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못 잡았어”…해병 생존자 母, 1사단장 고발

해병대 실종자 수색 사고 생존자의 어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임성근 해병1사단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생존자 전우 A 병장의 어머니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13일 고발했다.

군인권센터는 A 병장의 어머니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임성근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과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의 설명을 종합하면 A 병장은 고(故) 채모 상병과 함께 지난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 수색 과정에서 투입됐다. 당시 이들은 구명조끼 등 보호장구를 갖추지 못한 채 수색을 벌였는데, 선두의 다른 동료 병사가 물에 빠져 위험해지자 이를 구조하려다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이후 50m가량 떠내려가다 A 병장과 다른 동료 병사는 구조됐지만, 채모 상병은 구조되지 못하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A 병장은 이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 병장의 어머니는 사건 후 아들과 처음 통화했을 때 “엄마, 내가 (채 ○○ 상병의) 손을 못 잡았다”며 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아들은 (휴가로) 집에 와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자지 못했다. 땀을 흘리면서 깼고 어느 날은 울면서 깨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A 병장의 어머니는 “지휘관을 믿지 못하는 군이 대한민국을 바로 지킬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임 사단장이 우리 아들들에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아들이 현역 복무 중이라서 어머니가 고발을 결심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사실상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사건 수사가 유야무야되면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고발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초동수사에서 과실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8명 가운데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범죄 혐의를 적시해 지난 8월 21일 경찰에 재이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본부는 임성근 1사단장을 비롯해 박상현 7여단장·중대장·현장 간부 등 4명에 대해선 혐의를 특정하지 않은 채 경찰에 넘겼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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