을 즐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적 바로 앞에 유료로 운영되는 ‘타지마할 뷰 포인트’가 있다. 인도 예비 신혼부부들의 결혼사진 명소다. 달이 뜨는 저녁 무렵에 찾아가면 황홀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아버지에게서 권력을 빼앗았던 샤 자한은 다른 부인에게서 얻은 아들 아우랑제브의 반란으로 폐위됐다. 왕위를 찬탈한 아우랑제브는 샤 자한을 ‘붉은 성’으로 불리는 아그라 성의 감옥에 유배시켰다. 야무나강을 따라 멀리 타지마할이 보이는 곳이다. 감옥이라고는 하지만 하얀 대리석에 온갖 보석이 박힌 공간은 넋을 잃을 정도로 화려하다. 샤 자한은 ‘포로의 탑’이라는 뜻의 무삼만 버즈에서 8년 동안 타지마할만 바라보다가 쓸쓸히 숨을 거뒀다. 죽은 뒤에야 뭄타즈 마할 곁에 갈 수 있었다.
아그라 성은 무굴제국의 3대 황제 악바르 대제에 의해 건립됐다. 높이 20m, 길이가 2.5㎞나 되는 성벽이 이중으로 감싸고 있어 적군의 방어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잘 보여준다. 성 주위에 해자를 만들어 침입을 어렵게 했다. 정문을 튼튼한 나무와 쇠로 제작했고 문이 3개가 연달아 놓여 있는데 3번째 문은 350년 전에 더 보강해서 견고한 대리석으로 만들었다.
아그라 성의 겉모습은 웅장하고 딱딱하지만 내부는 화려한 궁궐이다. 크고 작은 궁전과, 정원, 테라스, 분수대 등 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벽에는 아주 정교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아그라(인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장실 갔다가 지퍼 깜빡”…신체 노출 50대 취객 무죄
- “성관계 해주면 기운낼게”…딸 성폭행 친부 출소
- 숨진 교사 남편 “아내는 어떻게 학부모 신고하느냐며 속앓이”
- 교사 죽음에 ‘호상’?… 충북도교육감 발언 영상보니
- 9개월 아들 굶겨 심정지…엄마의 사회연령은 14세였다
- 이영애 “이승만 기념관에 5000만원 기부…DJ·노무현도 후원”
- “붉은 용암 콸콸”…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또 분출
- 文, ‘부친 친일파’ 발언 보훈부 장관 고소…박민식 “유감”
- “취업계 신화” 문준용 비꼰 지명수배 포스터…배상 확정
- 강남 한복판서 3m 구멍 발생…차량 바퀴 쑥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