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흑백 사진 속의 ‘시스터즈’ [D:현장]
현재 세계적인 케이팝 열풍 속에서 걸그룹의 활약은 최고조에 달했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걸그룹, 이런 걸그룹의 파워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는 걸그룹 파워의 그 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칼린 연출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과거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걸그룹과 보이그룹들이 이런 선배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안에 이 시스터즈들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실제로 작품을 보고 메시지를 얻어가는 건 오로지 관객의 몫”이라고도 덧붙였다.
작품엔 조선악극단의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저고리시스터를 시작으로 1950년대 미국에 진출해 한류의 원조를 이끈 김시스터즈, 60년대 걸그룹 이시스터즈, 대중음악의 전설 윤복희의 코리아키튼즈 그리고 7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를 휩쓴 바니걸스와 걸출한 예인 인순이를 배출한 희자매 등이 등장한다. 빛바랜 흑백 사진 속의 시스터즈는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박 연출은 “이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십수년 전이다. 그만큼 오래 준비했다. 자료 조사를 많이 했지만 현존하는 시스터즈 선생님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이분들의 입에서 늘 흘러나오는 말들을 중요하게 다루려고 했다. 자료는 어디서든, 누구든 찾을 수 있지만 그분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진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의 배경 없이 이 공연은 그저 콘서트에 머물 수 있다. 한 패키지의 쇼로 콘셉트를 잡은 것도 배경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고 전했다.
극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들이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윤복희를 연기하는 배우 이예은은 “공연 중 조명이 객석에 있는 윤복희 선생님을 비추는 짧은 순간이 있었다. 그때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감정”이라고, 이서영은 “감히 그분들 앞에서 재현한다는 것이 떨리기도 했는데 선배님들이 ‘타이머신 타고 과거로 온 기분이 들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분들에게 추억을 선물해준 것 같아서 기뻤고, 그런 무대를 할 수 있음에 행복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작품에는 유연, 신의정, 김려원, 선민, 하유진, 이예은, 정유지, 정연, 이서영, 홍서영, 황성현이 출연한다. 눈길을 끄는 건, 모든 배우가 멀티 배역으로 여러 역할을 소화한다는 점이다.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는 여배우 10명에 남배우 1명 총 11명이다. 그러나 한 공연의 무대 위 출연 배우는 단 7명이다. 이를 위해 각 배우들은 주역 1~3인과 단역 3~4인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하고, 매일 소화하는 주요 배역도 달라진다. 주연 배우가 주, 조, 단역을 모두 소화하는 배역 배정이다.
정유지는 “그동안은 다른 작품에서 제가 맡은 하나의 역할에만 집중하고, 그 역할의 스토리를 따라가면 됐는데, 앙상블하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한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너무 헷갈리기도 하고, 공연을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다.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일단 해냈다는 것에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스윙으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하유진은 “스윙보다 ‘시스터즈’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그래도 여기서 정말 많이 배워나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현 역시 멀티 배역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극중 등장하는 모든 남성 역할을 도맡는다. 그는 “저를 보고 힘들겠다고 하는데, 저는 다른 여배우 분들이 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위로를 얻었다”며 웃었다. 또 “여배우들이 조금씩 해내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의상과 함께 음악의 고증도 주목할만하다. 지휘자 없이 밴드 마스터와 함께 구성된 10인조 밴드는 또 하나의 배우로서 존재하면서 금관악기가 주축이 되는 브라스 밴드로 그 시대의 주법을 통해 ‘처녀 합창’ ‘훌릉도 트위스트’ ‘커피 한잔’ 등 시대의 히트곡들을 그 시절 그대로의 감성으로 되살린다.
박 연출은 “최대한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을 고증하려고 했고, 음원 역시 밴드를 통해 가장 그 시절과 비슷하게 추출해서 고증하고자 했다. 더해 그 안에 있는 드라마를 통해 시대를 반영하고자 했다”면서 “작품을 보시고 한국 역사에 멋진 걸그룹의 선조들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을 잊어선 안 된다는 점을 안고 가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 1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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